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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경제학의 선형생산모형은 투입계수행렬 $A$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는 실물. 즉 물량단위로 정의되는 것에 유념하여야 한다.

예컨대 곡물과 비료를 생산하는 경제를 가정하자. 곡물 한 단위를 생산하려면 $a_{11}$ 단위의 곡물과 $a_{12}$ 단위의 비료가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직접노동량 $l_{1}$ 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비료 한 단위를 생산하려면 $a_{21}$ 단위의 곡물과 $a_{22}$ 단위의 비료가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직접노동량 $l_{2}$ 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곡물의 가치 $\lambda_{1}$, 그리고 비료의 가치 $\lambda_{2}$라고 한다면

$\lambda_{1}=\lambda_{1}a_{11}+\lambda_{2}a_{12}+l_{1}$

$\lambda_{2}=\lambda_{1}a_{21}+\lambda_{2}a_{22}+l_{2}$

이 2 개의 연립방정식은 행렬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다.

(1) $\Lambda=\Lambda{A}+L$

여기서 $A$는 투입계수 행렬로 다음과 같이 생겼다.

$\begin{bmatrix}a_{11}&a_{12}\\a_{21}&a_{22}\end{bmatrix}$

1,2,...,n개로 풀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begin{bmatrix}a_{11}&a_{12}&...&a_{1n}\\.&&&.\\.&.&&.\\.&&.&.\\a_{21}&a_{22}&...&a_{nn}\end{bmatrix}$

그러면 이 투입계수행렬은 어떻게 만드나?

투입계수행렬의 차원

일단 이 투입계수행렬이 물량적 비율이라는 걸 감안하면 된다. 예컨대 트랙터 1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강 400 kg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이를 투입계수행렬의 원소 $a_{ij}$에 고려하자면, 차원이 ($i$의 측정단위/$j$의 측정단위)로 정의되며, 그 원소의 개념이 $j$ 재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i$ 재의 비율을 의미하므로, [(kg)/(대)]의 차원을 갖는 것이 된다.[각주:1]

그,러면 이해를 돕고자 가상의 산출량을 가지고 산업연관표를 구성해보도록 하자. 한 해 곡물부문에서 1,000 kg을 생산했다고 하자. 비료부문의 총생산은 500 kg이 생산되었다.  각 기업의 생산데이터를 조사해보니 곡물부문은 곡물 300 kg, 비료 100 kg을 투입했다. 이에 비해 비료부문은 곡물을 100 kg, 비료를 50 kg을 투입하였다면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게 된다.

  곡물재 비료재 생산량

곡물산업 300 kg 100 kg 1000 kg
비료산업 100 kg 50 kg 500 kg

이제 차원을 갖는 비율을 원소로 갖고 있는 투입계수행렬을 만들어보면

  곡물재 비료재 생산량

곡물산업 $\frac{300 kg}{1000 kg}(=\frac{3}{10})$ $\frac{100 kg}{500 kg}(=\frac{1}{5})$ 1000 kg
비료산업 $\frac{100 kg}{1000 kg}(=\frac{1}{10})$ $\frac{50 kg}{500 kg}(=\frac{1}{10})$ 500 kg

이 물량적 비율들을 모두 고려하면 물량들에 투하된 노동시간들로 정의되는 것이 바로 위 (1) 식인 것이다.

단 유념할 점은 투입계수행렬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모든 $i$와 $j$의 원소들이 $0\leq{a_{ij}}<1$의 관계를 만족해야 하도록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치량이 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합생산물 가정에서는 투입계수행렬이 "생산적"이란 가정은 가치가 양(+)인 충분조건이 아니다)

산업연관표의 투입계수행렬

그런데 산업연관표도 이 투입계수행렬 개념으로 설계된다. 이는 실제로 기업들의 조사 자료에 토대한다. 그런데 산업연관표는 차원을 갖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한국은행 ECOS의 산업연관표의 투입계수행렬 개념은 위의 곡물과 비료 개념으로 환원하여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곡물재 비료재 총생산액

곡물산업 400원 100원 1,200원
비료산업 200원 50원 800원

한국은행의 조사는 이렇듯 가격텀으로 조사된다. 곡물재를 투입하기 위해 구매한 곡물, 또는 비료의 구매액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그러면 산업연관표의 계수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는 것이 된다.

  곡물재 비료재 총생산액

곡물산업 $\frac{1}{3}$ $\frac{1}{8}$ 1,200원
비료산업 $\frac{1}{6}$ $\frac{5}{8}$ 800원

우리가 물량 정보를 알고 있다면 이 한국은행의 투입계수표는 던져버리고 물량 정보에 입각해 투입계수표를 만들면 그만이다. 물론 그것은 이론적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가능한 범위는 결국 가격을 가지고 계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격텀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가치를 투하노동으로 가정하면 물량단위에서는 이론적으로 가치를 깔끔하게 정의할 수 있다. 물론 가정이 조금 (아니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말이다(예컨대 결합생산물은 없다거나 고정자본이 없다거나 등등). 어쨌든 물량이 아니라 가격텀이 반영된 정보를 사용하다보니 이런 투입계수표를 가지고 가치를 실증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문제? 바로 가치는 우리가 관측 가능한 시장가격과 상관없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공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은 물량적 비율을 이론적으로 자주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투입계수표는 보다시피 가격텀이 애초부터 반영되어 있으므로 가치의 근사치라고 말하기도 껄적지근한 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럴 경우 가정이 또 하나 추가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컨대 노동의 화폐적 표현 MEL이 안정적이라는 가정이라거나.. 아니면 모든 부문의 디플레이터 정보를 얻어서 가격에 곱해주는 거다. 디플레이터 쪽이 MEL보다 가정이 추가될 필요가 없으니 좋은 것 같다. 그 편이 실물에 근사한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면야 가치의 근사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디플레이터는 기준가격 시점이 존재하므로 그 시점이 언제냐에 제한을 받겠지만 말이다. 

[이관 글. 2016-09-16 작성]

  1. 류동민, and 최한주. "투입-산출데이터를 이용한 가격과 노동생산성의 관계분석." 경제학연구 53.3 (2005): 95-12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