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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뒤로 하고 일단 관람을 했다. 확실히 전보다 나아졌고 잘 만들었고 일부 개연성이 없는 점은 무시할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재밌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하며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
내가 보면서 들었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끄적여볼까 한다.
시작과 함께 스즈메의 어린시절에 대한 꿈이 나온다. 폐허가 된 곳을 방황하며 엄마를 애절하게 찾는 장면이다. 이어 꿈에서 깬 스즈메는 아침식사를 먹으러 방을 나서고 이모와 아침을 맞이한다. 이 장면을 통해 스즈메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스즈메의 학교 생활이나 교우관계를 보면 꽤 일상을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스즈메는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을 대체로 못하고 있음을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고 슬펐던 지난한 과정들에서 느꼈던 심성들이 해소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더 좋은 경험은 안좋은 경험을 해소해주는가? 내 생각은 꼭 그렇지 않다. 어른들 말에 "묻어두고 간다"는 말이 있다. 그 묻어버린 과거의 은유가 바로 "폐허" 속 문이다. 하지만 묻는다는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폐허가 된 공간에서도 그대로 닫혀진 상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언제든 열릴 수 있다.
스즈메가 불우한 어린시절을 기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거둬들여서 키운 이모가 얼마나 열심히 키워왔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후에 이모가 스즈메에게 한 악의에 찬 비난을 했을 때 그 말을 듣고 스즈메가 이모가 그렇게 생각할줄은 몰랐다고 하며 놀라는 걸 볼 때,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스즈메가 이모의 악의를 보고 깜짝놀랐을만큼 이전까지 행복하게 키워왔다는 것 아닐까. 이모는 후에 사과하며 "그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야. 하지만 전부는 아니야."라고 하며 다시 둘은 한순간의 삐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믿고 나아간다.
전부는 아니야.
이 말은 중요하다. 때론 나쁜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을 인정하면서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이모의 태도가 스즈메를 여태까지 잘 키울 수 있게 한 것 아닐까.
"묻어둔" 것이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가 보고싶다는 감정보다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발생된 고통스러운 외로움과 설움이 그 정체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 경험은 분명 감당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모를 통해 묻었을지언정 그것은 결국 묻은 그대로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폐허가 된 과거에 남은 단속된 문으로서 그것은 앞으로도 존재하게 될 것이다. 스즈메가 아닌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나이지만 역시 전부는 아니니까.
그것은 때론 잠자리에서 우리를 괴롭히게도 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내일의 나는 토지시로서 폐허 속 문을 단속하며 살아갈 것이다.
"언니는 누구야?"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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