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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각주:1]는 비용가격의 재전형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어쨌든 다른 논문을 읽다가 그의 글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와 관련한 내 생각도 정리할 겸 작성해본다.

비용가격의 재전형이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합의된 논의는 아니다. 사실 마르크스경제학에 뭔 합의겠나. 마르크스의 문헌에 따라서 권위로 해석될 뿐이지.

어쨌든 마르크스는 두 가지의 메모를 남겼다. (1) 비용가격의 재전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메모 그리고 (2) 백분율로 나타낸 "가치항으로 표현된 비용가격표" 이렇게 두 가지다. TSSI 진영인 라모스가 (2)에 해당하는 메모를 찾아내어(정확히는 엥겔스가 포함시키지 않은 메모라 말해야겠다) 이것이 마르크스의 본의였다고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가치항으로 표현된 비용가격"이란 말을 단일체계로 사고했다고 말하고 싶다면 지나친 도약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전체적으로 가치와 가격을 엄격히 구분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방법론을 전개했다. 이원체계니 단일체계니 하는 말은 현대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의 논의 속에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걸 마르크스라는 사람과 무리하게 연결지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 사람은 당시 경제학자들의 시대적 한계에서 스미스나 리카도처럼 어쩔 수 없이 이원적으로 사고했을 뿐이다. 약간의 잔 아이디어를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단일체계를 만드는 데 마르크스란 인물은 아무 것도 기여한 것이 없다. 그래도 정통성을 찾고 싶었기에 라모스가 메모를 발굴하는 작업까지 한 것이겠다. 그냥 마르크스는 내버려두고 자신이 그 주장에 대해 책임을 갖고 논의를 발전시킬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또 다른 쟁점이 있을 수 있다. 단일체계는 보통 추상노동이란 개념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단거다. 하지만 마르크스 자신은 추상노동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후학들이 발전시켰다. 추상노동 접근을 발전시킨 최초의 인물은 일리치 루빈이라는 러시아의 마르크스경제학자였다. 그리고 드 부르이(1982)[각주:2]에 와서야 거의 개념이 정립이 된 것이다.

후진들이 고생하면 뭐하나. 마르크스란 인물이 다 해먹은 걸로 기억하고 싶은 것 같은데.... (한숨) 단지 후학들이 발전시킨 것들을 다시 문헌 속에서 소급적으로 찾았을 뿐이지. 추상노동의 창안자는 물론 마르크스다. 하지만 그가 기여한 건 그정도다. 후학들이 그의 언급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후학들의 기여들이 충분히 쌓인 덕택이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라는 당시의 인물 자체가 추상노동접근을 더욱 지지한다고 생각하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것의 언급도 자본론 1권 가치형태론에 대해 설명할 때 뿐이다. 그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추상노동이 아니라 잉여가치론이 자신의 기여라고 밝히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면 추상노동이 마르크스적이라고 한 건 엄연히 후학들에 의해 만들어진 해석일 뿐이란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결론은? 마르크스적이란 것이 뭐가 중요하냐는 거다. 그게 논의의 결론을 내기 위한 기준점이 되서는 안 된다는 거다. 마르크스적이면 그러면 거짓이 참이 되는가? 그게 사실 참이 아니라 거짓이었다면? 마르크스의 실수라면. 아니면 마르크스가 잘못한 것이었다면 어떨까? 사실 그런 것들을 판별해야 할 다른 입증요인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후학들이 스스로가 뭘 기여했다고 밝히기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뒤에 숨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든다면. 그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다시 비용가격의 재전형 문제로 돌아가보자. 마르크스가 비용가격 재전형 안했으면 안해도 되는 거가 되나? 그러니까 마르크스가 재전형 안한다고 하십니다! 라고 공인들에게 말하고 있는 거다. 이럴 필요가 있을까. 이건 사드필류[각주:3]도 마찬가지다. 그도 잉여가치만의 배분 문제만이 마르크스의 의도였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질문이 다시 반복된다. 그러면 재전형 안해요?!) 물론 라모스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증거는 백분율 표와 몇몇 메모 뿐이다. 여기서 나오는 표는 한국 김수행판 3권에 추가되어 있다. 내 생각은 당시 마르크스의 생각은 이원체계였다는 것일 뿐이다. 라모스는 부정하지만 그걸 "가치항으로 표현된 비용가격"이라고 표현한 건 마르크스가 실수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 실수가 단일체계를 창안하게 했다면 마르크스는 좋은 실수를 했던 거겠지. 단지 단일체계에 마르크스가 기여한 건 매우 적다는 거다. 후학들이 더 기여한 거지.

이 말이 마르크스가 틀렸다거나 혹은 이원체계가 마르크스적이다라고 주장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라모스의 해석이 정치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마르크스 뒤에 왜 숨나? 단일체계는 우리가 만들었고 이것이 마르크스경제학을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면 끝인 것인데 말이다.

PS : 비용가격의 재전형 필요해요 안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 문제로 접근하면 문제가 많아지기 때문에 일단 보류 중이다.. 고 말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서부터 전형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마경이 독단적으로 없애버리고 없었던 문제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애초부터 마르크스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쨌든 이 문제를 회피하려면 단일체계의 말처럼 우회해야 한다. 그것의 중심개념이 MELT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문별 MELT를 계산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MEL 가지고 다부문을 다루는 것은 여러 곤란한 새로운 문제들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마르크스가 총계로 접근하다가 다부문에서 비용가격의 재전형 문제와 맞닥뜨린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정리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관 글. 2018-01-10 작성]

  1. Alejandro, R. M. (1998). Value and price of production: New evidence on Marx’s transformation procedure. International Journal of Political Economy28(4), 55-81. [본문으로]
  2. De Vroey, M. (1982). On the obsolescence of the Marxian theory of value: a critical review. Capital & Class6(2), 34-59. [본문으로]
  3. 벤 파인 & 알프레드 사드-필류. "마르크스의 자본론". 책갈피. 20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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