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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페이스북 친구 한 분이 나를 모함(?)하면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랜만에 단편을 작성해보려니 조금 힘들었는데. 뭔가 조금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요새 일에 너무 치여 살다보니까 주인공에 너무 몰입해버린 것 같다. 아무튼 간단히 써본 걸 공유합니다.


 

청년 살업률이 연신 최고치를 기록한다고 떠드는 뉴스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훗!" 거리며 이 곳 ××실업에 가볍게 입사했다.

아니다. 운이 좋았다.

그 증거로 나는 이곳에서의 강도높은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여기가 아니면 누가 날 받아주리오.

그 노동강도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매일 내게 지시가 떨어지는 업무량은 하루 동안 수용 가능한 업무능력을 벗어난 수준이다. 그것이 이틀, 일주일, 한 달을 지나다 보면 처리하지 못한 업무는 배로 증가했다. 그래서 야근을 밥먹듯이 하게 되는 것이고 내 삶은 피폐해져 갔다.

"그럼 야근수당으로 돈 많이 벌겠네"

하던 6개월 백수 친구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사무직이기 때문에 야근수당은 없다. 사무직의 근로 성격이 야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러니까 노동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이상하게 들리는 법적 해석이 그렇게 강제한 것이다. 

흥.

하지만 그것은 자본가들의 헛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어제 퇴근 시간 10분 전에 상사는 일거리를 안겨주며 "내일 오전 9시 미팅 때 회의자료로 쓸 겁니다"하며 던져 준게 따올맀다.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기세로 일어나

"내가 야근을 결정한다구?! 아니잖아!"

라고 외 · 쳐 · 버 · 렸 · 다.

이런 젠장... 큰일이다!! 여긴 회사라고!

이 소리를 들은 이가 혹시 없었는지 몸이 굳은 상태인 나는 고개를 뻗뻗하게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 순간.

 

나를 향해 눈을 커다랗게 뜬 상태로 빵울 어벙하게 물고 있던 그 · 녀 · 가 보였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적어도 5 미터 남짓. 하지만 의외로 가깝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왠 위험해보이는 성난 한남충이 소리를 질렀으니 놀랄 수밖에 없잖은가. 변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겁을 줄 의도는 당연히 없었단 말이다. 그녀가 거기에 있는 쥴도 물론 몰랐다.

어쨌든 의외의 인뮬이 하필 이곳에 있었고, 내가 소리를 지른 상황이 맞물려 창피한 기운이 나를 덮쳐 얼굴울 뷹게 물들였다..

그녀는 조용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깐동안 생긴 그 조용함은 공장에서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소리마저도 방해하지 못했다.

휴우-

이윽고.

그녀의 조심스런 한숨이 정적을 깼다. 그녀는 놀란 가숨을 쓸어내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리고... 어?! 나.. 나에게 오는 것 같았다. 그것도 무척이나 당당하게! 안 돼. 오지마!

"너."

손가락을 올리며 나를 가리켰다.

"나랑 노조 하지 않을래? 넌 회계감사. 난 위원장! 그럼 만들 수 있어! 노동조합 말이야!"

아니 이게 무슨 양념 반 후라이 반 같은 소리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내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었다.

"자! 가자! 이 곳 ××실업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지 보여주겠어!"

그녀는 이미 안하무인이었다.

(계속...은 아니고 끝)

[이관 글. 2016-09-2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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