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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학부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과목 줄어든다?… 올해 2학기에는 하나도 없어

본래 故 김수행 교수가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할 때 후임교수 임용이 안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지는 꽤 되었다. 그래도 강의는 유지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기사를 보니 관련 과목이 아래와 같이 세 개였다고 한다.

  • 정치경제학 입문
  • 마르크스경제학
  • 현대마르크스경제학

이 세 과목이 24년도부터는 1학기부터는 정치경제학 입문 한 과목으로 줄어들었고 2학기는 강의 계획이 없다는게 인용한 기사가 다룬 내용이다.

내가 마경을 연구하는 것은 취미로 하는 것일뿐이고 대학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학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뭐라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내가 마르크스경제학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경제학부에서 마경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이 현실이 이 기사를 통해 크게 와닿게 되어... 이제까지 학부에서 마경 강의들에 대해 드는 생각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1. 입문 강의의 컨텐츠 부족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일부 강의가 어떤 내용인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다. 입문자에게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잘 요약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낡았으며 컨텐츠가 시대에 맞게 만들어지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것이 바로 입문용 출판물 시장이다. 이쪽 분위기는 시대적 변화가 잘 반영되며 대중적인 컨텐츠가 잘 버무려진다. 특히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이런 케이스에 대표적인 케이스다. 다만 연구자들은 대부분 이 책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저자 임승수 씨가 논문을 내는 이가 아니란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입문서를 내는데 자격이 필요한건 아니잖은가? 게다가 이 책은 타 입문서보다 더 훌륭한 대중적 성과를 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사례들을 통해 깨달아야 하는 건 바로 강의를 좀 더 대중적이면서 컨텐츠를 흥미가 있게 확보하고 내용을 시대에 맞게 반영하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가치형태론의 예시로 "20미터의 아마포 = 1개의 저고리"를 사용하여 "우리 마경은 고리타분하고 낡았습니다"라고 선전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학부 강의라는게 물론 변화가 쉬이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는 걸 알지만 주류경제학도 학생들의 강사 평가에 애를 먹어 컨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판국에.. 마경도 마찬가지로 이런 고민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응용분과 버무리기

위에서 설명한 컨텐츠의 부족과 관련해서 이것 역시 함께 언급되어야 할 것 같다.

보통 응용분과라고 하는 것은 보통 이론과 비교하여 현실설명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론 같은 따분한 과목보다 흥미를 돋굴 주제가 많다. 그런데... 마경은 응용분과가 없나...요...?! 같은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있습니다. 몇가지를 꼽자면..

  • 사회구성체이론(국독자론 등)
  • 현실사회주의 성격 분석(트로츠키주의)
  • 관리자계급이론(뒤메닐&레비)
  • 이윤율의 계량경제학적 분석(뒤메닐&레비, 폴리 등)
  • 노동가치론(선형생산모형, 단일체계론)
  • 화폐론(브뤼노프)

아마도 입문 과목을 들으셨던 분이라면 이런 것들을 들어본적이 많이 없었을 것이라 본다. 타이틀만 봐도 재미와 흥미가 돋을 것 같지 않은가? (아니면 말구)

이런 걸 신문지에다 전단지 끼워 팔듯(?) 섞어서 버무려주면 좀 컨텐츠가 풍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 중 일부는 소련연방이 해체되기 전에나 의미가 있었고 지금은 의미가 적은 것도 있다. 따라서 마경도 결국 자기만의 이론이 아니라 최근의 정세에 맞춰 새로운 의미로 개입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런 시도들 중 최근 주목할만한 시도로 볼만한게 바로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정도라 보인다. 이런 것들을 잘 버무려 주면 어떨까 싶다.

결론 같지 않은 결론

이런 컨텐츠를 활성화한다고 해서 마경 과목이 다시 증가하거나 그럴 일은 희박해보인다. 왜냐하면 이쪽 분야의 어떤 경향 때문이다.

마경 관련 연구자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남아있던 기성 연구자들도 점점 노령화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마경 연구를 이끌어왔던 김수행 교수의 제자들 중 교수가 된 연구자들은 대부분 정년퇴임을 바라보고들 있다. 경상대 정치경제학 대학원에서 그나마 박사를 배출할 것은 같지만 실제로는 원생이 그리 많지 않은 걸로 들었다. 이런 점을 볼 때 학부 강의가 사라져가는 시류를 막기는 어려워보인다. 물론 이런게 마경만의 문제일까? 공학 이외의 전공들이 대학에서 축소되는 경향을 생각해보면 이건 참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하여 적어도 현재로서 학부에서 마경이 가지는 가치는 그저 위에 인용한 기사에 나온 인터뷰 내용들처럼 "다른 관점"을 알리는 정도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가치에 맞게 전문 강사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이라는게 꼭 마경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유조차도 여러 면에서 불완전해보이는 이유로 보인다. 예컨대 다른 관점의 경제학 중 하나가 포스트케인지언도 있다. 그렇기에 여기서 문제는 왜 마경의 관점이 다른 관점들과 비교하여 어떤 독특한 가치가 있는지를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