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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정신적 삶 앞표지

우리는 물질적 심급 속에서 예속(subjection)을 주체들의 한 구성[과정]으로 파악해야 한다. -미셸 푸코. [두 개의 강의]
버틀러(2019;서론)[각주:1] 재인용

버틀러는 위와 같은 푸코의 말을 인용하며 "주체의 형성"이란 것은 결국 "예속화"에 의존할 것이며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서 종속은 강제적인 굴복(submission)을 함의한다.
버틀러(2019;서론)
오히려 이는 어떤 이의 형성과정이 권력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존 없이 그러한 형성은 없다.
버틀러(2019;서론)

그는 이와 같은 가설을 옳다고 바탕에 깔고 논의를 서두르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속에서 다음과 같은 형성과정에 대한 이론을 정신분석학의 담론과 결합시키려는 시도를 하려 한다.

주체의 형성이 정신의 규제적 형성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이는 권력의 담론을 정신분석학의 담론과 어떻게 재결합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포함한다.
버틀러(2019;서론)

이런 설명방식은 푸코와 같이 근대의 주체형성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과 차이를 갖게 하지만 사실 내심 내 생각은 그래서 어쩌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일단 누르고 그의 주장들을 더 살펴보자.

프로이트는 억압(repression)과 폐제(foreclosure)를 구분하고 억압된 욕망의 경우, 한때는 그 욕망의 금지가 없었던 때를 겪을 수 있지만, 폐제된 욕망의 경우,  그 욕망은 엄격히 금지된 채로, 선제적 상실을 통해 주체를 구성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버틀러(2019;서론)

그는 이 책에서 대체로 폐제에 관해 중심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이것이 예속화에 의존하는 주체 형성의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의 폐제가 사회존재의 가능성의 조건이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우울증에 의해 고통 받는 사회성, 즉 상실이 상실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실된 것에게 존재의 자격이 주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상실에 대해 슬퍼할 수 없는 그런 사회성을 생산하는 것일까?
버틀러(2019;서론)

이로부터 푸코에 비판적인 주장을 내세운다.

푸코에게 주체는 권력 체제에 의해 형성되고, 또 성(secuality)과 함께 투자된다. 그러나 만일 바로 그 주체형성 과정이 성(secuality)을 사전에 미리 방지할 것을 요구한다면, (...) 주체는 성의 금지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 이러한 시각은 정신분석학이 욕망에 대한 법의 외재성을 가정한다고 생각하는 푸코적 통념을 논박하는데, 그 이유는 법이 금지하는 바로 그 욕망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법이 없다면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신분석학이 주장하기 때문이다.
버틀러(2019;3장)

이는 불륜상대를 위해 이혼을 하게 되면 애정도 같이 사라진다는 유명한 정신분석학적 농담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욕망의 금지는 욕망을 유지하는 체계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 말을 애둘러 말한 것 같은데 버틀러의 의도는 주체의 예속화는 주체를 유지하는 체계 없이 작동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버틀러는 일종의 전복적 가능성을 피력한다.

역설적으로 주체는 바로 이 권력의 철수, 발화하는 장소로의 정신의 위장 및 우화화를 통해 생산된다. 사회적 권력은 사라지고 상실된 대상이 된다. 또는 사회적 권력이 소멸을 만들며 강제적인 상실의 집합을 가져온다. 따라서 사회적 권력은 자기 자신에게 보낸(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린) 정신적 판단의 목소리로서 권력을 재생산하는 우울증을 가져오고, 또 예속 위에 반성성의 틀을 만든다.
버틀러(2019;6장)

이렇게 책을 덮었으나 무언가 썩 흥미로운 결론을 얻은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버틀러 스스로도 주체 형성 이론에 대한 실험적인 목적에서 서술된 논설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다만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과 같이 고도로 어려웠던 텍스트에 비해 비교적 쉽게 서술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끝-

  1. Butler, J. (1997). The psychic life of power: Theories in subjection. Stanford University Press.[한역본:전자책]권력의 정신적 삶. 강경덕,김세서리아 옮김. 그린비. http://aladin.kr/p/SLLkz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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