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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서 기본소득 스토리펀딩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 실험 이야기를 보고 그 선정방법에 대해 알아보니 그냥 무작위로 선정해서 한 번 펀딩이 진행된 금액을 1인에게 6 개월 간 월 135만원. 즉 최저임금 수준의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관심있던 대목은 "실험"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누구나 행복해질거라고 예상한다. 그것은 손해가 아니라 이득이고 내가 일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소득이 지급되니 그 자체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볼 때 기본소득 실험은 무의미한 것 아닐까. 그러니까 결론이 뻔해보이지 않는가. 따라서 실험은 결국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제 삶이 평화로워졌어요." 같은 제목과 함께 한겨레21 특집으로 인터뷰가 나가는 정도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모처럼 실험을 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답이 뻔한 이런 실험으로 얻게 될 메세지는.. 사실 기본소득의 이념과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메세지가 전달될 우려도 있다. 예컨대 기본소득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실업자, 노인 등 경제적 빈곤층들이다. 그리고 해당 스토리펀딩 역시 "예술가, 농민, 장애인"을 우선 선정을 한다고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이런 생각에 기초하여 기본소득 실험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빈곤층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당연히 행복만땅이다. 그리고 결국 이런 실험이 전해주는 사실은 "빈곤층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으로 귀착될 뿐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조건없이" 지급하는 것을 이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당연한 실험을 할 필요는 없으며 제도의 효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제도의 틀의 효과를 재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실험 결과가 기본소득제도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워주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조건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의 기본취지에서부터 실험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은 뻔하다. 바로 기본소득을 받아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근로소득자들의 영향에 대해서이다. 나는 앞에서 빈곤층의 지원이 선별적 복지제도의 취지를 넘어서 기본소득제도의 당위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한 바 있다. 그 당위를 얻으려면 당연히 기본소득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되는 점들을 검증하는 것이다.
뻔하지 않는가?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되면 정상적으로 노동을 하며 먹고 살만한 노동소득자들에게서 노동의욕을 빼앗아 갈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이다. 그리고 기본소득 실험은 당연히 이런 빈곤층이 아닌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노동소득자들에 대해 실험되어야 한다. 이들은 물론 기본소득이 추가적으로 지급되면 당연히 좋아할 거다. 그러나 그들이 얻는 효용은 분명 빈곤층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기본소득을 받게 될 때 일반적인 노동자들이 노동의욕을 상실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물어보자.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상실시킬 것인가?
나는 이 물음을 "실험"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만약 스토리펀딩으로 실험을 한다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한지가 아니라 근면한 노동자들이 노동의욕을 상실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증가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 나름대로 생각한 실험방법을 간단히 살펴보자.
- 기본소득을 받는 처치군과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대조군을 나눈다. 물론 대조군에는 "기본소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안 된다. 그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 것이고(그러므로 그것 자체가 실험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든다) 참여를 안할 가능성이 높다. 무언가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여 평소처럼 행동하게 만들면 어떨까.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 처치군과 대조군은 나이, 성별, 소득, 학력 등이 비슷한 수준으로 무작위배정을 충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적어도 기본소득으로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 평균적이면서 중중위 정도의 근로소득을 얻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 그리고 두 사람이 다니는 직장에 실험대상 몰래 상사에게 돈을 쥐어주며 그 노동자의 업무습관, 업무의욕, 성과 등을 모니터링해달라고 부탁한다. 다만 평소처럼 대해야 하며 몰래 하라고 당부한다.
이런 식이라면 완벽하게 기본소득제도가 노동의욕을 감소시키는 지 증가시키는 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면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3번의 경우는 좀 잔혹하긴 한 것 같다. 그렇다. 이와 같이 여러 도덕적 문제 때문에 사회과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 어려운 거다. 그러므로 역시 다시 생각해보니 "기본소득으로 생활이 평화로워졌어요." 정도의 인터뷰로 끝내는 것이 실험대상자에게도 행복한 일일 거다. (끝)
[이관 글. 2016-09-1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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