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가[각주:1]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가 책 표지

한 줄 요약

물가는 (유통속도가 일정하다고 하면) 먼저 상품총액이 결정된 후 통화량이 결정되게 된다. 이것이 마르크스의 화폐에 대한 관점이다.

일러두기

  • 내가 인용문에 주석을 달 경우 대괄호 [] 안에 @현정경:으로 내용을 추가한다. (예: 그 책[@현정경:비판서설]은)
  • 인용문에 한글과 외국어가 병기될 경우 외국어는 무시한다.
  • 인용문의 페이지 번호는 소괄호 () 안에 표기한다. (56-58쪽의 인용문 예 : …이다.(56-58))
  • 저자가 인용표기한 내용은 그대로 옮기고 원문은 별도로 본글의 주석(footnote)으로 달았다.

출발점 : 고전적 화폐수량설 뒤집기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마르크스가 비판한 화폐수량설에 대한 비판을 참조한다.

그 책[@현정경: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에서 마르크스는 화폐수량설은 화폐유통 속도가 주어져 있을 때(또한 화폐가 화폐 상품일 경우 화폐 재료의 가치가 일정하다고 고려할 때), 상품 가격 총액이 화폐 유통량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과관계를 반대로 해석하여 생겨난 오류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세계의 경제학계와 지성계는 마르크스의 증명을 외면한 채 여전히 그러한 오류에 사로잡혀 있다.(8-9)

여기서 오류라고 지적하는 것은 화폐량이 상품가격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대해서이다. 이는 현대경제학에서까지 유지되어온 전통적인 주장이다.

인과관계가 다른 두 개의 방정식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과관계가 다른 피셔 방정식에서 온 두 개의 방정식을 생각해보자. 식은 우변이 좌변을 결정함을 의미한다.

(1) $M=\frac{PQ}{V}$

(2) $P=\frac{MV}{Q}$

저자는 마르크스의 비판을 따라 식(1)을 주장하고 식(2)를 부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현상은 가치와 가격의 괴리

일반적으로 신고전파-현대경제학을 아울러 인플레이션 현상의 설명의 근간은 통화량이 너무 많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여기서는 전혀 다른 관점을 취하는 저자의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먼저 마르크스가 인과관계를 뒤집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런 입장은 화폐를 상품의 가치가 물화된 가치형태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은 상품과 화폐의 교환 비율을 나타내는 지수이지만 이것이 반드시 상품의 가치 크기를 나타내는 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가격 형태에는 “가격과 가치가 불일치하거나 가치 크기로부터 가격이 괴리될 가능성이…존재한다”(마르크스. 2008: 169-170)[footnoote]마르크스. K. 2008. [자본 I-1]. 강신준 옮김. 도서출판 길.[/footnote]. 가격이 가치로부터 괴리하여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29)

저자는 이런 틀에서 인플레이션의 몇 가지 변화를 설명하는데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 화폐의 실질가치의 변화 : 금의 생산성이 상승하여 금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하자. "화폐 재료인 금의 가치는 절반으로 하락한다"(39) 이러한 설명은 화폐가 금본위제와 같은 화폐상품인 경우 그 법정 가치와 실질 가치가 달라져 괴리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엔 금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금의 생산성이 발전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2. 상품량의 변화 : "화폐 재료[@현정경:즉 화폐상품의 경우]의 가치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상품량이 증가하거나 유통 속도가 감소하면 유통수단의 양이 증가한다(마르크스. 2008: 193-4)."(40)
  3. 도량 기준의 변화 : 도량 기준이란 화폐의 기능 중 하나로 "계산 화폐"(29)로서의 기능에 있어 그 단위가 변할 경우를 의미한다. "금 본위제에서 (중략) 만약 지폐가 유통 영역의 필요로 최대한도까지 늘어났다가 그 후 상품 유통의 감소가 일어나면, 지폐는 과잉 상태가 되고 같은 지퍠액이 금을 적게 대표하게 된다."(41)

본위제도 하에서의 설명 그리고 불환지폐제도를 고려한 설명

그러나 이제까지의 설명은 금 본위제에서 화폐가 화폐상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지만, 현대는 불환지폐제도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 제도 하에서는 어색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를 검토해보자.

먼저 불환지폐제도에서는 화폐의 실질가치의 변화, 도량 기준의 변화는 있기 어려워 보인다. 불환지폐는 더이상 금 상품에 자신의 가치를 참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량 기준의 변화에는 다른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현대 불환지폐는 화폐 상품의 가치 증표가 아니기에 앞의 예처럼 적은 양의 금을 대표하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환지폐는 화폐 수요에 반응하여 정부가 발행하지만, 민간 경제의 외부에 있는 정부가 재량으로 공급하기에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화폐가 상품 유통량이 유통 영역을 빠져나가지 않고 머문다면, 동일한 화폐단위가 더 적은 노동시간을 대표하게 되어 상품가격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42)

이 인용문은 신고전파의 경우 이분법에 의해 가격의 신축성을 맹신하기 때문에 괴리란 있을 수 없으므로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가격의 경직성을 일부 수용하는 현대경제학의 입장과는 친화적이다. 여기서 잠깐 지적할 사항은 "상품유통량이 감소한다"는 변인에 대해서인데, 이것이 화폐상품에나 설명력이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시중 유통영역에 1년동안 화폐량이 1원이 100개, 금량이 100g, 쌀이 100kg이 되는 세계를 가정하자. 여기서 당국은 화폐량 1원의 가치는 금량 1g이라고 보고 화폐를 1원 100개를 연초에 시중에 유통시켰다. 당시 쌀 1kg의 가치는 금량 1g이었다고 한다. 어느날 금 생산이 감소하여 50g만 시중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화폐량이 금량의 두 배인 상태가 되어 쌀 1kg은 금량 0.5g의 가치를 갖지만 화폐량으로는 2원의 가치가 된다. (물론 불환지폐제에서 화폐는 더 이상 화폐상품에 근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화폐이론에 있어 신용에 대한 저자의 엄격한 분리

한편으로 주목해야 할 변동요인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신용이다. 예컨대 신용에 의해 대출이 생길 경우 동시에 은행에 예금으로 예치되는데 이것으로 다시 다른 누군가에 대출이 되는 승수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신용은 대출기간이 만료되면 환류되어 쫑이 나지만 일정기간동안 화폐 유통이 증가하게 되고 경제가 과열된다. 그렇지만 저자는 마르크스가 인용하는 스튜어트의 환류 법칙에 따라 경계를 짓고 있다.

마르크스는 "스튜어트가 발견한 두 번째 법칙은 신용에 기초한 통화는 그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것"(같은 책:397)[@현정경:[각주:2]]이라며, 환류의 법칙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49)

마르크스는 주기적인 물가의 상승과 하락은 신용 이론과 신용제도와 관련지어 분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77)

여기서 한 가지만 지적하자. 저자는 화폐를 신용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인데, 이는 아무래도 신용 없이 화폐이론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용으로 창출된 화폐는 특정한 기간동안 존재하다가 결국 환류되어 사라지겠지만 그 특정한 기간이 여러 포인트에서 계속 새롭게 화폐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이 저자의 엄격함이 가질 핵심적인 문제로 보인다. 이것만 봐도 신용이 화폐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통화승수의 추이를 보이는 것인데 본원통화의 몇 배수의 화폐가 오랜기간동안 존속하는 것을 보면 과연 신용을 뺀 화폐이론이 이득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통화승수의 추이 (2021-2025). 출처 : 한국은행 https://snapshot.bok.or.kr/dashboard/A5

한편으로 이런 태도 때문에 저자가 본원통화량을 특권화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이에 대한 내 견해는 결론에서 후술하겠다.

불환지폐제도 하에서 물가에 대한 가치/가격 괴리의 영향

저자는 현대의 불환지폐제도에서는 "마르크스가 설명했던 예처럼 상품 유통량이 감소하여 화폐량이 유통 영역의 필요량보다 많게 되어 물가가 상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72)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대의 불환지폐는 화폐 상품의 가치 증표가 아니므로 유통 영역의 수요 증감에 따라 화폐량이 증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의 화폐공급량과 수요량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발생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정부의 화폐 공급량과 수요량의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부의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통화 공급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화폐량은 본원통화 유통량이지 신용으로 창조된 예금통화 등의 신용화폐량은 제외된다.(73)

저자는 화폐유통속도가 일정할 때 화폐량이 필요량보다 많을 경우 화폐 단위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73) 이는 화폐량이 상품가격 총액을 미달하거나 초과할 경우 가치와 가격이 괴리됨으로서 발생하는 물가변동이라고 설명한다.(73)

정리하자면 본위제에서 가격의 변동은 화폐가 화폐상품에 근거했기에 화폐상품의 상황에 따라 변동했다면, 불환지페제에서 괴리는 화폐에 대한 필요량과 공급량의 갭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허나 이 부분은 화폐량이 상품총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설명과 상당히 어색하다는 인상이다. 이는 본위제에서의 설명틀을 불환지폐제에 가져오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불환지폐제에서 물가 변동요인의 핵심은 화폐의 필요량과 실제량의 갭에 있다는 것이다.

노동생산성과 상품 생산량이 불변이어서 상품가격 총액도 그대로인데, 재정적자를 본원통화의 창출로 보충할 경우, 유통되는 화폐량이 필요량보다 늘어난다면 물가 상승이 발생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가 상승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재정적자를 본원통화 창출로 보충하는 것이 장기간이냐 단기간이냐 보다는 공급되는 화폐량이 유통 영역에서 필요한 양을 초과하느냐 않느냐가 핵심이다.(157-158)

불환지폐제 하에서의 물가 설명부분을 필립스 곡선으로 재구성하기

여기서 나는 저자의 불환지폐제 하에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을 필립스 곡선으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단기에서 필립스 곡선에 대한 새케인지언 형태(김명기. (2022): 198)[각주:3]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pi_t=\pi^{e}_t+v\widetilde{Y_t}$

$t$기에서 인플레이션률 $\pi_t$는 기대인플레이션율 $\pi^{e}_t$와 실제산출과 잠재산출의 갭인 $\widetilde{Y_t}$에 대한 민감도 $v$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이를 저자의 설명에 맞춰 바꿔보면 먼저 단기산출은 영향도가 전혀 없어 $\widetilde{Y_t}=0$이 된다.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신용의 영향을 없앴기 때문에 이 경우엔 산출은 항상 잠재산출을 넘어설 수 없다. 기대인플레이션을 그대로 둔 상태로 나머지 영향은 시중의 화폐량이 필요량을 초과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게 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된다.

$\pi_t=\pi^{e}_t+v(\frac{M_t-Y_t}{Y_t})$

여기서 $Y_t$는 $t$기에 생산된 상품총액이며 $M_t$는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총액인 본원통화량이다. 저자가 염두하는 것은 통화정책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좌우된다는 것이 되므로 $Y_t$는 사실 이미 결정된 상태라 상수이고 $M_t$만이 변인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재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고자 예시를 들어보자. 기대인플레이션 $\pi^{e}$가 3%이고 본원통화량이 상품총액보다 높게 나와 $\frac{M_t-Y_t}{Y_t}$가 1%가 나왔다고 하자.민감도계수 $v$는 0.5라면 인플레이션은 3.5%가 나오게 된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신용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모형은 저자의 이론을 간략히 구성했다는 점 외에는 현실적인 쓸모가 없다.

상품화폐론을 견지하면서 계산화폐론을 결합하고 있다?

저자는 폴리와 브뤼노프 두 연구자를 신용화폐론자로 설정한다(62, 64). 그리고 라파비차스를 신용화폐론을 애매하게 긍정하는 태도로 평가한다(65). 추정컨대 저자는 화폐를 노동에 대한 가치증표로서 이해하고 있으므로 상품화폐론을 기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불환지폐제 하에서 화폐를 설명할 때는 계산화폐론자로 돌변한다. 여기서 계산화폐론이란 화폐가 어떤 가치증표로서의 단위가 아니라 정부의 권위에 의해 명목적으로 결정된다는 화폐이론이다.

이러한 해석[@현정경:폴리, 블뤼노프, 라파비차스]에 대해 올바른 비판은 카르케디와 로버츠의 설명이다. 그들은 "태환지폐든 불환지폐든 지폐는 가치의 상징이며 가치의 표현"이기에 "구매력을 가진다"(Carchedi & Roberts. 2022: 50)@현정경:[각주:4] 이렇게 지폐가 가치의 상징 또는 가치 증표이고, 신용은 화폐가 아니라 화폐에 대한 법적 청구권이라는 설명은 마르크스의 논리에 부합한다.(65-66)

다만 폴리, 브뤼노프, 라파비차스가 화폐를 신용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그들이 신용화폐론자라기보다는 불환지폐제가 결국 최종적으로 정부의 신용에 의해 작동한다는 걸 말하고자 함일 것이다.

신용 팽창에 의한 물가상승

이제까지 신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는데, 역시 인플레이션의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신용은 인플레이션 논의에서 빼놓기 어렵다고 본다. 저자 역시 이를 마르크스의 논의를 참조하여 검토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신용 팽창을 통한 가수요 창조에 상업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는데, 이는 주기적 물가 상승의 주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82)

(전략) 신용의 팽창을 통한 투자의 증가, 투기 현상, 가수요는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증가를 일으켜 상품가격이 상품 가치와 괴리하여 경제 전반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가 신용 팽창을 통한 물가의 상승을 직접적으로 분석하거나 서술하지 않았지만, 그가 행한 분석에서 확장하여 분석하고 종합해 보면 그렇게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과열기에 이윤율의 급격한 저하로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이 표면화되며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상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게 되어 상품가격이 전반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상품 가격의 주기적 하락의 원인은 경기 상승기와 과열기에 과잉 축적과 과잉생산이 형성된 후 위기 때 나타나는 신용 경색과 투자 및 수요의 급격한 감소이다.(83)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신용에 대한 이론을 괴리의 원인이라는 설명 이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의 변수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에 주요한 변수들은 무엇이 있을까?

따라서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물가 등락의 원인을 찾으려면 총상품량의 변화, 본원통화 유통량의 변화, 신용 규모의 변화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87)

위 인용문 이후에 저자가 설명하는 매커니즘 내용을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 생산성 상승 -> 상품단위 노동시간 감소 -> 상품 가치 하락 -> 물가 하락
  • 생산성 하락 -> 상품단위 노동시간 증가 -> 상품 가치 상승 -> 물가 상승
  • 본원통화 유통량이 필요량보다 많으면 물가 상승
  • 본원통화 유통량이 필요량보다 적으면 물가 하락
  • 신용 팽창 -> 초과수요 형성 -> 물가 상승
  • 신용 수축 -> 수요 부족 -> 물가 하락

임금 상승과 물가

저자는 임금이 노동력의 가격이기 때문에 상품가격에 영향을 주기 보다는 영향을 받는 쪽으로 파악한다.

노동력의 생산비 상승으로 노동력의 가치가 상승했는데 임금이 상승하지 않으면, 임금은 노동력 가치보다 하락하게 된다(마르크스. 1993: 107). [@현정경:[각주:5]] 그러면 잉여가치율이 상승하여 다른 조건이 불변이면 이윤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임금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임금의 상승은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이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필립스 곡선은 타당하지 않다.(85)

이런 이유로 임금이 무조건 물가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건 좀 애매하지 않나 싶은데, 저자는 라파비차스를 거론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이토와 라파비챠스(Itoh, M & Lapavitsas, C. 1989: 131)도 그러한데, [@현정경:책의 미주에는 1999로 되어 있고 구글 스콜라에서는 1989로 뜬다. 저자의 정오표로 레퍼런스의 체크가 필요해 보인다.[각주:6]] 그들은 이때의 임금 상승이 소비재 수요 증가를 일으켜서 주요 일차 생산물(원자재 및 에너지)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자본의 축적이 과잉되어 있고, 자본 간 경쟁이 격화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임금 상승분을 상품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고용률이 높아져 노동력이 부족하여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논리이다.(86)

여기서 자본의 과잉축적 상황만 볼 때 왜 높아진 임금을 상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한다고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가치이론은 장기 이론이므로 인플레이션과 같은 단기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으로 가면 가치이론에서 다루었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많다. 특히 가치이론에서 가정하는 노동자 임금=소비 가정은 현실로 가면 저축과 투자도 한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마르크스가 [임금, 가격, 이윤]에서 임금과 물가의 관계를 부정하면서 드는 논거가 당시 노동자계급이 상당한 궁핍화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주당 2실링의 임금을 받다가 4실링으로 임금이 올랐다면 임금률은 100% 오른 것이 된다. 임금률의 상승이라는 면에서만 본다면 이는 엄청난 것이겠지만, 주당 4실링이라는 실제 임금액은 여전히 비참하기 짝이 없는 기아 임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마어마한 임금률의 퍼센트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은 언제나 원래 임금액이 얼마였는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마르크스. (1993). ibid: 생산, 임금, 이윤 中)

지금 한국의 경우 노동자계급의 궁핍화가 일반적인 상황도 아니다. 어쨌든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대체로 임금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저축과 투자를 하며 가계대출을 받는다. 이런 변인들은 모두 임금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임금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끊어내는게 쉬운 일인지 모르겠다. 물론 나와 같은 가치이론 연구자들이라면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임금과 소비는 같다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다뤄야 하는 것은 단기 차원의 문제다. 장기에서 주어져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가정했던 상수들이 변수로 둔갑하게 되고 내생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실증 분석 부분

실증 분석 부분은 상당히 불친절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래프 없이 텍스트로 충당하고 있으며 데이터 취득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안내하지 않았다.

그리고 분석내용은 주관적인 시기 선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분석방법은 경제연구자들이 통용하는 실증분석 프로토콜을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그의 정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데이터 :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원자재 수입가, 생산성 투자, 유가, 투자, 개인소비지출. (저자는 원자재 수입가 외에 다른 데이터를 어디서 수집했는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본원통화량.
  • 세인트루이스 연준 원자재 수입가 데이터. 세 시기로 구분. (1958-1983, 1984-2007, 2008-2023)
  • 생산자 물가 인플레이션은 1958-1983년에 유가와 투자의 상승세가 생산성 향상보다 높아 둔화된 시기이며,1984-2023년 투자가 가속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어느 정도 상쇄하였다.(95)
  •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은 1958-1883년동안 두 해 일어났으며 이 때는 유가 둔화, 투자 둔화가 일어났으며, 1984-2023년엔 10년동안 나타났고 이때는 생산성 증가가 일어났다.(96)
  •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생산자물가상승률보다 낮은 해는 17년이고, 나머지 해는 모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생산자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 이때 소비자 대출이 증가했다.(대출에는 부동산 담보, 신용대출, 등 다양한 목적과 분류로 나뉘어질텐데 저자는 소비자 대출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어떤 분류로 통합된 데이터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97)
  • 본원통화량이 많이 증가했다고 소비자물가가 많이 상승하고, 본원통화의 유통량이 적게 증가했다고 해서 소비자물가가 적게 상승하지 않는다. 둘은 관련이 없다.(98) 물론 저자가 특별히 밝혀낸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본원통화->M1->M2->M3로 갈수록 물가와 상관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본원통화가 상품총액에 맞춰 움직인다고 말하기도 곤란할 수 있다. 말그대로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사정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이다.
  • 본원통화 유통량이 가장 많이 상승한 해인 2009년에는 소비자물가가 0.4% 하락했다. 2009-2019년 본원통화 유통 속도 변화율이 연평균 -3%이며 물가가 하락한 2009년에는 -8%였다. 따라서 상품총액이 먼저 결정되고 신용거래에 의해 지불총액이 결정된 후 상품 유통속도의 하락으로 화폐 유통속도가 하락하여 필요유통량이 증가하여 본원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100) 여기서 현금은 단기성예금 등 비교적 유동성이 높은 현금들이 역할을 하며 본원통화만으로 계산된 유통속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여 본원통화량만으로 분석할 경우 상품총액 결정 -> 화폐량 결정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예금 통화는 신용화폐이다

저자는 위의 실증분석에서 본원통화량만 가지고 분석하는데, 이는 저자가 은행예금을 포함하는 M1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 예금을 신용화폐로 보기 때문이다.

거시경제학은 예금통화를 화폐로 간주하는데, 마르크스의 논리에서는 신용화폐, 즉 은행신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논리에서는 유통되는 통화량에는 본원통화의 유통량만 해당되고, 그 외 주류 경제학에서 통화로 취급하는 수표, 예금 등은 신용화폐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141)

저자는 포스트케인지언이 화폐를 신용으로 보는 경우도 비판하고 있다(158-159). 저자는 "마르크스가 분석하고 정의하듯, 신용화폐는 신용/부채이지 화폐가 아니"(159)란 입장이다.

예를 들어보자. 은행의 준비금이 110만원인 상태이고 단순화를 위해 지준율은 0%라 하자. 이자 5%로 기업A에게 대출 100만원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은행예금이 되고 다시 기업B에게 5%로 대출을 해줬을 경우 재무표는 다음과 같다.

기관 자산 부채, 자본
은행 준비금 110만원
대출채권 200만원
자본 100만원
예금 210만원
기업A 예금 100만원 차입금 100만원
기업B 예금 100만원 차입금 100만원
기업C 재고자산 200만원
예금 10만원
자본 210만원

이제 기업A, B는 생산설비 업체인 기업C에게 설비 100만원씩을 들여 구매한다. 기업C도 은행에 예금을 넣기 때문에 예금은 변화가 없다.

기관 자산 부채, 자본
은행 준비금 110만원
대출채권 200만원
자본 100만원
예금 210만원
기업A 설비 100만원 차입금 100만원
기업B 설비 100만원 차입금 100만원
기업C 예금 210만원 매출 200만원
자본 10만원

이제 기업A, B의 제품을 기업C가 구매하여 매출 105만원씩이 발생하여 즉시 은행에 상환했다고 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기관 자산 부채, 자본
은행 준비금 110만원 자본 110만원
기업A 설비 100만원 매출 105만원
차입금(상환) -105만원
자본 100만원
기업B 설비 100만원 매출 105만원
차입금(상환) -105만원
자본 100만원
기업C - -

결과적으로 본원통화 100만원으로 신용에 의해 창출된 통화량 200만원은 사라진 건 맞다.

화폐는 가치의 척도 또는 가치의 표현이며, 신용화폐는 신용/부채이다. 따라서 화폐가 화폐 상품일 경우에는 화폐 재료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노동 생산물이며, 법정불환지폐처럼 가치증표일 경우에는 화폐의 단위가 상품 생산을 위해 사회에서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시간을 대표한다. (중략) 신용화폐는 신용/부채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화폐로 결제되어야 하기에, 채무자는 창조된 가치를 실현한 화폐, 즉 법정불환지폐로 상환할 수밖에 없다. 부채가 상환되면 그에 해당하는 신용/부채가 사라지는 것이지. 포스트케인지언의 주장처럼 '무에서 창조된 화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160)

그런데 대출이 끝나면서 위의 예시에서 생산적 자본이 총 200만원이 발생했고 생산력이 증대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로써 생산될 상품총액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에 대응하는 화폐량이 증가해야 할 것이다. 신용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용/부채가 사라지므로 가수용이라고 하는 것에는 소비재를 사기 위한 신용에만 해당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이 신용으로 생산적 자본을 구매했을 경우 저자의 주장과 얘기가 달라진다. 상품총액이 신용에 의해 증가할텐데 이를 가수용에 근거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신용과 화폐를 분리하는게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소리이다.

본원통화량에 대한 저자의 제한에 대해

저자의 실증분석은 본원통화로 제한하는 분석을 하고 있으며, 카르케디와 로버츠의 분석(Carchedi & Roberts. 2022)에서 광의통화(M2) 변수를 다룬 것에 대한 비판(90-91)을 볼 때 조금 의아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들[@현정경:카르케디&로버츠]이 사용하는 통화량은 광의 통화(M2)이며, 이것에는 은행신용도 포함되기에, 신용량 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도 통화량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신용량 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통화량 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구분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90)

그러나 저자의 실증분석은 본원통화에 한해 분석되었으므로 신용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원통화량을 사용하는 이유로 신용의 영향을 분리한다는 전제도 문제이다. 본원통화량은 중앙은행의 정책에 좌우되는 변수로 중앙은행이 비록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내지만 신용과 금융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결정을 내린다. 그들이 비록 통화량 자체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바로 그런 이유로 신용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는가?

이를 실증해보면 본원통화량, 생산자물가 지수(기본분류), 가계대출액 3가지를 국가통계포털에서 2004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월별 데이터를 취합하여 간단하게 그랜져 인과성을 검증해보았는데, 본원통화와 생산자물가는 서로 그랜져 인과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신용(가계대출)은 본원통화량에 대해 영향을 주고 생산자물가는 신용에 영향을 준다. 

 

본원통화량과 신용의 그랜저 인과성 검증

기본적인 의문나는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얘기하는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보고 이를 가지고 통계적 검정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jobmg.tistory.com

이 실증 결과로 확인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물가(t-4) → 신용(t-2) → 본원통화량(t)

이 결과는 저자의 생각과 같이 물가가 결정된 후 통화량이 결정되고 있지만 둘이 직접적인 관계는 전혀 없고 신용 사이에서만 작동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다음의 시사점을 준다.

  • 신용이론이 없으면 화폐이론은 불완전하다.
  • 신용이 화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
  • 본원통화량이 신용에 의존적이라는 실증분석 결과는 다음을 의미한다.
    • 저자는 가치-가격 괴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중앙은행의 재량 때문이라고 했다. 허나 이것이 틀린 말이고 사실 신용이 가치-가격 괴리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정부는 이에 대해 관측을 한 후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본원통화량이라는 변수를 이용하는 것의 이득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신용과 분리하기 위해 이 변수를 사용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결론

한편으로 마르크스경제학에서 화폐이론 연구자는 매우 귀한 편이다. 안그래도 마경만으로도 연구인력이 부족한 마당에 마경 연구자가 화폐이론에 대한 책을 냈다니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고 흥미롭게 잘 읽었다. 다만 내가 개량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좀 다른 입장들에 대해 굉장히 베타적인 태도가 많이 보여 아쉬운 감은 있다. 그래도 물가와 같은 이런 정책적이고 정세적인 이슈로 마경이 개입하는 실천은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던컨 폴리가 어딘가에서 얘기했듯이 "현실적이고 정책적인 분야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1. 유철수. (2025).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가 : 마르크스주의 관점. 」 장원. 2025-07-30 발행. [본문으로]
  2. Marx. (2010). A Contribution To the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 in Marx and Engels Collected Works, Vol. 29, Lawrence & Wishart Electric Book. [본문으로]
  3. 김명기. (2022). 「거시경제학 강의.」. 한나래플러스. 전자책(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81cf88b2cf14df6 [본문으로]
  4. Carchedi, G & Roberts, M. (2022). Capitalism in the 21st Gentury. London, Pluto Press. [본문으로]
  5. 마르크스. (1993). 「임금, 가격, 이윤.」 칼 맑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제3권. 박종철 출판사. [본문으로]
  6. Itoh, M., & Lapavitsas, C. (1998). Political economy of money and finance. Springe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