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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단순한 노동과 복잡한 노동의 구분 문제를 얘기하며 보통은 복잡한 노동이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한다고 보는 것이 전통적으로도 현대적으로도 중론이다. 그런데 여기에 차원을 하나 더 집어넣어 "숙련도"라는 변수를 넣으면 이 관계는 역전될 수 있을까? 즉 단순한 노동도 숙련도가 높아지면 복잡한 노동의 미숙련 노동력이 생산하는 가치를 넘어설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오늘의 의문이다. 이 의문은 이론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실증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우선 다음의 표를 고려해보자.

(생산하는 상품 단위당 가치) 숙련도가 낮은 노동력 숙련도가 높은 노동력
단순한 노동
복잡한 노동

이론에서는 각 노동력들이 생산하는 상품 단위당 가치는 ⓐ<ⓓ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가치라는 것은 관측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대응하는 지표로서 총노동시간(노동시간×노동인구)을 계산하면 되지만 그렇게 된다면 노동인구수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이럴 경우 "임금률 균등 가정"[각주:1]에 따라 임금을 지표로서 사용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2. 데이터 수집

먼저 고용노동통계에서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직종과 경력연수가 조사된 내용이 있다. 이 데이터에서 관리자 및 전문직을 뺀 직종을 대상으로 전체 경력연수를 월임금총액으로 표를 아래와 같이 구성해보았다.

(월임금총액) [천원] 1년미만 1~3년미만 3~5년미만 5~10년미만 10년이상 전 경력
단순노무 종사자 1,843 2,080 2,156 2,301 2,555 2,199
서비스 종사자(4) 1,520 1,736 1,893 2,108 2,616 1,928
사무 종사자(3) 2,461 2,868 3,253 3,864 5,400 4,185
판매 종사자(5) 2,156 2,618 2,934 3,346 4,634 3,399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6) 2,095 2,391 2,494 2,851 3,101 2,722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2,476 2,834 3,011 3,404 4,149 3,480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2,375 2,676 2,856 3,250 4,230 3,405

대체로 단순노무 직종보다 사무 직종은 더 복잡하다. 하지만 숙련도로 이들의 1년 미만 임금을 따라잡으려면 10년이라는 경력연수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는 성립한다. 그런데 서비스 직종은 분명히 단순노무보다 복잡한데도 여기서는 ⓑ>ⓒ로 역전된다. 서비스 종사자가 단순노무 직종의 1년 미만 임금을 따라잡으려면 3년 이상의 경력연수가 필요하다.

3. 결론

이론의 영역에서 말하는 단순-복잡 노동의 관계는 사실 극단적인 경우에 한해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중간에는 예상과 맞지 않게 된다. 이런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환원문제"와 관련한 문제를 낳는다. 어떤 직종의 노동이 복잡하든 간에 그 노동이 생산하는 상품 단위당 가치는 단순한 노동의 미숙한 노동이 생산하는 가치로 환원할 수 있다고 할 때, ⓑ<ⓒ가 성립하지 않는 어떤 직종과 숙련도를 갖는 직종 $X$가 존재한다면 환원계수가 선형적 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결론내려야 한다. 이런 경우는 각 직종에 대해 조건부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2백만원이라는 월임금총액이 있다고 하자. 각 직종들에서 경력연수에 따른 월임금총액에 대한 분포를 갖는 확률밀도함수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f(직종, 경력 | 2백만원)과 같은 조건부 확률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1. Krause, U. (1982). Money and abstract labour. NLB/Verso.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