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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페르소나 5 더 로얄 후기

현정경 2023. 1. 21. 03:10

스팀에서 할인하게 되서 당장 구매하게 된 게임. 출장 다니면서 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두어 달은 넘게 플레이해서 첫 엔딩을 본 거 같다. 개인적으로 로얄(이하 P5R)이 원작인 P5와 주요한 차이점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신규 캐릭터인 요시자와 카스미(?)와 마루키 타쿠토의 추가 그리고 이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3학기 스토리를 꼽고 싶다. P5R은 원작의 확장판인데 이 3학기 스토리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고 강렬하다.

무엇보다 3학기는 P5의 기본적인 플로우에서 벗어나서 이야기를 새롭게 전개시켰고 새로운 주제의식을 매우 강렬하게 던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3학기의 새로운 적은 이제까지의 왜곡된 욕망을 가진 적들과 다르기 때문인데, 이로부터 괴도단 내부에서 일어날만한 갈등과 고민들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 괴도단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위험에 처한 약자를 돕는 것에 있다. 그런데 새로운 적 역시도 괴도단의 사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는 점이 재밌다. 그럼에도 그들이 대립하게 된 이유는 고통을 극복하고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삶의 의지를 괴도단이 더욱 긍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과정이 될 리는 없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나 같은 경우 P5는 유튜브(?)로 보았기 때문에 아무리 P5R이 확장판이라고 해도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게임성이 원 훌륭한 게임이다보니 지루할 일도 없었고 3학기 스토리의 추가로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이 3학기라는 것도 굉장히 스케일이 크다보니 나 같은 경우 3학기만 50시간은 했던 것 같다. 엔딩을 본 후 스팀을 보니 전체 플레이 시간이 110시간이더라ㄷㄷ 근데 하나도 안지루했고 게임을 할 때마다 재밌어서 죽는줄 알았다. JRPG는 취미가 아니더라도 스토리와 캐릭터성만으로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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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학기 스토리에 대한 단상

마루키 선생 본인이 인지가학의 힘을 이용한 맥락도 비극적이다. 마루키의 연인이었던 루미의 이야기 말이다. 루미는 살인사건의 생존자이자 가족들이 참사를 당해 끔찍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린다. 그런 정신적 고통은 분명 괴도단이 말하는 것처럼 극복이라느니 성장이라느니 하는 말을 당사자에게 쉽게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마루키는 그런 맥락 속에서 나아가 모든 고통을 야기하는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해  인지를 조작하여 현실을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괴도단이 이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에는 인간의 극복과 성장 그리고 그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삶들을 타의에 의해 때어내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괴도단은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것보다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즉 삶의 가치를 우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것만 있는게 아니라 고통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미의 경우는 우리가 이런 삶의 가치를 내세우기 애매한게 현대인이 겪기엔 너무 무거운 짐을 안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받는 경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고통을 받고 현실적인 제약들과 맞닥뜨리는 문제들까지 싸잡아서 조작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어디있겠는가? 마루키 선생은 너무 나가버린 것이다. 그런 한에서 괴도단이 "극복과 성장의 가능성"을 얘기할만한 이유가 되는 것이긴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