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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단편소설

열려있나요

현정경 2021. 5. 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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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수 씨는 인사과 과장이다. 전달에 진행된 공채결과가 나오고 오늘은 바로 탈락한 인원들에게 통보메일을 보내기 위한 메일링 목록 작업을 위해 혼자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는 중이었다.

따르르릉.

"XX테크 정민수입니다."

「지금 화곡사거리 CU에서 출발합니다. 열려있나요?」

그리고 뚝. 하고 끊겼다.

왠지 20대 정도 되는 여성이라고 추측되며 그것은 사무적이고 건조한듯한 어조였다. 이상한 전화라고 생각했지만 정 과장은 개의치않았다. 다시 그는 메일링 작업에 집중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전화 벨이 울린다.

「지금 망원동 LaLa Cafe에서 출발합니다. 열려있나요?」

뚝.

정민수 과장은 대체 어떤 년이 이런 장난전화를 하는 거냐며 투덜대었다. 이번에는 금새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염리동 Star PC방에서 출발합니다. 열려있나요?」

뚝.

순간 정민수 과장은 점점 자신이 있는 사무실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순간 오싹함을 느끼고 사무실 문들을 모두 잠궈버렸다. 다시 그의 자리로 와 앉았지만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텅텅텅!

투박하게 주먹으로 출입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정민수 과장은 놀라버렸다.

"식사요 식사!"

하는 투박한 중년 남성의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저녁을 시켰었다. 한그릇도 정성스럽게 배달한다는 중국집이고 배달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보니 그 중국집이 맞는 것이었다.

정민수 과장은 반갑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문 너머에는 한 여성이 동공없는 백안으로 정민수 과장을 쏘아보며 잔혹할만큼 웃고 있었다.

"열렸다."

[이관 글. 2017-03-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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