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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욘 엘스터의 「마르크스 이해하기」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책이 마치 입문서처럼 되어 있는데, 아니다. 속지마라. 번역을 정확히 해보면 "마르크스의 감각을 익히기(?)" 정도일 거다. 아무래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팔아먹을만한 제목을 달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 변경 같다.. 어쨌든 일단 '경제학' 부분에 대해 읽었다가 아무래도 전형문제와 관련된 그의 비판이 눈에 띠었다. 간략하게 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하지만 해당 챕터만 보고 쓰는 것이므로 되도록 일반적인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언급하고자 한다. 1
1. 전형문제
엘스터는 가격형성론으로서 균등이윤율해석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정의가 있다고 언급한다. 번역이 이상한데.. 아무래도 전형문제인 듯 하다. 2
(1) 국지적 [균등]해석 : 가격은 가치에 비례한다. 3
(2) 전역적 [균등]해석
2-1. 모든 가격의 합은 가치 합과 같다.
2-2. 잉여가치 합은 이윤 합과 같다.
(3) 헤겔[적] 해석 4
3-1. 가치는 가격과 독립적이다. 그러나
3-2. 가격은 가치와 독립적으로 정해질 수 없다.(4) 리카도[적] 해석 : 가격은 수요의 구성과 독립적이다.[4의 경우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는 인용자이다.]
먼저 엘스터는 (1)의 경우를 일축한다. 그리고 현대마르크스경제학에서도 전통적인 축자적 전형해법 외에는 1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다.
(2-1)의 경우 새해석(NI)의 경우는 그것을 "순생산물의 가치와 가격은 같다"로 수정한다. 다만 가치와 가격은 서로 다른 차원을 갖는 변수이므로 비교불가능하다. 따라서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인 MELT를 이용하여 둘 사이를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경우는 전통적인 축자적 전형해법과 시점간단일체계(TSSI) 외에는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다. 다만 2-2는 NI와 TSSI 모두 받아들인다. (축자적 전형해법은 이를 포기한다)
어쨌든 (1)~(2)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이미 논의가 충분히 되어 정리된 일이고 이로써 각자의 학파적 입장으로 분리된 계기였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반화된 틀에서 (1)과 (2)를 가지고 마르크스경제학을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
엘스터가 매우 중대하게 비판하는 부분은 바로 (3)이다. 엘스터는 마르크스가 3에 대해 특수한 견해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언급한다. 다만 후진들에 의해 (3)은 확실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엘스터는 오래전 오키시오 노부오(1955)가 (3-2)에 대해 일정부분 해결한 사실을 무시하는 것 같다. 선형생산모형에서 정의하는 가치는 기술과 분배에 의해 결정되는 단순한 계이다. 그리고 이로서 가격과 가치는 이중적 정의에 기초하게 되고 서로다른 차원을 갖는 두 변수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5마르크스의 기본정리(FMT)로 3 전체를 지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간접적으로 (2-2)를 수정한 형태(이윤이 양이면 잉여가치도 양이다)로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3-2)를 정당화해주는데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합생산 가정을 도입하면 FMT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3) 전체는 NI와 TSSI가 지지하는 추상노동적 접근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가격은 가치의 현상형태라는 식의 이해는 매우 고전적인 생각이다. 현대마경에서 이런 생각을 아직도 고집하는 연구자는 물론 있다. 추상노동이 옳은가 투하노동이 옳은가.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 논의가 매우 쓸모가 없었고 의미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노동가치론의 '가치'란 관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실재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단지 마경은 사회적 관계라고 하는, 사회적 무의식이 '가치'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가설에 의존할 뿐이다. 엘스터는 과학은 일종의 편견, 가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 지점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노동가치론을 지지하려면 (3-2)를 증명해내야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분명 정당한 지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치는 관측가능한 변수가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실패할 프로젝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가치-가격이라는 연결고리를 생각해보자. 추상노동 접근은 노동시간과 가격 간에 일정한 관계를 MELT로 정의할 수 있다면 관측불가능한 가치를 떼어버려도 상관없어진다는 것을 방법론적으로 정당화해왔고 나 역시 이것에 동의한다. 가치는 관측될 수 없으므로 우리는 관측가능한 노동시간과 가격 간의 일정한 MELT에 근거하여 가치를 추정해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이론경제와 계량경제 사이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근의 NI와 TSSI에 기반한 노동가치론은 (3) 전체를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한다. 추상노동 접근은 가치와 가격은 독립적이지도 않으며 가격 역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그들은 독립적인 가치, 독립적인 가격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추상노동 접근에 대해 이런 반문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치'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가치가 어떤 상황에서도 불변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기술의 변화에 의해 가치가 변한다고 자주 거론했기도 하다. 어찌보면 기술에 의해서는 변하지만 분배에 의해서는 변하지 않는 스라파의 표준상품과 비슷한 구도인 거다. 가치는 변한다. 가격과 가치는 독립적이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가치를 노동시간과 가격 간의 일정한 관계로 표현되는 MELT의 정의에 의존해야 한다. 다만 우리는 MELT에 대한 확실한 이론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것은 아직 초기단계인 상황이다.
2. 미시적 기초 문제
다음으로 엘스터가 자주 거론하는 문제로서 "미시적 기초 문제"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미시적 기초 문제란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라는 경제학 전공자들에게는 친숙한 용어를 뜻한다. 즉 거시적 변수의 특정한 결과는 다부문, 다수의 경제참여자들의 행동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고 이는 쪼갤 수 있다. 그렇게 쪼갤 수 없는 경우를 특별히 '복잡계'라고 하며 이런 경우 미시적 기초가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6
어쨌든 다시 엘스터의 논의로 돌아가자면 방법론적 개체론을 지지하는 엘스터는 자주 미시적 기초 문제 특히 균등이윤율형성이론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책을 서술하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미시적 기초 문제는 아직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시점이었다. 최근 2000년대 들어 미시적 기초문제. 즉 균등이윤울형성이론에 대한 수리, 시뮬레이션 등의 연구가 자주 엿보인다. 특히 최근에 이질적 노동을 다루는 문제가 이 미시적 기초 문제와 관련되었고 약간의 빛(?)이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엘스터가 자주 언급하는 미시적 기초문제는 최근에는 어느정도 할말은 있다 정도랄까. 그렇다고 그의 비판을 일소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3. 결론
어쨌든 책을 약간 흝어본 입장에서 서둘러 이 책 "마르크스 이해하기"에 대한 평가를 내보도록 하자(?).
엘스터가 "마르크스 이해하기"를 낸 시점에서는 전형논쟁과 선형생산모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정리되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그때까지의 노동가치론에 대한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던 적절한 시점이었기도 하다. 엘스터가 노동가치론을 부정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그의 '방법론적 개체론'에 입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주 이론의 효용 기준을 이런 태도에 입각해서 말하고는 하는데 그건 조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마르크스경제학이 방법론적 개체론을 부정해야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최근의 연구들은 그런 방법론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비판들은 그때까지 논의된 내용들의 종합적인 검토에서 나왔기 때문에 매우 좋은 레퍼런스를 제공한다고 본다. 연구란 결국 문제의 해결, 즉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결국 "문제가 무엇인가"를 우리가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엘스터의 이 책은 훌륭한 레퍼런스라는 것이다. 책은 정치학, 인류학, 역사학, 경제학 등등 별걸 다 검토하고 있다. 엘스터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같지만 글쓰기는 좀 품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과의 논의가 이 안에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나는 마르크스주의 학문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가 거론하는 비판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은 얼마나 충분한 솔루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 번 시험해보자.
[이관 글. 2017-03-19 작성]
- Elster, Jon. Making sense of Marx.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5. 국역판 : '마르크스이해하기". 진석용 역. 나남출판사. (2015) [본문으로]
- Elster, J. ibid. p220-221 [본문으로]
- 번역본은 "항등해석"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이 바닥(마경학계)의 용어를 잘 몰라서인 거 같다. 엘스터는 분명하게 '균등화'를 언급한 것이므로 '균등해석'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본문으로]
- 번역본은 "헤겔의 해석", "리카도의 해석"이라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 헤겔은 가치와 가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맥락 상 마르크스주의의 일반적 입장을 서술한 부분이므로 어색한 문장같다. 그래서 헤겔적 해석, 리카도적 해석이라고 따로 옮겼다. [본문으로]
- 置塩 信雄. "価値と価格 : 労働価値説と均衡価格論". 神戸大學經濟學研究年報 1. 1955 [본문으로]
- Elster, J. op. cit. p221의 주석 (46)을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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