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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그 많던 맹수들은 다 어디 갔을까

현정경 2021. 5. 30. 04:29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게임 필드 주변에 널려있는 맹수와 짐승들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한반도에 그렇게 많던 이리, 곰, 호랑이 등의 맹수들은 다 어디 가있는 걸까? 하는 생각 말이다.

정답은 인간이 다 몰살시키고 내쫒았다는 거다.

그렇게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동물만 살아남았지만 그것조차도 도시화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사실상 몰살되었다. 남한이 경제개발에만 몰두하게 되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 종을 보존할 생각을 아예 안했던 거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서식했던 여우, 늑대, 호랑이 종을 겨우겨우 외국에서 찾아냈다는 소식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환경 문제에 아예 눈을 돌려왔던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이 필요해보인다. 우리가 인류 종으로서 태어난 이상 업보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어"하면서 방아쇠에 총을 당기는 배신자를 상상해보자. 이것을 우리는 기만이라 하며 기만이 보통 비판받는 이유는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에서 도망치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SNS 채널에서 군대에서 채식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뉴스에 달린 댓글을 봤었다. 그들은 채식주의자의 기만성을 토로하고 채식주의자들의 채식을 "기호"로 착각했다. 그들은 채식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이때 그들의 행동은 징후적이기도 한데, "도덕을 강요한다", "육식을 하는 내가 죄인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알고보면 우리는 그렇게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기만속에서 살아오다가 찔끔한 것이 아닐까한다. 다시 말해 그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나의 쾌락이 짐승들이 당할 고통보다 더 중요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징후는 우리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전해준다. 무의식적으로 육식으로부터 드는 죄책감에 시달려왔고 이 문제의식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절망적인 소식도 있다. 인류는 이런 부도덕한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을 먹지 않게 될 미래가 오더라도 우리가 학살한 동물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떠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길들이는 것에는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너무 적절한 말인 것 같다. 먹는 건 지금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몰살시킨 과거 역시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인류에게 떠넘겨진 책임은 무척 무거운 것이라 하겠다. 언젠가 인류의 대표는 몰살당한 과거의 맹수들과 도시화로 몰살된 동물에게 사과해야 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관 글. 2019-11-1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