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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MOVIE)

범죄수사조직인 FBI 요원이 CIA와 멕시코 후아레즈의 마약카르텔 조직의 소탕작전을 하는 이야기가 주이다. CIA가 "질서"를 위해 법과 제도를 무시하며 하는 짓들을 보며 FBI요원이자 주인공 케이트의 화가 끓어올라 폭발하게 된다.

여러면에서 첩보물 액션영화에서 봐오던 판타지들이 싸그리 사라지게 되는데 물론 거기서 미화되어 맹목화 된 "정의"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이 문제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국가에 의해 통제가 안되는 멕시코 후아레즈를 생각해보면 이런 비합법적이고 잔혹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필요악일 수 있다.

이를 생각하기 전에 좀 더 후아레즈의 마약카르텔의 악랄한 행태가 이루어지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자. 마약카르텔이 살인을 하는 중요한 이유는 경쟁 때문이다. 카르텔은 국가 역시도 경쟁 상대이다. 그런데 폭력을 독점한다는 국가에 대해 사조직인 카르텔은 과연 대항할 수 있을까?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후아레즈의 경우 정부가 범죄조직을 방관하다가 너무 키워버린 탓이 큰 것 같다. 즉 양성화가 되지 않고 독립적인 힘을 키워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도 미약한 조직으로 혁명을 완수하려했던 중국공산당은 정규전이 아니라 파르티잔을 통해 어떻게 폭력을 독점한 국가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각개 파르티잔의 소탕은 모든 파르티잔을 소탕하는 것이 아니라 우두머리의 목을 베는 것이 더 나은 대응방안일 것이다. 문제는 마약 시장에서 공급자의 우두머리를 친다고해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 같다. 그래서 CIA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우두머리와 조직을 키우므로서 마약 카르텔을 양성화한다는 전략인 것 같다.

예컨대 한국에서 70년대까지 일명 조직폭력배들은 정치인들과 많은 커넥션을 맺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군사독재 기간동안 대부분 소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치에 의존되어 "양성화"된 형태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후아레즈의 마약카르텔은 양성화가 아니라 정부에 대항할 여러 힘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조폭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돈줄에 상당히 의존하여 세력을 키운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입법부가 조직폭력배를 소탕한다고 할 때부터 이들에게는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카르텔은 돈줄이 마약시장이라는 독립적인 곳에 있다. 맷그레이버가 케이트에게 "전세계 인구 20%에게 마약을 끊으라고 할 수 없다면"이라고 한 말을 기억하자. 공급도 수요도 어느 한 곳에서 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그게 안된다면 결국 말을 잘듣는 마약조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럴듯 하지만 결국 이를 어떻게 이 카르텔을 건강한 시장경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아무튼 모처럼 어려운 질문을 한 액션영화였다.

[이관 글. 2021/04/02, 11:56 오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