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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표지

시작하며

교차정치경제학은 가부장제가 약화되면 여성의 상대적 지위가 향상될 수 있지만 여성이 계속 인종/민족, 시민권, 계급 차이로 점철된 취약한 지위에 머물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폴브레. (2021). 1장 교차정치경제학 - 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각주:1]

폴브레의 설명에 따르면 교차정치경제학은 가부장제만을 보지 않고 다른 차원의 구조들과의 관계를 통해 젠더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다.

부분은 전체의 영향을 받고 전체는 부분의 영향을 받는다 (...) 가부장제가 인종/민족, 시민궈과 계급에 기반한 위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광범위한 사회체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폴브레. (2021). 2장. 가부장제 정의하기.

교차성에 대하여

하지만 그 출발은 교차적이지 않은 학풍을 비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폴브레의 서술은 꽤나 신사적인 편이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날카로움이 스며있다. 특히 마르크스주의 언급은 신고전파 경제학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분석은 자본과 생산을 매우 협소하게 정의한다. 인간 역량의 차이나 이런 역량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산 과정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폴브레. (2021). 2장. 가부장제 정의하기 - 자본연속체.

재생산노동과 마르크스주의

사실 여성주의 경제학의 주 연구대상은 재생산 노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생산 노동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논의해본 예전의 글들이 있어 일단 이 문제는 아래 글을 통해 확인해보면 어떨까 한다.

 

가사노동과 마르크스주의

프레이저와 하버마스 낸시 프레이저의 "전진하는 페미니즘"을 읽다가 가사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이전에도 생각했던 내용을 끄적여본다. 프레이저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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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도망부끄」와 다시 돌아본 가사노동 논쟁

일드 도망부끄 소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무급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잘 묘사하고 있는 일본드라마이다. 주인공 모리야마 미쿠리는 심리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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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 서평

실비아 페데리치의 「혁명의 영점」을 읽었다. 이 글은 가사노동논쟁과 관련한 다른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이번 독서에 대한 나름의 정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작성되었다.노동력의 가치와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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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통합할 수 없다면 교차성을 확보해야 한다

위에서의 글들과 다른... 좀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교차성"이라는 개념이 내 자신에게 명확해지면서 영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 사실 별 이야기는 아니다. 교차정치경제학이 젠더 문제를 다른 구조와의 관계를 통해 좀 더 전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는다면, 이것은 다른 학문에게도 "교차성"이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에 대해 [가사노동과 마르크스주의]에서 언급했었는데, 바로 마르크스주의는 재생산노동을 자신의 가치 분석모델로 통합하기를 않느냐는게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하지만 마경연구자인 나 역시 이를 통합하는게 무척 어려운 문제임을 알았다. 하지만 구조와 구조의 관계를 통해 교차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는 것이다. 교차정치경제학이 바로 그런 방법을 토대로 한다는 점이다.

교차성을 인정하고 이론으로 수용하는 사례

바로 이와 같은 교차성을 확보하는 것이 잘 보이는 것이 피터 커스터스[각주:2]이다. 실제 어떻게 여성의 노동이 평가절하되는지 재생산 활동과 관련짓고 이들의 노동이 어떻게 자본에 이득이 되는지를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에 대해 내가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폴브레가 언급하는 교차성을 수용하는 경우를 몇 개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그러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마르크스주의자 엔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는 자본가와 남성, 백인이 약자 집단을 착취하는 공동의 수혜자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교차성이라고 불리는 이론틀을 수용했다.
(...)
대리티는 "사회의 위계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거나 유지하려는 집단적 이해관계가, 집단 구성원 사이에서 경쟁적이기도 하고 협력적이기도 한 상호작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강조하면서 교차정치경제학에 힘을 싣는다.
폴브레. (2021). 3장. 젠더와 구조, 집단 행위성 - 집단행위성.

마치며 : 왜 교차성을 수용해야 할까

왜 교차성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 답은 가장 취약한 약자들 대부분은 다양한 구조적 병폐들에 교차적이기 때문이다.

취약성은 교차적이다.
폴브레. (2021). 9장. 젠더와 돌봄 비용 - 공공 정책과 돌봄 불이익

이것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로서 해야 할 말로, 여기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생산적 노동이 착취되는 잉여가치 모델을 갖긴 하지만 더 취약한 곳으로 가면 이런 이론도 현실적으로 볼품 없고 쓸모 없는 이론이 된다. 이건 어느 사회과학 이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교차성'을 드러낸다면 이런 문제와 씨름을 할 각오를 하게는 만들 것이다. 관련 연구들을 좀 더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각개격파로 내가 익숙해지길 바란다.

  1. Folbre, N. (2021). The rise and decline of patriarchal systems: An intersectional political economy. Verso Books. [국역본].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쇠락, 이후의 새로운 질서. 윤자영 역. 에디토리얼. 2023. [본문으로]
  2. Custers, P. (1997). Capital accumulation and women's labour in Asian economies. Zed Books. [국역본]자본은 여성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박소현, 장희은 역, 새움총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