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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퍼스트)는 원작자 다케히코 이노우에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매우 파격적인 작품이다. 내용을 보아하니 사실 퍼스트의 주인공은 기존처럼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다. 영화의 시작은 송태섭이 오키나와에 살던 유년시절부터 보여주며 산왕공고전 장면과 과거회상을 번갈아서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원작자가 송태섭의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미련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슬램덩크라는 작품은 한국판 코믹스와 한국 더빙된 SBS판과 투니버스, 비디오로 보다보니 일본어로는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 정도 연식의 일본애니덕후라면 일본어로 듣는게 뭔 대수겠나 싶겠지만 무엇보다 "듣는 것"으로 적응이 안되는 사례들은 수두룩하다. 특히 드래곤볼Z를 더빙이 아니라 일본어로 들었을 때의 그 충격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자막판으로 볼 때 과연 내가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답은 그렇진 않았다. 확실히 어색하지 않았고 캐릭터들의 성격에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뭐 원작 애니의 성우들도 나이가 많이 들었고 현역이 아닌 경우도 있어 교체를 했다고 하더라고. 우리나라 더빙판은 그나마 강수진이 현역이기도 하니까 다행히 강백호 역을 했다고 들었다. (나의 경우는 SBS판 홍시호가 더 익숙하지만 비디오판의 강수진도 좋아한다) 어찌되었든 이번 자막판을 보고나서 더빙판도 또 한 번 관람을 해볼 작정이다. 더빙판을 본 친구의 평은 "정대만이 좀 어색했던 것 빼고는 다 훌륭했다"고 하더라.

무엇보다 이 작품의 대단한 점은 슬램덩크 코믹스를 볼 때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고 피가 끓게 만드는 포스가 확실히 재현되었다는 점이다. TV판 애니메이션은 그게 좀 떨어졌었는데.. 이번 극장판을 제작하는 시점은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과 연출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인프라를 매우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시간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의 경기 장면은 꽤 오랜 시간 아무 소리도 안나오는데 이때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쥐다가 쥐가 날뻔했다. 지금도 저릿하네.. 그때는 관람객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다들 엄청나게 집중하더라고. 나 역시 숨도 못쉬었다. 이 마지막 연출이 정말 가장 최고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