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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번 북러조약에 대한 간단논평

현정경 2024. 6. 20. 21:28

북러조약을 체결한 뒤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 모습

이번 북러조약에서 양국간에 전쟁이 발발할 시 자동적인 군사지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각주:1] 이 소식을 들으며 생각이 들었던 점은 딱 하나이다. 바로 이전까지의 미국의 대북정책이 유효했었던 모든 조건들이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첫째. 대북무역제재력의 약화이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서방의 무역제재는 분명 성공적이었고 북한에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이 덕에 미국은 북한을 여러 번 협상테이블로 불러올 수 있었던 거다. UN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서방의 눈치를 보며 무역제재에 (소극적이긴 하지만) 동참해야했다. 이제는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가 기존 대북제재 이전으로 회복된다면 제재력은 힘이 떨어질 것이다. 앞으로 북러간 경제적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켜볼 문제 같다.

둘째.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했었던 당시의 조건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트럼프는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단 극단적인 경우지만 미국이 평양을 공습한다는 강력한 선택지 하나를 잃었다. 공습은 곧 러시아와의 전쟁이 되기 때문이다. 선택지 하나만 사라져도 게임의 균형은 새로운 균형으로 옮겨지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협상에 유리함을 얻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셋째. 중국의 향후 행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러조약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각주:2] 현재까지 미국의 대중무역제재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번 북러조약 체결은 중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게다가 북러의 협력 움직임에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가 급한 상황이라 북한에 손을 내밀긴 했지만, 진짜 속내는 큰 손인 중국의 지원을 받고싶을거다. 이건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한 러브콜일지도 모른다.

넷째. 한국의 러시아 관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규탄성명이 나왔다.[각주:3] 우크라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는 강수를 두었다. 그런데 규탄이야 할만한 일이지만.. 무기 지원 얘기를 했어야 했나싶다. 북한의 인계철선이 추가된 것과 러시아에 직접 피해를 입히는 무기를 지원한다는 것은 차원도 다르고 균형도 안맞다. 전자는 수동적인 가능성이지만(우리가 공격안하면 저쪽은 공격하지 않는다) 후자는 실제 공격을 하겠다는 거다. 너무 과한 액션이라고 생각이 안드는가? 다른 제재 방안을 언급하는게 좋았을듯 한데..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이득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과의 협상에 유리한 게임을 하고 싶다면 당사자의 적보다는 친구 쪽을 통하는게 더 효과적이란 생각이다.

어쨌든 이제 조건들이 많이 달라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에 대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문재인 정권 때를 떠올려보면 친화적 정책도 딱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주도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거다. 김정은은 문재인이 아니라 그 뒤에 큰 형님인 트럼프를 보고 우리에게 손을 벌렸을 것이고 이를 위해 문재인과 함께 버라이어티쇼를 벌이는데 협력했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이제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바이든 하에서는 결국 아무일도 안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