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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이전의 글 [시점간 체계에 대한 보론 - 시뮬레이션]에서, 나는 시점간 체계가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이 고정되었을 때 무한대로 가면 동시적 체계로 수렴하는 것을 보였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시점간 체계는 무척 빠르게 동시적 체계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시점간 체계는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이 변한다고 가정한다. 예컨대 Mohun(2009)[각주:1]을 보면 $A$와 $l$에 시점을 표현하지 않았으나 산출량벡터 $x$에 하첨자 $t$를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산출량벡터가 결국 투입계수행렬 $A$를 구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A$는 생산이 완료된 시점으로 표현되는 것이 맞다. 또한 Kliman(1999)[각주:2]은 $A$와 $l$에 시점 $t$를 표현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쉽게 설명하기 위한 대책일지 모르나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게 되었듯이 무한대가 아니라 동시적 체계로 매우 "빠르게" 수렴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 다른 예로 김창근(2005)[각주:3]의 경우 $A$와 $l$에 시점을 표기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A$와 $l$에 시점을 표기한 경우가 시점간 체계(TSSI)의 예에 더 적합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이 둘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한다는 사실이고 시점간 체계는 일반적으로 이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학적 접근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체계를 보일 수 있다.

$\lambda_{t}=\lambda_{t-1}A_{t}+l_{t}$

$t$ 시점의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은 이전의 구매된 가치 $\lambda_{t-1}$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 체계의 초기값을 $p_{0}=\lambda_{0}$라고 하고 차분방정식을 풀어보자. 먼저 초기값에 의해 주어지는 첫 번째 시점의 가치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 $\lambda_{1}=p_{0}A_{1}+l_{1}$

다음 시점에는

(2) $\lambda_{2}=\lambda_{1}A_{2}+l_{2}$

우변의 앞에 항에 $\lambda_{1}$을 (1)식과 같으므로

$\lambda_{2}=(p_{0}A_{1}+l_{1})A_{2}+l_{2}$

이를 전개하면

$\lambda_{2}=p_{0}A_{1}A_{2}+l_{1}A_{2}+l_{2}$

이제 $t=n$ 개의 시점으로 확장하면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식을 얻는다.

(3) $\lambda_{t}=p_{0}A_{1}A_{2}...A_{n}+l_{1}A_{2}...A_{n}+l_{2}A_{3}...A_{n}+...+l_{n-1}A_{n}+l_{n}$

만약 $n>2$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축약할 수 있다.

$\lambda_{n}=p_{0}\prod_{j=1}^{n}A_{j}+\sum_{i=1}^{n-1}\prod_{j=i+1}^{n-i}l_{i}A_{j}+l_{n}$

이제 이것이 무한대로 간다고 하자.

$\lim_{n\to{\infty}}p_{0}\prod_{j=1}^{n}A_{j}+\sum_{i=1}^{n-1}\prod_{j=i+1}^{n-i}l_{i}A_{j}+l_{n}$

여기서 우변의 앞 항 $p_{0}\prod_{j=1}^{n}A_{j}$은 레온트에프 행렬의 원소가 모두 $0\leq{a_{ij}}<1$이므로 0으로 수렴하게 되어 소거된다.

(4) $\lim_{n\to{\infty}}\sum_{i=1}^{n-1}\prod_{j=i+1}^{n-i}l_{i}A_{j}+l_{n}$

그러나 남은 뒤의 항은 어떻게 될까. 그것은 수렴하지 않고 발산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귀류법을 사용해보자. 예컨대 (4)식의 앞 항이 너무너무너무 방대하게 큰 수 $m$로 무한히 접근할 때, 어떤 실수 $d$로 수렴한다고 먼저 가정해보는 것이다. 이제 그 이후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는 거다.

(5) $\lim_{n\to{m}}\sum_{i=1}^{n-1}\prod_{j=i+1}^{n-i}l_{i}A_{j}=d$

이제 $m+1$로 무한히 접근하면 수렴하는 $h$가 있다고 하자.

(6) $\lim_{n\to{m+1}}\sum_{i=1}^{n-1}\prod_{j=i+1}^{n-i}l_{i}A_{j}=h$

그런데 이는 $d$로 수렴한다는 전제와 모순된다. 따라서 (4)식은 발산한다.

16.10.20 추가적인 증명사항

왠지 부족함이 느껴져서 추가적인 보완을 하고자 한다.. (수알못이라 죄송합니다) 먼저 $d-h$를 한다고 하면

$d-h=l_{1}A_{2}...A_{m}(I-A_{m+1})+...+l_{m-1}A_{m}(I-A_{m+1})+l_{m+1}$

$=(l_{1}A_{2}...A_{m}+...+l_{m-1}A_{m})(I-A_{m+1})+l_{m+1}$

물론 $d$와 $h$는 극한에 의한 가상의 결과라고 가정하고 있는데, 물론 극한으로 설정하지 않아도 앞에 $p_{0}A_{1}...A_{n}$은 공통항이므로 소거된다. 이제 만약 (5)에서 수렴한다면 다음이 성립함을 보여야 한다.

$(l_{1}A_{2}...A_{m}+...+l_{m-1}A_{m})(I-A_{m+1})+l_{m+1}=0$

이는 모든 $i$에서 직접노동량 $l_{i}>0$이라는 노동가치론의 전제에 의해 앞의 항 $(l_{1}A_{2}...A_{m}+...+l_{m-1}A_{m})(I-A_{m+1})$이 $l_{m+1}$의 역원이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역원이라 함은 "덧셈의 역원"이므로 $(-1)l_{m+1}$과 $(l_{1}A_{2}...A_{m}+...+l_{m-1}A_{m})(I-A_{m+1})$이 같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투입계수행렬 $A$는 생산적이다. 즉 모든 $i$에서 $(I-A_{m+1})>0$은 언제나 성립한다.

그러므로 $l_{1}A_{2}...A_{m}+...+l_{m-1}A_{m}$의 결과가 음(-)이어야 하는데, 이는 $l_{i}>0$이라는 가정과 투입계수행렬 $A$는 생산적이라는 가정과 모순된다.

따라서 (4)식은 발산한다.

시뮬레이션

이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자. 나는 이미 이전의 글 [시점간 체계에 대한 보론 - 시뮬레이션]에서 호킨스-사이먼 조건이 성립하는 투입계수행렬을 랜덤하게 던져주는 모듈을 개발한 바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A$를 매 시점마다 랜덤하게 얻어 시점간 과정을 반복해서 그 추세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나는 가치벡터의 초기값 [21, 37]로 12만 번의 횟수로 시행해보았다. 아래 [그림 1]은 그 결과이다.

랜덤 변수 추이
[그림 1] 매 시점마다 랜덤한 투입계수행렬과 노동량으로 실행한 두 개의 가치벡터의 추세(가치 변수 두 개는 청색 선과 주황색 선으로 나누었다)

12만 번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가치변수는 무한정 흔들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시뮬레이션의 시행결과 역시 시점간 체계에 부정적인 의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는 다음과 같다.

  • 시점간 체계에서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을 고정할 때, 시뮬레이션을 시행하면, 그것은 매우 빠르게 동시적 체계로 수렴한다.
  • 시점간 체계에서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이 매 시점마다 변한다고 가정한다면 발산한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통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음미해보자.

  •  시점간 체계 모형은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을 고정시키는 가정을 하면 안 된다.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그것이 매우 빠르게 동시적 체계로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시점간 체계 이론의 고유성을 깨뜨릴 것이다.
  • 시점간 체계는 매 시점마다 기술적 조건과 노동량이 변동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우리의 시뮬레이션은 그것이 발산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 말은 모형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 물론 시점간 체계는 균형이라는 개념에 대해 완강히 거부한다. [각주:4] 따라서 발산의 문제는 이들에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일반균형이 내포하는 정태적인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하는’ 경제체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리카도학파와 같이 일반균형에 매몰되면, 자본주의의 본성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각주:5]
  • 물론 균형에 대한 그들의 생각에 나는 부정적이다. 마경 내에는 균형에 대한 개념들이 서로간에 논쟁적인 주제이긴 하다. 예컨대 Sekine(2003)[각주:6]는 시점간 체계의 균형개념 거부에 대해 비판하며 "일반균형으로의 경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경제는 자본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점간 단일체계가 신리카디언의 모형(즉 스라파 모형)을 왈라스적 모형이라고 하는 데에는 오해라고 본다. 예컨대 롱칼리아(1978)[각주:7]의 경우 스라파 모형은 경제의 운동과정의 스냅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것 역시 스라파경제학 내에서는 논쟁적이라고 언급하긴 했다) 즉 특별히 신리카도주의가 균형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언급하고 지나가겠다.
  • 그러나, 이들이 균형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발산하는 경제가 현실적이라고 말하려면 좀 더 충분한 실증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자본주의는 물론 대체로 불완전하긴 하다. 이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불완전함을 모형에 재현했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며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관 글. 2016-10-17 작성]

  1. Mohun, Simon, and Roberto Veneziani. "The Temporal Single-System Interpretation.". pp280. 마르크스주의 연구 6.3 (2009): 277-301. [본문으로]
  2. Kliman, Andrew J., and Ted McGlone. "A temporal single-system interpretation of Marx's value theory." Review of Political Economy 11.1 (1999): 33-59. [본문으로]
  3. 김창근. "맑스의 가치론과 시간 : 시점간 단일체계 해석의 확장". p96.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2005. [본문으로]
  4. Carchedi, Guglielmo. "The logic of prices as values∗." Economy and Society13.4 (1984): 431-455. [본문으로]
  5. 김창근. 2005. op. cit. p123~124의 주석 120 참고. [본문으로]
  6. Sekine, Thomas T. "Marxian Theory of Value, What We Might Learn from It.". p7. Korea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2 (2004): 1-35. [본문으로]
  7. Roncaglia, Alessandro, and Jan Allen Kregel. "Sraffa and the Theory of Prices". New York: Wiley, 1978.<번역본>스라파와 가격이론. 박만섭 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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