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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론

기능적 설명과 결과 법칙

현정경 2021. 5. 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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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트위터 최준혁(@koo2koo2)  https://twitter.com/__koo2koo2/status/1095121513085206528

우연히 트위터에서 보고 코헨이 떠올라서 퍼왔다. 제럴드 앨런 코헨이라면 이 만화를 보고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해서 이번엔 코헨의 결과 법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코헨은 기능적 설명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기능적 설명에 대한 비판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코헨이 이룬 성과는 기능적 설명에 결과법칙을 적용한 점이다. 이것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기능적 설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왜 이것이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어왔었는지 논해보자.

기능적 설명

기능적 설명이란 "x의 기능은 Φ를 하는 것이다"와 같은 진술 형식을 갖는다. 코헨(2000)이 드는 예를 인용해보자.

새의 뼈가 속이 빈 것은 속이 빈 뼈가 나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

이처럼 레인댄스를 추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응집성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각주:1]

이같은 설명은 모두 설명의 형삭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는 어떤 $x$를 설명하는가? $x$(=새의 뼈가 속이 빈 이유)는 $\phi$(=나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를 하는 것이다는 "왜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다시 말해 $x$의 기능을 진술하였을 뿐 $x$는 왜 $x$인가에 대한 설명(왜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다른 예로 $x$(=레인댄스를 추는 것)는 $\phi$(=사회적 응집성을 유지시킨다)를 하는 것이다는 역시 $x$가 왜 $x$인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이는 $x$의 기능이 갖는 효과를 나타낸다. $x$의 효과 $y$를 $x$에 귀속시켜 설명하는 것이 기능적 설명이다. 이는 과학철학의 문제에서 논란이 있었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기능적 설명에 대체로 의존하는 편이다. "화폐는 가치저장매체, 교환수단, 계산단위이다"와 같은 진술은 화폐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기능이 갖는 효과를 $x$에 귀속시킨다. 그럼에도 기능적 설명은 "설명적 형식"을 갖기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은 이 혼란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사회과학이 과학이기 위해 올바른 설명 형식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논의해왔다.

효과 진술과 기능 진술

기능적 설명의 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왜에 대한 설명이 아닌데도 설명적 형식을 갖췄다는 점이다. 과학철학자이자 논리실증주의자인 햄펠[각주:2][각주:3]은 과학은 왜에 대한 설명을 갖춰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가 설명을 "왜에 대한 설명"에 국한한다면 기능적 설명은 "왜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여기서 비판자들이 기능적 설명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기능적 설명의 문제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확인해보자.

기능적 설명은 다음의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a) $x$의 (유용한) 효과는 $y$를 하는 것이다[효과 진술] (b) $x$의 기능은 $\phi$를 하는 것이다[기능 진술]. 각각에 대해 논의해보자.

(1) 효과 진술

$x$의 효과는 $y$를 하는 것이다[각주:4]란 "레인댄스는 사회적 결속력을 유지시킨다"와 같이 x의 효과를 설명한다. $x$가 효과 $y$를 일으키고 그 효과를 통해 $x$를 귀속시킨다는 점에서 이 진술은 설명적이다. "경제성장은 소득분배를 개선시킨다"는 효과 진술 역시 설명적이다. 효과 진술은 $x$에 이 유용한 효과 $y$를 귀속시킨다.[각주:5]

참고로 코헨 번역서는 "효용"이라고 하였으나 뱍충용(2003)[각주:6]의 효과라는 번역이 더 적절해보인다.

(2) 기능 진술

x의 기능은 Φ를 하는 것이다[각주:7]는 "새의 날개가 속이 비어있는 것은 날기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이다. 분명히 이해하도록 라이트(1973)의 말을 인용해보자.

기능귀속[즉 기능진술]은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본래) 설명적이다. 어떤 x에 대해 그것이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단순히 말하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x에 대한 일종의 중요한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괄호는 코헨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그대로 옮겨둔다) [각주:8]

즉 라이트는 (마르크스가 개드립한 걸 예로 들자면)"소화는 소화력의 사용이다"와 같은 기능 진술이 x에 귀속되며 이러한 형식이 설명적이라고 보았다. 즉 라이트는 "$x$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phi$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x$의 기능은 $\phi$를 하는 것이다"의 일부라고 주장한다.[각주:9] 코헨은 이에 대한 논평에서 라이트의 논의가 "맥락의 등가성(contextual equivalence)"을 전제한다고 비판한다. 여기서 맥락의 등가성이란, 예컨대 "노동력의 기능은 무엇인가"와 "노동력은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노동력의 기능은 적절한 맥락에서 잉여가치를 창출해주는 것이다"라는 답변은 두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 즉 적절한 맥락을 통해서 기능 진술은 설명적일 수 있으며 "왜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헨은 이러한 조건을 확인해보긴 하지만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기능 진술이 설명적이라는 라이트의 주장을 부정한다.[각주:10]

(3) 소결

코헨은 기능 진술이 설명적이라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효과 진술은 왜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조건이 무엇인지 결과 법칙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결과 법칙

무엇이 효과 진술을 설명적이게 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코헨은 결과 법칙(consequence law)[각주:11]을 제시한다.

결과 법칙은 가설적인 인과적 진술을 선행조건으로 하는 보편적인 조건진술이다.

(중략)

만약 유형 $E$의 한 사건이 $t_{1}$에서 발생했더라면,

그것이 $t_{2}$에서 유형 $F$의 한 사건을 유발했을 거라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유형 $E$의 한 사건은 $t_{3}$에서 발생한다.[각주:12] [강조는 원문]

이로부터 코헨의 레인댄스와 사회적 응집력에 대한 예를 필자가 민중가요로 바꿔본 다음의 예를 들어보자.(재밌자고 해본다 #하나도_재미없어!) 어떤 민중가요의 공연은 집회자들의 단결력을 증대시킨다. 그러므로

민중가요 $R$의 공연은 그 후 즉시 단결력을 증대시킬 때마다

민중가요 $R$은 공연된다.

코헨은 민중가요의 공연의 결과로 생긴 단결력이 민중가요의 공연을 설명하는 것으로 제시되는 경우를 참의 명제가 아닌 허위로 본다. 다만

레인댄스의 효과를 거론하는 것이 설명적일 수 있는 것은, 그 효과가 레인댄스를 설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레인댄스가 그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그 사회의 조건이 그러하기 때문에 레인댄스가 그 사회의 사회적 응집력을 증대시켰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고, 그것은 그 같이 추론할 수 있는 조건이 레인댄스를 추게 했다는 것을 함의한다. [각주:13][강조는 원문]

이에 대한 좀 더 직관적인 설명을 한 백충용(2003)의 설명을 인용해보자.

결과법칙이란 나타난 결과를 통해 그러한 결과를 야기한 어떤 것의 효과를 지시함으로써 양자의 설명적 연관성을 확보하는 입장이다. 결과 법칙은 어떤 제도나 행위같은 항목이 이로운 결과를 낳게 되면, 실제로 그 항목이 관계하는 사실에 대해 일반 법칙에 가까운 '인과관계의 명제'의 지위를 부여한다. 물론 코헨은 인과적 연관을 인정하기보다는, 설명적 연관이라는 개념을 선호할 것이 분명하다.[각주:14]

백충용의 인과관계의 명제 지위라는 언급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데, 코헨은 이를 성향적 사실(dispositional fact)에 의존함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각주:15]

이 레인댄스 예에서 "사회의 조건"이란 말은 여러모로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경쟁의 심화는 독점을 낳는다"는 효과 진술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결과 법칙적으로 구성하면 "경쟁의 심화가 일어났고 그 후 독점을 낳았다면, 경쟁의 심화가 일어난다"가 된다. 결과 법칙 진술은 이것이 경쟁을 효과로 설명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경쟁의 심화가 독점을 낳았다는 바로 그 조건이 경쟁의 심화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언제까지나 형식논리적 문제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그럴 듯한 일반적인 법칙을 통해 결과법칙이 사회과학적인 차원에서 타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A 기업은 자본설비가 증대했기 때문에 이윤율이 하락했다"라는 결과법칙 진술은 "기업은 자본설비를 증대시키면 이윤율이 하락한다"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후자는 진술 자체가 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기적 구성 개념을 이용할 때 가치와 실물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시작된 동기였떤 위의 만화를 결과법칙으로 재구성해보자면 "A는 의욕이 없을 때 즉시 또는 그 후에 일을 하지 않았다면, A는 의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순환논리로 보이지만 결과법칙은 이를 조건(의욕이 없을 때 즉시 또는 그 후에 일을 하지 않았다면)을 통해 의욕이 없는 A를 설명하는 형식이 된다.

알고보면 단순해보이긴 하다. 문제는 형식논리의 추상수준에서 논의가 복잡해지다보니 나도 많은 부분 헷갈렸다. 알고 보면 얻는 것이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부분은 코헨이 "생산력 우위 태제"의 기능적 설명을 정당화 하기 위해 논리실증주의적 차원에서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한구(1996)의 정리는 그런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를 인용하고 턴을 종료한다.

(1) 생산력이 생산관계에 우선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생산력 발전이 생산관계의 영향하에 종속된다고 주장한다. (2) 상부구조가 경제적 토대에 종속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후자가 전자에 의해 조절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3)역사가 필연적으로 전개된다고 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실천에 의해서만 역사가 창조된다고 주장한다. 생산력 기능주의는 먼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상호작용하는 두 항중 생산력에 비중을 두는 생산력 우위라는 입장을 취하먄서 생산관계를 생산력에 대한 기능적 관계로서 설명하고자 한다.[각주:16]

[이관 글. 2019-02-17 작성]

  1. Cohen, G, A. Karl Marx's theory of history: a defence. Oxford: Clarendon Press, 2000. [국역본]카를 마르크스의 역사이론 : 역사유물론 옹호. p416. 한길사. [본문으로]
  2. Hempel, Carl G. "Aspects of scientific explanation." (1965): 1-19. [본문으로]
  3. Hempel, Carl G. "Explanation and Prediction by Converting Laws." in Baumrin(ed.). [본문으로]
  4. Cohen, G, A. 2000. op. cit. [국역본]. p420. [본문으로]
  5. Cohen, G, A. 2000. ibid. [국역본]. p420. [본문으로]
  6. 백충용. "코헨의 생산력 개념 비판." 시대와 철학 14.2 (2003): 477-500. [본문으로]
  7. Cohen, G, A. 2000. [국역본]. p420. [본문으로]
  8. Wright. L. "Functions." p154. Philosopbical Review. (1973). (Chhen., G, A. 2000. [국역본]p422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9. Cohen, G, A. 2000. [국역본]. p422. [본문으로]
  10. Cohen, G, A. 2000. [국역본]. p427. [본문으로]
  11. Cohen, G, A. 2000. [국역본]. p430. [본문으로]
  12. Cohen, G, A. 2000. [국역본]. p430-431. [본문으로]
  13. Cohen, G, A. 2000. [국역본]. p430-431. [본문으로]
  14. 백충용. "코헨의 생산력 개념 비판." 시대와 철학 14.2 (2003): 477-500. [본문으로]
  15. Cohen, G, A. 2000. [국역본]. p433. [본문으로]
  16. 이한구. "생산력 우위론에 기초한 역사적 유물론의 재구성." 초록. 철학연구 39 (1996): 149-18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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