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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노동 구분 문제에 대한 자료들을 한동안 열심히 보아오면서 뭐 의미있는 아이디어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그냥 드는 생각을 여기다 끄적여보고자 한다. 이름하여 "지난동안 한국의 잉여가치율 추계 연구들은 정말 의미있는 연구였을까?"하는 것.

이들을 언급하기 전에 우선 한국의 대표적인 잉여가치율 추계 연구들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정구현(2016)[각주:1], 유철수(2012)[각주:2], 정성진(2005)[각주:3], 서한석(1991)[각주:4] 등이 있다.

잉여가치율과 생산적 노동이 무슨 상관?

잉여가치율 계산에 대한 계산 방법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말그대로

$잉여가치율=\frac{잉여가치}{노동력가치}$

와 같이 계산하면 끝나는 문제 아니겠나. 그러나 무엇을 노동력의 가치에 포함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그에 따라 계산 결과가 재각각이 되버리고 추세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잉여가치율 추계는 그야말로 생산적 노동의 분류가 가장 커다란 쟁점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분류에 대해서는 통일된 표준이랄게 없는 상황이다. 나름의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방법은 세 가지로 갈라진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정구현(2016; pp28)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1) 자본순환에 기여하는가에 따라 구분하는 모훈(1996)[각주:5]의 방법을, (2) 생산, 유통, 재생산에서 생산만을 취하는 샤이크&토낙(1994)[각주:6]의 연구를, (3) 잉여가치의 생산 여부에 따른 로버츠(2014)[각주:7] [각주:8]로 갈라진다.[각주:9]

대체로 국내의 연구들은 샤이크&토낙의 연구를 따르는 '관습'이 있다. 추계 문제에 대한 의미와 가치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마치 노동소득분배율에 대해 자영업자를 포함하느냐 아니냐로 그 결과가 달라지는 논란처럼 잉여가치율 연구도 마찬가지 문제에 봉착했다고 본다.

표준산업분류와 이윤율 균등화 가정의 불충분성

이런 경우 사용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각주:10], 근로형태별 실태조사[각주:11], 임금구조조사[각주:12] 등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각 조사들은 나름의 방법론에 따라 달리 사용되긴 하는데, 직업과 임금 혹은 직업군과 노동자수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생산적 노동 구분문제에 자주 사용된다. 허나 이 조사들은 기본적으로 표준산업분류로 계층화하여 표본을 추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균등화 가정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국민계정과 같은 거시변수와 표본추출을 한 노동력 조사와 관련을 시키려한다면 두 조사가 모두 표준산업분류를 사용하고 있다하더라도 이른바 이윤율과 잉여가치율의 [균등화] 과정이 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는 너무 강한 가정일 수도 있고 이것의 실증적 근거가 아직 요원하다. 

이 문제는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통해 더 분명해진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그것이 가정하고 있는 묵시적 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만한 시점에 오지 않았나 싶다. 기존에는 산업연관표를 사용하는 것 말고는 좋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치지만 이젠 세상도 정보도 방대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단일상품생산 가정 때문이다. 산업연관표의 투입산출표는 표준산업분류를 통해 추계되며 $n \times{n}$ 정방행렬이 되도록 단일부문-단일상품을 전제하여 투입-산출표로 분류한다. 즉 부가생산물은 해당 상품 항목으로 재분류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투입-산출표가 과연 이윤율 균등화 과정에 적합한 표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가생산물을 무시하는 표준산업분류에 대해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최근에 한국은행에서는 이런 비현실성을 극복하고자 결합생산으로 확장된 공급사용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표를 사용할 방법은 요원한데, 이미 과거의 노동가치론 연구들[각주:13] [각주:14] [각주:15]에서 밝혀졌듯이 결합생산표로 가치(투입노동)를 계산하면 음(-)의 가치가 나올 수 있는데, $n \times{m}$ 행렬인 결합생산표로 비음인 가치가 나오도록 하는 조건이 수학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표를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즉 한문철이 와도 몇대몇인지 계산이 어렵다(?)

결론

물론 위에서 제기한 문제는 산업연관표를 사용하지 않고 거시집계치로만 사용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가장 중요한 정보가 매 번 빠지게 된다는 것을 다른 연구들은 지적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동강도"다. 국민계정으로 노동강도를 계산할 수 있는가? 그럴만한 대체지표도 없을 것 같다.

다만 산업연관표를 이용한다면 최한주&류동민(2005)[각주:16]이 보여준 바와 같이 노동량 1시간이 증가할 경우에 대한 일종의 "유발계수"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직간접적 노동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고 생산액과의 비율을 통해 어느 정도 노동강도를 근접하게 뽑아낼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두 데이터 간에 장단점이 녹아있다고 생각하지만 무턱대고 둘을 통합하려 한다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방법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통찰력을 통해 이런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그나마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이 된다.

또 하나로 표준산업분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면, 만약 표준분류산업으로 계층추출을 하는 표본수집을 긍정한다면, 직업을 가지고 계층추출을 하는 표본이 잉여가치율 추계에 더 좋은 데이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마르크스가 노동력의 가치를 "평균적인 생활에 필요한 생활재의 가치"[각주:17]라고 했던 생각에 근거해보면 "표준산업분류"보다 "직업분류"가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1. 정구현. 2016. “한국의 잉여가치율: 1980-2011년 -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 모형이 지니는 약점과 그 보완.” 사회경제평론 29(2):25–58. [본문으로]
  2. 유철수. 2012. "한국의 잉여가치율 추이, 1993-2010." 마르크스주의 연구, 9(4), 134-172. [본문으로]
  3. 정성진. 2005. “한국경제의 마르크스 비율 분석.” 사회경제평론 25:293–339. [본문으로]
  4. 서한석(Han Seok Seo). 1991. 개방경제하 성장과 소득분배 -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잉여가치율의 시계례분석 - 1970 - 1987 년 한국의 경우 -. 노동경제논집, 14(0): 251-279 [본문으로]
  5. Productive and Unproductive Labor in the Labor Theory of Value [본문으로]
  6. Shaikh, A. M. and Tonak, E. A., 1994, Measuring the wealth of nations, Cambridge Books. [본문으로]
  7. Roberts, B., 2014, "Productive/Unproductive: Conceptual Topology", Rethinking Marxism, Vol. 26, No. 3, pp. 336-359. [본문으로]
  8. 정구현은 생산적 노동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데에 레이브먼(1999)만을 언급하지만 정부, 사회단체 정도를 비생산적으로 보는 구 베르나르(1983)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9. 비생산노동은 없다는 주장은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어서 안했다 [본문으로]
  10. 유철수(2012) [본문으로]
  11. 정구현(2016) [본문으로]
  12. 정성진(2005) [본문으로]
  13. Steedman, I. (1975): "Positive Profits with Negative Surplus Value." The Economic Journal 85:114 123. [본문으로]
  14. Morishima, M. (1976): "Positive Profits with Negative Surplus Value: A Comment." The Economic Journal 86: 599--603. [본문으로]
  15. Duménil, Gérard and Dominique Lévy. 1987. “Value and Natural Prices Trapped in Joint Production Pitfalls.” Journal of Economics 47(1):15–46. [본문으로]
  16. 최한주, & 류동민. (2005). 투입-산출데이터를 이용한 가격과 노동생산성의 관계분석. 경제학연구, 53(3), 95-120. [본문으로]
  17. K. marx. "자본론 1권". 6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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