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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의 팬픽입미다. 노동고찰이라고 졸라 진지할 것 같지만 별 시덥잖은 잡썰이 난무하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걸 쓴 건 오래전 내청코에 빠져살 때 썼었는데요. 쓰다가 말았던 걸 우연히 발견해서 공개합니다. 그냥 일상을 다룬 팬픽이니 큰 기대말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힛키와 유키농의 노동고찰

인간들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나는 노동을 할 생각이 없다만. 저는 전업주부가 꿈입니다!

나의 이런 지론에 대해 남들은 기둥서방이 아니냐며 비난을 쏟아 붓지만, 내 생각에는 둘은 서로 다르다. 이 차이를 설명하기 이전에 내가 노동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설명하겠다.

선인들이 이르기를, 일하는 자는 곧 패배자라 하였다. 노동이란 결국 리스크를 지불하고 수익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 따라서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전업주부가 될 생각입니다! 이상.

「히키가야.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갈 셈이니?」

유키노시타가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지긋이 누르고 눈썹을 모으며 대꾸하기 시작했다. 아 물론 그걸 설명할 참이였다만. 그나저나 넌 어떻게 내 독백을 안거지? 어떻게 한거냐고 대체!

「결국 넘어가려고 하는구나. 너의 약점을 긍정하는 습관. 그래.. 이해해야겠지.?.」

유키노시타는 "포기하면 편해" 모드와 "널 상대한 내가 잘못이지" 모드로 맞섰다. 그나저나 난 한마디도 안했는데 넌 대체 어떻게 안거냐. 네가 무슨 궁예냐.

「어차피 다들 사회에 나가면 일을 하지 않나? 전업주부는 좀...」

아까부터 핸드폰을 만지작 대기만 하던 유이가하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 근데 얘까지 어떻게 내 독백을 안거냐고! 누가 좀 알려주세요!

「그건 일반론이다만, 나 같은 특수한 경우라면 예외지. 너희들도 나와 지낸지 이쯤 되었으면 알겠지만 사축(社畜)으로 길들여질만한 마인드가 내게 없지않냐? 그러니 내가 일하게 되면 사회에도 피해를 줄 것이란 말이지. 고로 내가 일하지 않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사회에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만.」

「힛키.. 최악.」

유이가하마가 으악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이윽고 유키노시타가 턱을 손으로 매만지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너는 너와 함께 살 사람에게 갈 피해는 계산에 넣지 않는구나.」

「윽...」

「개인의 피해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사회는 어차피 분담할터이니 무시할 수준. 그러나 히키가야 균(菌)과 살 사람이 입을 피해는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으윽.. 내가 무슨 암덩어리냐..?」

하지만 그것은 피해를 본다는 전제에서만 타당할 뿐.

하지만 토츠카는 괜찮을거라고! 만약 토츠카와 함께 산다면! 토츠카에게 매일매일 미소된장국을 끓여줄테니까 괜찮을거야! 앗. 이건 하치만 기준에서 포인트가 높달까☆ 아니지. 방금 뭔가 위험한 상상을 한 것 같은데!

「유이가하마. 저런 의욕없는 희망사항에 진지하게 응하면 안 돼. 음.. 그래. 히키가야의 논리대로라면 일을 하고 싶어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그렇다면 일을 하고 싶든 아니든 히키가야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로써 살게 뻔해보이는 걸. 그렇지? 히키(引き)가야?」

「어이. 내 이름 부르면서 이상한 후리가나(토) 달지마..」

「응? 명약(名藥),.,까나..?」

못알아들은 유이가하마에게 그게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관두었다. 너 우리 고등학교에 어떻게 들어온거냐고!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가 우리는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할 일이라 해봤자 요새 봉사부에 의뢰가 들어오지 않은지 오래이다. 때문에 나와 유키노시타는 가만히 앉아 문고본을 꺼내 읽고 유이가하마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라는 것이 보통의 일과이다.

정적이 감돈다. 하지만 괜찮다. 이런 정적에도 우리는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것도 마치 주고받는 대화의 형태인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배경에 녹아들어갔다. 바닷바람이 때리는 창문 소리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 할만큼 힘든 나날을 지낼 미래가 있다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소거법에 따라, 지금 이순간은 분명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묻자. 나는 행복한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건 오만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리 없는 나라는 걸 잘 안다. 그럼 누구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질문은 거기서 끝나고야 만다.

[이관 글. 2018-07-2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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