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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최근 들어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저임금제도의 폐지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생각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저임금제"의 명칭 때문이다. 사실상 「최저임금제」라는 단어 자체가 이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게 만든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소생활가능임금이라고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를 더 잘 보여줬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예컨대 「최저임금」이라는 단어는 "최저임금 아래의 고용을 통제한다"는 논리가 거칠게 앞세워진다.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 아래의 잠재적인 고용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언제나 등장하게 되고, 그럼에도 노동자의 삶의 최소조건을 정부가 지켜줘야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자는 임금이 노동의 댓가라는 입장에 기반하고 후자는 임금이 노동력의 댓가라는 입장에 기반한다. 그리고 이 둘이 서로 다른 차원에서 임금개념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둘은 경제학설사 속에서도 화해될 수 없었다.
위 그래프에서 인상률의 추이를 보면 확실히 박근혜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임이 상당 수준 올라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인상률만 보고 얘기하는 것이지만 이는 최임제의 취지에 맞는 파레토 최적이 되는 기준을 넘어서서 고용주에 부담을 키울 정도는 되었을 것 같다. 이런 맥락 속에서 "정부가 기업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말에도 힘이 실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멀찍이 떨어져서 생각해보자. 최임이 폐지되어 최저임금 이하의 잠재고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리고 그러는 편이 잠재된 고용이 통제되어 일을 하지 못해서 얻었던 고통보다 더 큰 이득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엄밀하게 검토하기에는 여유가 없으나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보고자 하였다.
최임 이하의 잠재적 고용
먼저 이 최저임금 이하의 잠재된 고용이 정말 얼마나 무시하기 어려운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 잠재고용이란게.. 결국 실제 고용을 위해 구인을 하기 전까지는 고용주의 마음 속에만 있기 때문에 안철수마냥 고용 의지 있음과 없음이 중첩된 상태라(?) 확인하는게 쉽지 않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있는 변수를 생각해보면 문제가 의외로 어렵지는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저임금 위반 건수가 꽤 좋은 상관관계를 갖는 변수라고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위반 건수는 실제 고용이 일어났거나 실제로 고용을 하려고 했다는 측면에서 이 지표는 참고해볼만 하다. 한국경제에서 해당 내용을 발췌해보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저임금법 위반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해인 2017년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수는 1671개였지만 다음해 2021개로 늘었고, 2019년에는 4762개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
2017년 이전은 어떨까? 아래의 그림을 보면 매일노동뉴스에 2012-2015 위반건수 추이를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위반 건수 추이를 보면 (물론 불행한 사실이지만) 확실히 최저임금 이하의 잠재고용이 상승하는 추세일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관관계로 풀이한 한계가 있으나) 최저임금 이하의 잠재적 고용은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임 이하로 고용 당하는 편(?)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을 측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저임금 기준 이상에서 고용이 안되는 이가 느낄 고통은 분명 고통이지 만족감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안 로빈슨은 다음의 명언을 남겼다.
자본주의에서 착취 당하는 것보다 더 나쁜 한 가지는 착취당하지 않는 것이다. 2
또 다른 측면에서 그가 본래 가지고 있는 노동능력이 최임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런 이들은 고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넘어서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경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공고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 나는 일자리가 너무 없었다. 군대를 제대해서도 세상은 고졸에게 매몰찬 곳이었다. 결국 나는 야간 전문대에 입학했고 주경야독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2년동안 감내해야했으며 다니던 회사에서는 고졸 사원으로서 상당한 눈치밥을 먹으며 칼퇴하며 학교로 향하곤 했었다.
결국 이 사례는 최임이라는 제도가 노동자의 노동능력의 가치를 올리는 기회를 강제한다는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누구나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최임은 비효율적인 자영업자를 한계기업으로 만들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자기계발을 할 의지가 없는 보통의 비효율적인 노동자 역시 한계노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과잉인구와의 경쟁 완화
최임은 산업예비군의 유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유입-유출 노동력 간에는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허나 박종수(1988 : pp99-100)는 3 이 둘의 노동력상품이 질적으로 다른 상품시장을 갖는다고 지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른데, 이는 유출된 노동력은 동일 직업 동일 소득으로 복귀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경력직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높은 소득을 올려 이직할 수 있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 현재에 유출된 노동력이 복귀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최임은 유입하려는 노동력의 진입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산업예비군에 의한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도 방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최저임금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현대경제학계에서 논쟁적인 주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주류와 마찬가지로 마르크스경제학도 취약한 노동력 계층에 부정적이라고 예상할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보통 높지 않거나 고용감소에 대한 보완책(실업급여 등)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 많다. 4
임금의 신비화
또 다른 차원에서 최저임금제도는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신화"와 관련된 문제를 안고있다. 큰 틀에서 임금이론은 두 개의 접근이 있고 서로 대립하고있다. 첫째는 한계노동에 의한 임금 결정 둘째는 노동력 재생산에 의한 임금 결정을 주장하는 측이다. (전자는 더 폭넓고 다양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하면 후자의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정책이 된다.
예컨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여러 군데에서 하고 있으나 주 15시간 이하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어떤 노동자를 상상해보자. 이 사람이 노동시간에 대해 정당한 최저시급읗 얻게 되어 생필품을 구입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의 최소생활이 가능한 생활재를 얻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경우는 복지제도 등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지 최임이 이런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보완을 위해서라도 제도의 명은 제도의 취지에 맞게 "최소생활가능임금"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반에서라면 우리는 파트타임 혹은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보완하는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런 의문에 답하듯이 각 지자체에서는 생활임금에 대한 조례가 별도로 설치되어있다. 이 조례는 공공부문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그대로 월급을 기준으로 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간경제까지 아우르는 최저임금제도의 경우 파트타임 계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5
결론 - 최임제도 폐지와 관련하여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최임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그의 생각은 바로 최저임금으로 잠재 고용을 통제한다는 사고방식에 기반하여 이를 폐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보완책은 무엇인지 전혀 얘기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임 제도가 부작용이 있더라도 여전히 강력한 생활가능임금의 역할을 잘 수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해야한다. Autor, David H., Alan Manning, and Christopher L. Smith(2016: p88)에 따르면 1979-89 미국 통계를 확인해본 결과 임금격차 축소에 대한 최저임금의 영향력이 하위계층 15%에 해당한다는 추정결과가 있다. 이와 함께 임금 분포가 일반적으로 좌측으로 밀집되어 우측으로 갈수록 긴꼬리의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였을 때, 최임의 폐지는 하위계층에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임금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6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은 잠재고용의 해방에 근거하기 때문에 힘을 얻고 있으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임금의 탈신비화 의제는 별로 쓸모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최임 폐지로 인한 잠재고용 부분과 폐지 시 피해를 받을 계층에 대한 보완대책이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최임제도의 폐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취약계층이 바로 장애인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장애인 고용은 느리긴 하지만 천천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2010년부터 정부가 법개정으로 장애인의무고용을 300인이상에서 50인 이상으로 확대하고 1%를 3%로 확대적용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 7 보호시설이 아니라 민간기업에서 최임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폐지로 인해 비-장애인노동자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8
문제는 사상을 너무 앞세운다는 점이다. 현실이 이렇듯 녹녹치 않은 문제들이 많은데 무작정 폐지한다는 목소리가 앞세워지니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어쨌든 이 문제가 어떻게 될지는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경제. "최저임금 위반 3년새 3배…범법자 내몰린 소상공인들". https://www-hankyung-com.cdn.ampproject.org/v/s/www.hankyung.com/economy/amp/202009211300i?amp_js_v=0.1&usqp=mq331AQKKAFQArABIIACAw%3D%3D [본문으로]
- Erik Olin Wright. 2014. "리얼 유토피아: 좋은 사회를 향한 진지한 대화". 8. 변혁이론의 요소들 中. 권화현 번역. 들녘. [본문으로]
- 박종수. 1988. "상대적과잉인구의 생성 및 존재형태". 勞動經濟論集. [본문으로]
- 최경수. 2018.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KDI FOCUS. 통권 제 90호. 2018/06/04 [본문으로]
- 서울형 생활임금. https://news.seoul.go.kr/economy/living_wages [본문으로]
- Autor, David H., Alan Manning, and Christopher L. Smith, 2016. “The Contribution of the Minimum Wage to US Wage Inequality over Three Decades: A Reassessment,” 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 8(1), 2016, pp.58~99 [본문으로]
- 매일노동뉴스. "장애인 노동자 임금 최저임금 3분의 1".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388 [본문으로]
-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7169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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