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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청코> 12권이 나왔다. 사실 12권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나서 이제야 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역본으로 나오기 전에 읽은 분의 글을 통해 이미 12권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체 그렇게 클라이막스로 독자들의 심장을 잔뜩 쪼여놓고서 어떻게 한 권 안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유이가하마의 결심' 이후

이를 읽고나서야 알았다. 작가 와타리 와타루는 질척질척하게 다시 긴장을 풀어버리고 있었다. 11권 마지막에 "유이가하마의 결심"이 있었다. 그녀는 이미 말했다.

"그니까 아마도 이게 마지막 상담. 우리의 마지막 의뢰는 우리에 대해서야."[각주:1]

그녀는 모두 가질 것이라고 했다. 즉 지금까지처럼 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에서 분명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라고 나는 추정한다. 물론 그 의뢰는 히키가야가 '진짜'가 아니라는 판단에 의해 거부당한다. 유키노 역시 불분명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11권을 다 읽고나서 생각했다. 이들 간 관계는 끝날 수도 있으며 딱히 그렇다고 해도 비극은 아닌 어떤 성장적인 결말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쨌든 놀라운 건 12권 초반이었다. 바로 유이가하마의 결심 이후 집으로 가기 전에 이야기이다.

그게... 정말 너무 뜬금이 없었다. 갑자기 이들은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또한 내용전개와 상관도 없는 히키가야의 쓸모없는 독백도 반복되어 나온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던 후인데도 평소의 관계처럼 "연기하는" 그들을 보며 11권 마지막 그 클라이막스 이후의 긴장을 모두 소멸시켜버렸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건 올바른 전개가 아니다. 그 카타르시스를 확 죽여버리다니....

그리고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가 다시 예전같은 관계처럼 점심시간에 도시락도 같이 먹고 그런다. 이거 좀 어색하다고 생각 안하나? 유키노시타는 기존의 관계로 그대로 가자는 유이가하마의 의뢰를 (명시적이진 않지만) 거부했다.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의 본성을 이용하여 의뢰를 받아들이도록 회유하려고 했다. 이런 맥락 상 둘의 관계는 서먹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건 둘의 문제이고 어떻게 화해를 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게 영 꺼림칙하다.

이건 아마도 이야기를 늘리려는 속셈인 것도 같다. 대단하다. 와타루. 출판사의 입장 때문일까? 그게 어쨌건 간에 작가인 당신의 책임이다. 유이가하마의 결심이 마치 없었던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기분이 12권을 읽어나갈 때마다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유이가하마의 결심으로 잔뜩 올려놓은 긴장도를 완전히 바닥에 철푸덕 떨어뜨리게 되었으니.. 좋니?

유키노시타의 의뢰

유키노시타가 11권 마지막에서 자신의 의뢰를 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끝이 난다. 이번 12권은 그 의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계기였음과 동시에 유이가하마는 이미 알고 있고 히키가야만 모르고 있던 유키노의 문제까지 모두 알려지게 된다.

"······내 의뢰는 하나뿐이야. ······너희들이 그 마지막을 지켜봐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해."[각주:2]

유키노는 아버지와 같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아버지는 기업 대표이사이면서 지역유지, 그리고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예전에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히키가야에게 말하기도 했으니깐 아마도 정치인 쪽이겠지. 그런 자신의 미래에 대한 소망과 의지를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왠지 그다지 포스가 적은 소망 같지만 유키노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니까 납득은 되었다.

전개가 여기까지 나온 이상 유키노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어머니가 유키노의 삶을 결정해왔던 것이 문제인 것이고 그녀는 역시 그런 어머니에게서 해방되고 싶어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봐달라는 것이다. 이 말에서 "지켜본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녀가 원한 것은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프롬의 진행과 유키노시타의 어머니에 대하여

학생회에서 일명 '프롬'이라는 댄스사교파티를 하게 되고 잇시키가 봉사부의 지원을 의뢰한다. 이때 유키노시타가 개인적 차원에서 혼자 지원을 결심한다. 즉 "지켜봐달라"는 뜻과 같이 히키가야와 유이가하마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이제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이룩하는" 그런 자신감을 얻기를 원한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 바로 어머니에게 자신의 우수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기도 하다. (하루노의 추측이다. "프롬이 성사되면 유키노에 대한 엄마의 인식도 조금은 달라질지 몰라."[각주:3] 물론 유키노는 어떤 토도 달지 않았으므로 동의의 의미로 보는 게 타당하겠다)

하지만 유키농의 그 의도라는게... 상당히 유치해보인다. 유키농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우수한 사람이다. 그녀가 성격이 어땠건 그건 일단 팩트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그 의도를 살펴보면 유키농 어머니가 자신을 다시 볼 거라고 기대할 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유키농의 어머니라면 그런 걸로 다시 보고 그럴 인간이 절대절대 아닌 거는 뻔하잖아... 그걸 유키농도 알 것이고 하루노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하루노도 그렇게 얘기해버린다...;;; (이게 사실이라면 하루노는 분명 악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놔...  유키농과 하루노가 얘기해온 어머니에 대한 성향을 생각해볼 때 분명 이건 억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의도보다는 프롬의 진행은 어머니와의 투쟁으로 전개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설득은 서로의 공약수가 있을 때 가능하지 어머니는 이미 유키노시타를 억압하는 지배자이니 당연히 적대로 흘러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학부모회로써의 어머니와의 투쟁[각주:4]은 좋은 구도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이 든다. 이 맥락을 어떻게 풀어갈 지 사뭇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공동의존 관계에 대하여

하루노는 유키농, 유이, 하치만 이 세 사람의 관계를 '공동의존관계'라고 명명한다[각주:5].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하루노의 의견일 뿐이다. 내 생각은 유이가하마의 존재 때문에 그 말이 어색하게 들렸다. 왜냐하면 유이가하마는 특별히 의존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11권에서 이기적으로 굴었기도 했다. 그녀를 하루노의 의견처럼 연기자라고 볼 수 있을까.

또한 히키가야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는 그렇게 주장하고 그것이 거짓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가 그 일을 하는 '진짜 이유'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 때문이지. 그가 누군가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미 히라츠카 선생님이 히키가야에게 지적한 문제이고 이미 명문화된 사실이다. 그 계기로 "진짜를 원해"라고 한 것 아니겠나.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내 생각에는 '의존관계'라 함은 유키노시타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엄밀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게..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이 되려고 했을 때 잇시키의 사정 때문이라는 '명분'이 필요했던 것은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근거는 없지만 자신이 학생회장이 되는 계기가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어머니에게 얘기하려 했음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하루노 언니와 다른 길, 즉 학생회장의 길을 감으로써 자신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어머니에게 밝힌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런 의도는 유치하다고 이미 말했지만 말이다. 그런 전개보다는 어머니와의 투쟁이 더 좋은 구도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결국은... 히키가야는 의도에 솔직하지 않았다. 유이가하마는 의도에 솔직하고 그것을 잘 알지만 머뭇거렸다.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는 와타루 작가의 트릭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유이가하마의 히어로

12권 마지막에 유이가하마의 독백이 나온다. 히키가야를 '히어로'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히키가야는 입학식날 그녀의 애완견을 교통사고에서 구해주었다. 그 뒤로 히키가야는 유이가하마를 구원한 적이 있었나? 그 일이 아무리 고마운 일이었다고는 해도 '히어로'라고 말할만한 일들이 둘 사이에 얼마나 많았을까? 맥락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냥 좋아한다.. 정도의 감정은 몰라도 '히어로'라니.. 나는 이게 유이가하마라는 캐릭터를 망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유이가하마는 물론 머뭇거린다. 히키가야도 좋지만 유키노도 포기할 수 없다. 히어로라는 말을 일단 접어놓고 보면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독백은 그런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다만.. 히어로라고 칭하는 부분은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결론

내 생각에 결국 내청코는 유키노시타의 성장 소설로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히키가야의 문제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된다. 하지만 너무 긴장을 풀어놓았다는 아쉬움도 있다. 11권이 발행된 시기와 12권이 발행된 시기의 시차가 2년이 넘는다. 그동안 와타루 작가는 글을 안 썼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글의 품질이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문체도 뭔가 변한 것 같고 어색한 것들이 많다. 시시한 히키가야의 독백이야 항상 있었던 것이지만서도 무언가 썩 재밌다는 인상이 안 든다. 어찌보면 이미 11권에서 클라이막스를 달려와놓고서는 긴장을 풀어버리니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래서 12권 읽는 내내 히키가야의 독백이 짜증나기 그지 얺었다. 독자들이 빠른 전개를 원하는 시점에 와서 그것을 늦추는 교묘한 장치로써 의식되기 때문이다. (이건 나만의 착각일까)

어쨌든 와타루 작가는 잘 끝내주기를 바란다. 세 명이 운명을 달리 하는 전개가 된다 해도 행복한 길로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이관 글. 2018-01-25 작성]

  1. 와타리 와타루.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1권." p323. 디엔씨미디어. [본문으로]
  2. 와타리 와타루.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 p51. 디엔씨미디어. [본문으로]
  3. 12권. ibid. p362. [본문으로]
  4. 12권. ibid. p342. [본문으로]
  5. 12권. ibid. p37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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