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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어두운 안개를 차갑게 거치는 와중에 나는 출근길에 발을 내디뎠다.
전철에 올라탄 순간 나는 쌀쌀함을 느꼈다. 아마도 기사님은 새벽추위에 무심한 듯 하다. 그렇지만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뿜어대는 잇김과 체온들이 전철 안을 데워주고 있었다. 거기서 느끼는 약간의 포근함을 안고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전철 안은 만석이라 서있어야 했다.
누구의 자리가 먼저 빌 것인가를 두고 각을 재며 여러 자리를 옮겨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다가 누군가 일어선 구석 자리가 생겼지만 그 앞에는 한 청년이 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핸드폰에서 인생을 찾느라 자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경제 동학 에세이]라는 책을 낀 내가 더 우월할까? 칼레츠키는 나에게 앉을 자리를 주었지만 그 청년과 다르지 않다. 단지 좀 더 다른 시간에 핸드폰에서 인생을 찾을 뿐이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덮은 후 눈을 감고 혼란스러운 기억과 편린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쿵.
하고 냉탁한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쓰러진 한 여성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발작 증세가 없는 걸로 봐서 빈혈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군대에서 동일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내 익숙한 듯 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하차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출입문이 닫힌다는 안내 소리와 함께 문 바깥으로 쓸려나갔다.
옆자리의 노인은 "아프면 병원 가"라고 그녀에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뒤에도 그 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상당히 나이가 들어보이는 그 노인 역시 몸이 안아플 것 같진 않았다. 그렇기에 그 중얼거림은 쓰러진 여성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다 문득 나 역시 깨달음을 얻는다.
그렇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그럼에도 아픈 욱신을 저억저억 끌어서 기어코 일터에 가게 만드는 압력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오늘 나 역시 잠을 잘못 자서 누군가 옆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아팠었다. 그럼에도 나는 일터로 향하고 있었다.
일터로 나가지 않으면서도 잘리지 않을 수 있는 아픈 수준은 무엇일까. 그렇게 합리적 인간을 연기하고 있었다.
일터로 향하기 위해서라도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그 계산은 꾝. 필요한 일이었다.
[이관 글. 2018-11-1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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