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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셜록 홈즈 전집 후기 – 2/3

현정경 2021. 5. 31. 06:28

예전에 셜록 홈즈 전집(9권)을 반값에 10년을 대여할 수 있다고 알X딘에서 광고를 하길래 질렀던 적이 있다. 그때가 16년도.. 사긴 샀는데 10년 대여니 뭐 거의 안읽고 쟁여두었었는데.. 이제 5년차에 접어드니 정신차리고 전집을 정주행하기로 했다. 아직은 다 못읽은 상황이라 3편으로 끊어서 3권 씩 후기를 써볼까 한다.

셜록 홈즈 전집 – 4. 공포의 계곡

공포의 계곡에서 드디어 "모리어티" 교수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만 음모론과 그에 대한 홈즈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인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어쨌든 이번 시리즈는 벌스턴 빌에 거주하는 시골부자 더글라스의 의문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출발한다. 더글라스는 끔찍하게도 머리가 산탄총에 의해 산산조각 나있었고 저택의 손님인 바커가 처음 총소리가 나서 달려가면서 그 사체를 발견했고 이후 더글라스의 아내와 고용인들이 발견했다. 범인은 곧바로 도망친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의문스러운 점들 때문에 이것이 외부인의 소행인지 내부인의 트릭에 의한 것인지 추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홈즈 시리즈의 백미는 범행동기를 장대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 아니겠는가? 공포의 계곡 시리즈는 범인의 정체도 매우 반전이었지만 범행동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사실 미 서부개척 시대에 조직폭력배 활동을 하면서 맺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과거 극악한 조직폭력배 활동이 어떤 명분으로 이루어져왔는가에 대해 매우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과연 역사소설가였던 코난 도일 답달까?

셜록 홈즈 전집 – 5. 셜록 홈즈의 모험

일종의 단편집 모음이라 볼 수 있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들어가있고 여기에 홈즈가 존경의 표현으로 "그녀"라 지칭하는 아이린 에들러의 이야기인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이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영드 '셜록'과 같은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인 아이린 애들러와는 좀 달리 수수한 캐릭터라는 느낌적 느낌이었다.

빨간머리 연맹 편은 [명탐정 코난]에서도 각색한 이야기로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꽤나 창의적인 범죄수법이랄까?

그 외의 이야기는 특별히 감흥 받은 건 많지 않았다.

셜록 홈즈 소설 전집 - 6. 셜록 홈즈의 회고록

이 작품도 「셜록홈즈의 모험」처럼 단편집 모음으로 되어있다. 일단 이 작품이 유명한 건 이 책의 『마지막 사건』 때문이다.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와의 담판.. 이건 후술하겠다. 단편들 중 재미있게 읽었던 건 많이는 없던 것 같다. 그래도 코난 도일이 단순한 스토리를 미스테릭하게 전개시키는데는 탁월하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범죄 소재에 미스테리한 플로우를 결합한 것에 특히 그렇다고 할까.

인상깊은 단편들을 주요하게 뽑자면.. 먼저 『노란얼굴』이다. 그랜트 먼로라는 사람이 아내 에피와 관련된 미스테리로 홈즈에게 자문 의뢰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먼로가 얼마전 건너집으로 이사온 이웃집을 지나치는 중이었다. 2층 창가에서 노란 얼굴을 한 기이한 사람을 보게 되었고 마침 인사도 할 겸 자신이 본 것을 확인해보려 했으나 식모에게 저택 방문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기이한 건 새벽마다 아내 에피가 이웃집으로 찾아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포착되어 왔다는 것. 이런 의심스럽고 수상한 아내의 행동 때문에 먼로는 홈즈를 찾아와 의문을 풀어달라고 자문을 구한 것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 비밀이라는 건 단순했지만 인종차별과 관련있는 문제 때문에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도 단순한 비하인드인데 그것이 감춰졌어야 할 비밀 자체가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그 당시의 사회적 문제와 관련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잘 짜여진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는 『증권 회사 직원』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홀 파이크로프트라는 사람이 기이한 일로 홈즈에게 자문을 구하러 온다. 그는 큰 금융회사에 5년 정도 다니다가 회사가 파산하게 되어 구직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모슨 앤드 윌리엄스라는 큰 금융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구직 합격 소식에 들떠있던 중 그의 하숙집에 "재무관리인 아서 피너"라는 자가 찾아온다. 그는 파이크로프트가 모슨社에 취직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며 그에게 헤드헌팅을 하려고 찾아왔다고 한다. 프랑코-미들랜드 철물주식회사의 영업담당자가 되길 희망하며 이 회사는 브뤼셀과 산레모에 지점이 있고 프랑스에 134개의 지점이 있는 튼튼한 회사라고 소개한다. 이름을 들은 바는 없지만 무려 연봉이 500파운드로 제시되어 혹 하였다.(모슨社는 연 200파운드) 그래도 믿지 못하는 그에게 100파운드를 선불로 제시하여 결국 파이크로프트는 모슨社에 채용을 포기하고 철물회사에 가겠다고 하게 된다. 그런데 얼마 후 간 철물회사의 사무실은 형편없어보였고 일을 시켜주는 것도 전화번호부의 철물 판매상 목록을 작성하는 단순노동 정도라는 점에서 파이크로프트 씨에겐 실망스럽고 의구심이 들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수상한 것은 사무실의 관리인이 헤드헌터와 닮았고 정황상 동일인물로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오묘했는데 나는 처음엔 모슨社에 이 직원을 채용을 포기시키고 지인이나 자신이 채용되려는 "취업사기범죄"가 아닐까 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너무 없었는데.. (그 사람이 채용포기한다고 해서 다른 특정인이 채용될 거린 보장이 없으니깐) 나중에 보니 기똥차게도 모슨社의 강도를 계획했던 강도단들이었던 것이다. 그 계획을 보면 하나하나 기이하게 보이는 파이크로포트에게 시킨 일들에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소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떡밥회수가 매우 정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된다.

다음은 『러이게이트의 지주들』인데, 이 이야기는 정말 뭐랄까. 영드 「셜록」의 그 홈즈처럼 기막힌 연기와 계획적인 실수와 재치로 범인을 잡는 이야기이다. 커다란 범죄수사를 하느라 지쳐있던 홈즈가 휴가차 왓슨과 함께 헤이터 대령의 집에서 묵고 있던 때였다. 근방에 커닝엄 가에서 윌리엄스라는 마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부의 손에 쥐어진 찢어진 종이조각에서 발견된 우둘투둘한 배열을 갖는 문구에서 홈즈는 이것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며 마부도 이에 개입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후에 화분을 깨버리고 왓슨 왜 이러나! 하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장면이 완전 베네딕트랑 마틴 콤비 같은 상황이었다ㅋㅋ 만약 영드 [셜록]의 캐릭터를 미리 짜놓은 사람이 있다면.. 이 시리즈를 분명 주요하게 참고하고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러시아인 통역사』는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등장한다. 홈즈와 같은 비범함이 있으나 그것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확인해보려는 의욕이 없다는 점이 동생과의 차이라고 한다. 영드에서 마이크로프트는 영국정부의 비밀정보부 요원으로 나오지만 원작의 마이크로프트는 공공기관의 회계사로 나온다. 마이크로프트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였다.

『해군 조약문』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왓슨의 학창시절 친구이자 외무부 직원이기도 한 퍼시 펠프스는 장관에게 불려갔다. 장관은 당분간은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영국-이탈리아의 해군조약문을 보여주며 이것의 사본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다. 야밤동안 사본을 작성하다 잠깐 나간 사이 이 조약문이 사라지게 되어 큰 낭패를 겪었고 왓슨의 친구 홈즈가 이 사건을 해결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이러저러하게 수사를 진행하다가 퍼시의 약혼녀 애니 해리슨의 오빠 조지프 해리슨을 의심하게 된다. (물론 홈즈는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고 후에 의심했었다고 얘기해준다) 예상을 뛰어넘는 함정을 파서 조약문을 되돌려 받게 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애니에게 가서 "해리슨 양. 지금 계신 그 방에서 절대 떠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할 때부터 홈즈의 바로 전의 이상한 행동들이 더욱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것은 함정보다는 변인통제를 위한 방편이었고 중요한 일이었다. 아무튼 무척 재밌게 읽은 이야기이다.

마지막은 『마지막 문제』로 홈즈가 라이핸바흐 폭포의 절벽에서 모리어티 교수와 사투를 벌이다 함께 떨어져 죽은 것으로 나오는 그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별로 재미있진 않았다. 홈즈의 빌런인 모리어티 교수의 비중과 캐릭터성이 이렇게 허약하고 개연성 없이 전개되다니.. 매우 실망한 부분. 생각해보면 이야기를 보며 느낀 건 작가 코난 도일이 홈즈를 그만 쓰고 싶어서 대충 휘갈긴 느낌적 느낌이 너무 크다. 이전의 이야기인 해군 조약문은 무척 잘 쓴 이야기인데.. 여기가 마지막이다 아 씨발.. 빨리 끝내고 싶어.. 하며 쓴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팬들이 항의편지를 보낼만 하구만. 그냥.. 홈즈 시리즈가 이젠 안나오다니ㅠㅠ이런게 아니라 나의 홈즈땅을 이런 별볼일 없는 빌런과 함께 죽이다니! 이야기도 개연성이 없고 재미도 없는 스토리로 홈즈땅을 끝내려 하다니 이건 모욕이라구! 그래서 항의를 받은 사실이 이제야 공감이 팍 오네. 그라고 홈즈의 귀환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팬들은 9년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뭐..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경악 이후 9년이 지났다고.. 월희 팬들은 12년을 기다렸으니 홈즈땅 팬들은 그래도 낫네 씨발...

[이관 글. 2020/07/02, 7:23 오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