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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라스트 어택 (극장판)

라스트 어택 포스터

이번 [진격의 거인 - 라스트 어택]은 메가박스 단독으로 나온 극장판으로 최종장 전편과 후편의 총집편이다.

 

[메가박스]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이것이 최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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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땅울림을 발동하고난 뒤 엘런을 막으러 가기로 합심한 아르민 일행(조사병단+전사)이 배를 타고 비행장으로 향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사실 나는 최종장 후편을 보지 못했는데.. 우연히도 극장에서 진격거가 개봉되었고 게다가 4D로 볼 수 있는 기회라니.. 역시 덕들의 희망 메가박스다. 4D는 못참지.

일단 4D관의 이름이 "입체기동장치관"이어서 무척 기대하고 보았는데 기대이상이었다. 아르민 일행이 입체기동장치를 이용하여 거대한 뼈체가 된 엘런 주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체험하다보니 정말 정신이 없더라. 좌석이 움직이고 바람도 이쪽 저쪽에서 불고 연기도 불어주고 발목도 터치되고 냄새도 뿌려주면서 매우 기대이상의 체험을 했다. 진짜 입체기동장치를 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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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역은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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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진격거를 보아온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매듭짓는 기회가 되었으므로 몇 가지 생각을 끄적여볼까 한다.

1.

엘런은 이미 정해진 미래, 바꿀 수 없는 미래를 "결정했다". 이 부분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예컨대 칸트에 있어 자유란 자유로워지란 명령을 따르는 것인 바인데, 따라서 이미 정해진 미래이지만 그것은 엄연히 엘렌 스스로가 수행한 것의 미래의 결과이므로 인류 학살은 엘런이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한 것이고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했을 것이다.

"무엇이 자유인가! 그것은 인간이 책임성에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율 의미한다."
니체(1988, pp76)[각주:1]

좀 더 설명해보자면, 엘런은 히스토리아의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이는 우연히도 시조의 거인을 계승한 상태에서 에르디아 왕 혈족과 접촉한 것이 되었다) 매우 부정적인 미래를 확인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그의 내적 갈등은 그것을 자신의 자유로운 행위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는 이런 것이다. 바로 남탓이다. 예컨대 대량학살 독재자들이 "나라를 망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걸 상상해보자. (실제로 저런 식으로 생각할 놈들이 드글드글하다) 이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과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느냐가 변수가 아니라면 차라리 엘런이 더 윤리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2.

여기서는 엘런의 광기에 대한 나의 의견을 보태고자 한다. 예를 들어 엘런의 땅울림 그리고 인류 대학살은 분명 그의 광기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라고 관람자에게 묻는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연쇄살인 정도의 사고방식으로 땅울림을 비견해서는 그 크기의 격이 너무 맞지가 않기 때문이다. 광주 학살에 국군을 이용한 전두환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그가 미쳤었을 뿐이라며 넘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여 엘런을 싸이코 혹은 광자 쯤으로 해석하는 밈과 설명이 나는 일부분 윤리가 결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여기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베르돌트와 애니, 히스토리아와 유미르, 엘런과 미카사, (불분명한 경우) 아르민과 애니, 샤샤와 코니(얘들은 사랑보다는 우정이라 해야 하나?) 등 서로의 마음은 알더라도 결국 여러 이유와 오해와 왜곡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 큰 스토리 줄기에서 이런 로맨스는 분명 불필요했기에 무시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엔딩을 보며 이와 관련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시조의 거인 유미르 그리고 그녀가 지켜봐왔다는 미카사의 관계 때문이다.

유미르 그녀는 프리츠 왕을 흠모했다. 그러나 프리츠 왕은 그녀를 이용하기만 했을 뿐이고 이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유미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츠 왕과의 약속을 2천년 넘도록 계속 유지해왔다. 그리고 지크 심지어 엘런조차도 왜 유미르가 땅울림을 바랬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이후 미카사가 그 목적이었음이 밝혀졌다.

미카사도 자신과 같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에 고통스러워했고 그녀가 어떻게 이것을 정리해낼 수 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 유미르는 상당히 넘사벽의 능력을 가진 에르디아인의 신적 존재이긴 하지만 이렇듯 무언가 속박적이고 어떤 점에서는 도착적이며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허약한 존재였던 것. 아르민이 "엘렌은 우리가 막아주길 바란 것 아닐까?"라고 말한 것과 같이 유미르 역시 미카사가 자신의 프리츠 왕에 대한 속박과 같은 사랑에서 해방시켜주길 바랬고 그것은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4.

지크 예거가 "생물은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존재"라며 아르민에게 왜 너는 그럼에도 인류를 구하려고 하는가라고 묻는다. 아르민이 모래장에서 주워 올리는 나뭇잎 그리고 지크에게는 야구공으로 보이는 어떤 X. 나는 이 X가 바로 맥거핀의 훌륭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맥거핀이란 그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가치도 없는 어떤 것이지만 그것은 욕망을 일으킨다. 예컨대 가장 적절한 현실정치의 예시로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들 수 있다.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였는데 그 증거는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량살상무기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부시에게 대량살상무기는 맥거핀에 불과했고 그 맥거핀을 중심으로 동맹들이 연합군으로 뭉쳤다. 결국 그는 본질적으로 전쟁을 하고 싶었을 뿐이고 따라서 "대량살상무기"는 동맹국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아무래도 좋았떤 맥거핀이었던 거다.

단지 공놀이를 하고 싶었을 뿐인 것을 위해(지크) 단지 평야를 친구들과 달리기 위해(아르민)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것에 왜 지크는 니힐리즘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가 다시 인류 구원을 위해 행동을 취할 수 있던 것일까. 우리는 이걸 일종의 가치로 환원하면 안된다. 다시 말해 파괴된 세계 속에서 평온한 일상은 큰 가치를 갖는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크가 허무에 빠지며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존재"라는 인간이란 사실 그 삶을 들여다보면 공을 주고 받는 놀이를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며 평야를 친구들과 달리는 것을 열망하고 욕망하는, 즉 생물의 증식과정과 아무 상관없는 것에 욕망을 갖는 것을 발견한 데에 있다. 자연적인 인간 개별은 수명에 의해 죽어 없어지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세대를 이어가며 그런 놀이들이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하여 이렇게 지크가 그 무가치한 것을 반복해온 인간을 깨우치며 행동에 나선 장면은 상당히 니체적이었다. 그리고 엔딩에서 땅울림이 끝이 나고 100년이 흘러가며 다시 나라간 전쟁이 반복되고 에르디아에 군국주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서로가 싸우는 행태들이 반복되는 장면이 비추어진다. 이런 엔딩을 보며 관람객은 "지크의 결의는 무의미했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니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반복의 결과는 (고통스럽지만) 긍정적인 것이겠다.

극장판을 볼 생각이라면 4D로 볼 것을 매우 추천하는 바이다. 최종장을 보았더라도 역시 4D를 강력 추천한다. 이왕 주행을 시작한 진격거 팬이라면 당연히 입체기동장치를 타는 체험은 해봐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메가박스 단독이기도 한 상황에서 메가박스가 4D관을 많이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새 만석이 되어 예매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예매에 주의가 필요하다.

-끝-

  1. Nietzsche, Friedrich. 1988. Kritische Studienausgabe ín 15 B den, G. Colli u. M. Montinari 
    (Hrsg.), MUnchenIBerlín이ew York, [KSA]. 최순영. (2002). 니체와 기독교에 있어서 자유의 문제. 한국정치연구 (Journal of Korean Politics), 11(2), 69-92. (pp76)에서 재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