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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출신들이 중소기업에 와서 거기서 배운 체계적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혹자들은 바로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 조직을 체계적인 제도로 정규화하는 것이 곧 더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중소기업이 체계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에는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주어진 자원들이 미약하기 때문에 체계화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즉 안하는게 더 효율적이란 소리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법-제도, 사회, 문화, 기술적인 이유로 계속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들은 낡은 것이 되기 쉽상이고 체계를 보완하고 조정하는 관리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체계화는 그것의 도입비용 뿐만 아니라 유지비용에 있어사도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이 거래비용은 물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더 싸지겠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있어 체계화를 위한 관리비용은 당연히 비싼 것이 되고 그 이득도 크지 않을 것이다.
괜히 중소기업으로서 욕심을 부려 "체계화"를 앞세우고 대기업에서 익히고 배운 체계를 도입하려다가 그걸 유지하는 인력과 시간이 그들에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고 현장에서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되지 못하게 되면 부당하다는 생각을 너나 나나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체계는 유명무실하게 되거나 억압수단으로 전락되어버릴 수 있다.
내가 컨설턴트는 아니지만 개발자로서 간혹 겪는 일들에서 이런 증거를 발견하곤 한다. 중소기업 고객사가 비합리적인 관리시스템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때 그것이 시스템의 정합성을 해치진 않더라도 정보의 관리가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높은 요구사항이라면, 나는 이런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곤 하지만.. 이것이 지나고보면 이 중소기업 고객은 체계성보다 효율성을 선택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본래 "관리"는 생산적 노동보다 비싼 것이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즉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규모의 기업이라면 체계적이지 않는 편이 더 싸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항상 선의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런 효율성 선택이 산업안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체계화가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상이 보통 비용절감, 업무표준과 같은 것에 집중이 된 것을 방향을 바꿔 안전한 일자리, 산재없는 일자리, 노동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업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에 더 이익이 된다. 민주당에 의해 누더기가 되어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사실 중소기업들이 이런 산재에 대한 대응을 하도록 유인하게 만들 기회였는데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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