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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혜림(2014)[각주:1]의 논문에 대해 후기를 쓸 겸 작성되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계급론은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의미한다.

1. 계급죽음 논쟁과 계급론의 추상수준에 대한 문제

계급죽음 논쟁은 4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한다.[각주:2] 여기서 문혜림이 1차부터 4차로 구분한 것들을 일일이 여기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직접 읽어보라) 여기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보았던 추상수준에 대한 문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계급죽음 논쟁은 니스벳(1959)[각주:3]에 의해 출발한다. 그는 미국 사회가 계급사회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펼쳐 계급죽음 논쟁을 촉발시키게 된다.

하지만 서구 사회의 대부분에 한해 봤을 때, 특히 미국의 경우, 계급 개념이 대개 사라졌다. 부와 권력, 지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용한 조사는 현대 정치 · 경제 사회의 실제 역사를 더욱 잘 대표하는 개념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각주:4]

이에 대한 계급 옹호론자로 참여한 헤벨르(1959)[각주:5], 던칸(1959)[각주:6]은 니스벳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계급분석이 추상수준이 낮은 단계(즉 거시적인 단계)에서는 유용한 분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가 폴(1989)[각주:7]에게도 반복된다. 그는 계급론을 비판하면서도 계급분석이 유용한 분야를 비교사회학, 역사사회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각주:8]

계급죽음 논쟁은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에 대한 복잡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문제가 제기된 논의이지만 가장 생산적인 논의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계급론을 어느 추상수준까지 허용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2. 노동가치설과 추상수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은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으로 구분하는 양대계급설이다. 계급죽음 논쟁이 보여주듯 계급개념에 대한 비판자에게도 계급이라는 요소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정하기 어려운 원인은 바로 지배관계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일테고 이 지배관계를 계급으로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이트가 예로 든 수감자와 교도관이라는 관계처럼, 지배한다고 해서 착취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 역시 존재한다.[각주:9] 역으로 모든 착취는 지배관계이기도 하다.

노동가치설은 잉여가치설을 포함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노동가치설은 착취이론이다. 가치의 실체가 노동이며 그 크기는 상품 한 단위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설이 노동가치설이며, 잉여가치설은 노동자가 노동력의 가치를 실현할 평균노동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도록 노동시간을 지배하는 자본가에 의해 가치를 착취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르크스경제학은 (1)폐쇄경제[각주:10] (2)비결합생산(상품 i의 생산방법은 상품 i만을 생산한다) (3)비이질적 노동(환원계수가 모두 1이다) (4)고정된 소비계수(노동자계급은 소비재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 소비한다)와 같은 '강한 가정'으로 구성된 모델로 착취를 분석하는 것에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런 가정들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치론이 추상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르크스가 마치 자본론 1권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역사와 추상적 개념을 (서술적인 방법으로) 계속 건너뛰었던 그 방법 말고는, 매끄럽게 이를 매개시키기는 힘든 상황이다.

예컨대 생산적 노동은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은 그 경계조건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일은 통계분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증을 하려 할 때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은 생산적 노동의 경계문제에 반드시 맞닥뜨리게 된다. 이 문제는 실증연구 초기에는 생산적 노동의 경계조건을 물질생산에 두는 방식을 사용했다. 한마디로 제조업 혹은 광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정성진(1990)[각주:11], 박형달(1994)[각주:12], 김정주(2000)[각주:13]의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생산적 노동의 경계 문제의 애매모호함을 차차 인식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업종으로 구분하게 되면 그 안에 사무직과 같은 비생산적 직종들이 포함된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서비스직이라고 해서 물질생산을 안하지도 않는다(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의 사례). 이런 골치아픈 문제들이 구 베르나르(1990)[각주:14]의 연구를 시작으로 Shaikh and Tonak(1994)[각주:15], 정성진(2005)[각주:16], 정구현(2016)[각주:17]에 의해 민간시장에서 고용된 모든 노동들이 생산적이라는 기준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생산적 노동 구분문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Hardt and Michael(2005)[각주:18], Laibman(1999)[각주:19]과 그렇게 멀지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구 베르나르로부터 실증연구들은 대체로 추상노동 방법론에 많이 의존하고있다. 그것은 단순하고 강력하지만, 경제학자로써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지식으로 확장할 기회들이 적어졌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추상노동 방법론은 추상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질적 노동을 다루는 최근의 논의(뒤메닐&폴리&레비(2009)[각주:20], Rieu(2008)[각주:21], 한상범-류동민(2015)[각주:22])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추상노동 방법론의 문제는 결국 그 사회적 관계라는 정의 때문에, 미시적 요소에 대한 분석이 뒤로 밀린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류동민은 MELT를 분해하여 이질적 노동을 정규화하고 MELT와의 비례관계를 공준으로 정의한다. 이 접근법은 결국 복잡하고 다양한 노동들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든다.

이런 나의 해석은 '가치론'이 거시적인 수준에서만 유효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 않을까? 현재의 나로서는 이에 대한 답이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 다시 고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3. 결론

계급죽음 논쟁이 결국 어느 추상수준에서 허용될 수 있는가로 요약된다면, 라이트는 구체적인 현실들과 계급론이 화해되도록 베버주의 방법론을 일부 수용하는 등 시도를 하고 있다. 잘 알려져있듯이 라이트의 시도는 중간계급을 "계급의 모순적 위치"라는 개념으로 사고하며 베버주의의 지배개념을 빌어 분석을 시도한다. 이에 대해 문혜림을 비롯하여 이강익(2004)[각주:23]은 라이트의 시도에 대해 전통마르크스주의의 핵심명제들과 화해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혜림은 결국 추상수준의 문제를 방법론의 문제로 보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답을 내리진 못하는 것 같다. 과연 계급의 추상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아니면 변증법적인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런 쪽에 관심이 없기도 하려니와 일단 변증법이라고 하면 혼란부터 온다. 마르크스주의는 변증법에 대해 (기술하는 것의 문제를 떠나서 방법론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로 합의가 되어있을까? 물론 큰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그 연옥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니까 말이다.

[이관 글. 2018-09-13 작성]

  1. 문혜림. (2014). 계급죽음 논쟁에 대한 맑스주의 비판. 한국사회경제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1-27. [본문으로]
  2. 문혜림. (2014). ibid. p15. [본문으로]
  3. Nisbet, R.(1959). 'The Decline and Fall of Social Class'. Pacific Sociological Review, 2(1): 11-28. [본문으로]
  4. Nisbet, R.(1959). ibid. p17.  문혜림(2014, p15)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5. Heberle, R.(1959). 'Recovery of Class Theory'. Pacific Sociological Review. 2(1): 18-24. [본문으로]
  6. Duncan, D.(1959). 'Discussion of Papers'. Pacific Sociological Review. 2(1): 27-29. [본문으로]
  7. Pahl, R.(1989). 'Is the Emperor Naked?'. International Journal of Urban and Regional Research 13: 709-720. [본문으로]
  8. 문혜림. 2014. op. cit. p21. [본문으로]
  9. Wright, E.(2009), "Understanding class: Towards an integrated analytical approach." New left review 60.November?December (2009): 101-16. (국역본)계급 이해하기. p32. 문혜림&곽태진 옮김. 산지니 출판사.2017. [본문으로]
  10. Steedman. I. 2002. “Marx and Sraffa and the O pen Economy.” paper presented for The 4th A nnual Conference of the Association for H eterodox Economics.Abstract 349. [본문으로]
  11. 정성진. "한국경제에서의 마르크스 비율의 분석." 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1990). [본문으로]
  12. 박형달. "한국 경제에서의 이윤율 변동과 경제성장에 관한 연구." 전남대학교 경제학박사학위 (1994). [본문으로]
  13. 김정주. "한국에서의 가치생산 및 가치분배구조 변화에 관한연구." 한양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 논문(2000). [본문으로]
  14. Gouverneur, Jacques. "Productive labour, price/value ratio and rate of surplus value: theoretical viewpoints and empirical evidence." 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14.1 (1990): 1-27. [본문으로]
  15. Shaikh, Anwar M., and E. Ahmet Tonak.  op. cit. [본문으로]
  16. 정성진. "한국경제의 마르크스 비율 분석: 1970-2003." 사회경제평론 (2005): 293-339. [본문으로]
  17. 정구현. "한국의 잉여가치율: 1980-2011 년-‘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모형이 지니는 약점과 그 보완." 사회경제평론 (2016): 25-58. [본문으로]
  18. Hardt, Michael, and Antonio Negri. Multitude: War and democracy in the age of empire. Penguin, 2005. [본문으로]
  19. Laibman, David. "Productive and unproductive labor: A comment." 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 31.2 (1999): 61-73. [본문으로]
  20. Duménil, Gérard, Duncan Foley, and Dominique Lévy. 2009. “A note on the formal treatment of exploitation in a model with heterogeneous labor.” Metroeconomica, Vol. 60, No.3, pp.560∼567. [본문으로]
  21. Rieu, D. M. (2008). Estimating sectoral rates of surplus value: Methodological issues. Metroeconomica59(4), 557-573. [본문으로]
  22. 한상범,류동민. 2015. "price-value relation with stochastic profit rate and labor heterogeneity". 한국 사회경제학회 여름학술대회 발표논문. [본문으로]
  23. 이강익. (2004). 라이트의 후기 계급구조 모델에 대한 비판적 고찰. 사회과학연구43, 1-3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