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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지난 수십 년 전부터 미국의 뉴욕 및 시카고는 인종 분리 거주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많은 사설들은 "인종주의"를 그 원인으로 분석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에서 점차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그 원인에 대해 돌아보고 있기도 하다.

“런던 시내 중심부는 이미 집값이 매우 비쌌고,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미 경제적인 분리가 뚜렷했습니다.”[각주:1]

하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불평등 역시 왜 특정 인종이 가난한 것으로 나타나는가를 보자면 인종주의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따로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인종주의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 아니냐는 거다.

그런데 인종 분리 거주 추세는 과연 인종주의, 인종차별에 따르는 문제인가? 용감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지 않을까?

셸링 모델

인종 분리 거주 추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학자는 미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1921~)이었다[각주:2].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우리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리 거주 경향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가까운 것이다. 그의 분석에서 가정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사람들은 이웃이 다른 인종이라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즉 모든 사람들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둘째. 하지만 주변 이웃을 포함해 자신이 (그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히스패닉이든 아시아인이든 간에) 소수의 인종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는 그곳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것이다.

이런 생각에 기초하여 셸링은 바둑판에 휜 동전을 백인, 검은 동전을 흑인으로 표현한 후 무작위로 그 동전을 위치시킨 후 20 여 개의 동전을 무작위로 골라 빼버렸다. 일종의 혼란을 만들어낸 후 위의 가정에 기초한 준칙에 따라 동전을 재배열하는 반복시행을 하였다. 그 결과 인종 분리 거주 현상이 재현되는 놀라운 결과를 얻은 바 있다[각주:3].

<그림 1> (a) initial condition of one of Schelling's experiments; (b) stable segregated pattern obtained in several iterations (Schelling, 1974)

<그림1>을 보면 무작위로 배열되어 골고루 섞여있는 인종들이 위의 단순한 준칙에 의해 그룹핑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미시적인 동기로서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거시적 결과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인종 분리 거주 경향이 이런 결과에 따름 아니라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인종 분리 거주는 미시적 동기가 인종주의자가 아니도록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줄 뿐이다.

크루그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직화한(organized) 것이 '좋은(good)'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각주:4]

우리는 개인의 미시적 동기가 아무리 옳은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하더라도 거시적인 결과가 반드시 우리의 미시적 동기에 의해 지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셸링 모형 프로그래밍

이것은 너무 준칙이 간단해서 프로그래밍을 옥타브로 짜보았다. $100\times{100}$의 바둑판 안에서 백인이 1, 흑인을 2로 놓고, 빈 공백을 0으로 해서 이 셋을 무작위로 배열한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준칙에 따라 반복시행을 300번 정도를 거치게 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일어난다. (16. 6. 12 수정.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개별 단위로 하는 게 아니라 3×3의 집합 내에서 소수 인종의 경우 공백인 곳 중 무작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니 꽤 빠르게 20회 내외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여기에 새로 반영된 이미지로 교체하였음을 알린다)

<그림 2> 인종 거주 모델 초기 상태

 

<그림 3-1> 인종 거주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물론 결국 분리 거주 현상이 그대로 재현됨을 알 수 있다.

(16. 6. 12 수정 : 아래는 20회에서 수렴되는 GIF 이미지를 추가하였다)

<그림 3-2> 인종 거주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과정

독신자 젠더 모형 프로그래밍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사실로 셸링 모델을 수정해보자. 일명 독신자를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의 거주 모형을 만들어본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현재는 평균 결혼 연령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따라서 독신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대한 분석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데, 독신 여성과 독신 남성의 거주 행태가 여기에서의 분석 대상이 될 것이다.

독신자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남성 여성의 분리 거주 형태는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우리는 아래와 같이 가정한다.

첫째. 독신 여성은 남성에 비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보다 이웃의 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따라서 여성은 자신이 소수, 즉 전체 이웃의 여성의 비율이 30%가 된다면 그곳을 피하고 싶어한다.

둘째.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 이웃의 성에 민감하지 않다. 그러나 이웃의 80%가 남자라면 그곳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한다.

즉 이 가정은 남성은 남성의 성비율이 다수일 때를 불안해하며, 여성의 경우 여성의 성비율이 소수일 때를 불안해 한다는 데에 근거한다. 이는 경험칙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통계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단순한 가정에 따라 우리가 살펴보려는 것은 젠더 분리 거주뿐만 아니라 젠더 간 이사 횟수 역시 우리의 관심이 된다. 그리고 성별로 그 횟수가 감소할 것인지 증가할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좀 더 빨리 끝을 내고자..(내일 출근해야 함) $50\times{50}$의 판으로 1,000회의 반복시행을 거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림 4> 독신자모형 초기 상태

 

<그림 5-1> 독신자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1,000회의 반복시행 후)

<그림 5>를 보면 인종에 대한 실험인 <그림 4>와 비교해 볼 때 자기조직화가 발생하지 않고 골고루 분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의 실험에서는 분리 경향이 잘 나타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림 6> 남-여 이사 횟수 추이

16. 6. 12 수정: 이전에는 남성의 이사횟수가 수렴하는 것을 확인했으나 개별단위가 아니라 집합단위로 개선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였을 때는 남성과 여성 모두 수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사횟수는 개별단위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이사횟수가 더 많으며 남성의 이사횟수의 최소값, 평균값, 최대값은 순서대로 268 회, 326.74 회, 412 회이다. 여성의 이사횟수는 마찬가지로 437 회, 501.93 회, 616 회이다. 어쨌든 이런 의사결정이 성별마다 다르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여성이 더 많은 이사를 간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는 곳에서 정착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경험적인 자료로 확인해본다면 과연 이런 결과와 비슷하게 나올까? 성별로 이사 횟수를 조사한 자료를 찾을 수 없어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데, 물론 이사를 가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 전월세의 가격의 증가폭, 교통문제, 범죄율, 직장과의 거리나 파견지의 거리 등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여기에서는 그와 같은 문제들을 배제시킨다면 독신자 중 성별에 따라 남성은 정착할 확률이 높고 여성은 정착할 수 없는 확률이 높은 경우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나 역시 깊이 생각하건대 독신 여성이 고민하는 층위는 분명 이와 같을 것이며 남성인 나에 비해 범죄율에 대해 더 높은 고려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통계적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독신자 중 남성과 여성 간에 이사 횟수나 한 주택에서 오랫동안 산 기간 등을 조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직횟수, 이사의 거리 등등의 변인을 패널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이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이와 같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만약 이와 같은 결과가 사실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는 것은 분명 사회적 낭비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사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모든 여타 변수가 불변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독신자 중 여성이 한 곳에 정착하기에 남성보다 더 많은 불리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와 같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관 글. 2016-05-15 작성]

  1. "경제적 불평등이 낳은 도시의 분리(segregation)". http://newspeppermint.com/2015/10/28/urbansegregation/ . 뉴스 페퍼민트. [본문으로]
  2. Schelling, T. C. (2006). "Micromotives and macrobehavior". WW Norton & Company. [본문으로]
  3. Schelling, T. 1974. On the ecology of micromotives. In The corporate society(pp. 19-64). Macmillan Education  UK. [본문으로]
  4. 폴 크루그먼. "자기 조직의 경제". p50. 부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