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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극장판)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이 작품을 본 것이 고딩 때 용산에서 불법으로 판매되었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다. 이런 비디오테이프는 당시 소문에 의하면, 용산 전자상가 어딘가에 비디오를 대량으로 불법복제하는 복사방이 있다더라. 여러 비디오를 AV선으로 연결하니.. 화질이 좋았을 리가 없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당나귀와 같은 P2P 공유가 유행하면서 화질이 좋은 버전으로 볼 기회가 생겼었지.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요새 롯X시네마에서 재개봉한 상황이므로 보실 분은 어서 보시길.
어쨌든 옛날의 셀 작업방식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니까... 사람의 터치감이랄까. 그림에서 사람 냄새가 많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현대의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한 깔끔한 선은 보기엔 좋기는 하다. 하지만 나 같은 옛 세대들에게는 셀 애니가 더 익숙하기 때문에 이쪽을 더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 물론 요새의 그림체도 무척 좋아하긴 해요.
------- 이 영역은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보길 원치 않으면 접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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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토리를 보다보니 과학이 고도로 발달된 라퓨타의 인류가 전멸하게 된 이유가 세세하게 나오지 않는데, 다만 무스카가 라퓨타의 컨트롤타워를 지배한 뒤 군대를 학살하며 권능감에 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타가 그걸 보며 "라퓨타가 왜 멸망한 지 알 것 같다"고 한 것을 보면.. 결국 그 과학의 힘을 가지려는 욕심들 때문에 공멸했다고 추측된다.
이런 지점에서 요새 시사적인 문제와 맞닿는다고 생각되는데 바로 인공지능이다. 근래에 피지컬AI가 제조업 노동력을 대체한다며 그에 투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혈안이 되는 요즘. 이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는 지금 정세와 잘 맞물린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후반부에 멸망의 주문인 "바루스"도 재미있던 지점이다. 이미 라퓨타 성 주민들은 모두 공멸한 상태인데도 누구 하나 그 상황에서 라퓨타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싸움이 와중에 결국 최종적으로 내가 살아남아서 이 시스템을 독점할 거다! 하는 마음이었던 것은 아닐지? 결국 이 시스템을 다시 가지려고 한 것도 파괴한 것도 결국 라퓨타에서 도망친 후손들(무스카, 시타)이었다. 무스카의 경우 라퓨타 왕족이 아닌 라퓨타 주민 아니면 귀족의 후손으로 추정되는데 지상에서는 정부요원으로 일하면서 권력욕을 가지는 인물이고, 시타는 왕족의 후손이지만 지상에서는 한 곳에 정착하며 축산 및 농산 업을 오랫동안 해온 선량한 농업인이다. 이런 차이가 "바루스"를 외치게 만든 조건이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시타 본인이 추정하는 장면이 있는데, 왕족만 살아남아 지상에 내려왔었다니 이 무슨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 점 때문에 이제까지 세대를 넘어오면서 누구도 라퓨타로 돌아갈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닐 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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