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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마르크스경제학에서 이용되는 투입-산출모형에서 투입계수행렬에 대한 고유값과 고유벡터의 의미에 대해서 음미하고자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기술적 내용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이는 이전의 포스트 「페론-프로베니우스 정리와 FMT」를 먼저 참고하라.

일반적으로 투입-산출모형에서 고유값은 이윤율의 역수를 의미한다. 스라파 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에서의 그 해석은 전혀 다른 이론에 기반하기 때문에 둘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2. 본문

2-1. 기본가정

우선 논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가정을 여기서 다루어보자. $n$ 개의 부문만으로 이루어진 폐쇄경제를 상상해보자. 그다음 이 경제에는 고정자본은 없으며 투입시점에서 유동자본과 노동량이 모두 남김없이 투입된다. 또한 모든 부문은 서로에게 생산수단으로서 이용된다. 즉 분해불가능한 행렬을 갖는다. (분해불가능 행렬에 대해서는 이전의 포스트 「분해불가능행렬과 연결행렬 추정」를 참고하라)

2-2. 스라파 경제학에서의 고유값

여기서는 산출시점에서, 즉 마지막 산출 시점에 모든 생산물이 생산되면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게 된다고 가정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생산가격체계로 표현될 수 있다.

$p=(1+r)Ap+wl$

$p=[p_{1},...,p_{n}]'$는 가격벡터(행벡터), $r$은 이윤율, $A$는 투입계수행렬(정방행렬), $w$는 임금률이며 마지막으로 $l=[l_{1},...,l_{n}]'$은 투입노동벡터(행벡터)이다. 여기서 임금률이 0일 때의 체계는

$p=(I+R)Ap$

가 된다. 여기서 스칼라였던 $1+r$은 다른 성질로 정의되게 된다. 먼저 주대각선상의 원소들이 1이고 나머지 원소들은 0인 항등행렬 $I$와, 각 부문의 최대이윤율이라는 원소를 주대각선상에 배치된 대각행렬 $R$을 더한 $I+R$이 된다. 허나 이럴 경우 식이 $n$개이고 미지수가 $2\times{n}$개가 되므로 과소결정이 되어 해가 없게 된다. 따라서 최대이윤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스라파는 일종의 표준체계를 얻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데[각주:1] 사실 해의 유일성과 표준적 비율을 구하는 것은 선형대수학의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구하는 것으로 간단해진다. 즉 스라파 경제학에서 매우 중시하는 '표준체계'를 구하는 것과 직결되는 중요한 테크닉인 거다.

고유값과 고유벡터란 투입계수행렬 $A$에 대해 다음이 성립함을 의미한다.

(1) $q\lambda=qA$

$\lambda$는 고유값을 의미하며 $q$는 고유벡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형태를 얻기 위한 준비를 해보자. 다음의 체계를 가정하자.

$q=(1+r)qA$

이제 양변에 $\frac{1}{1+r}$을 곱해주면 다음과 같이 된다.

(2) $q\frac{1}{1+r}=qA$

그러므로 (1)식과 (2)식은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고유값은 $n$ 개이며 그에 대응하는 고유벡터 역시 $n$ 개가 존재한다. 이 때 페론-프로베니우스 정리(Perron-Frobenius Theorem)[각주:2]를 통해 페론-프로베니우스 고유값(P-F 고유값)이 모든 고유값에서 가장 큰 수라는 점, 그리고 P-F 고유값에 대응하는 고유벡터는 모두 양의 실수라는 정리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최대이윤율의 역수에서 가장 큰 고유값 $\frac{1}{1+\widehat{r}}$과 그에 대응하는 고유벡터 $\widehat{q}$을 얻게 된다.

$\widehat{q}\frac{1}{1+\widehat{r}}=\widehat{q}A$

여기서 $\widehat{q}$는 표준비율을 의미하며 이는 산출량과 규모를 증가시키면 언제든지 초기조건의 상태로 복귀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세한 건 이전의 포스팅 「알고리즘으로 보는 스라파의 표준상품체계」를 참고하라)

2-3. 마르크스 경제학에서의 고유값

마르크스경제학에서 고유값도 역시 이윤율의 역수이지만 특별히 "최대이윤율"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투입시점에서 임금을 선불로 받게 된다고 가정된다.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생산가격체계로 표현될 수 있다.

$p=(1+r)p(A+bl)$

$p=[p_{1},...,p_{n}]$는 가격벡터(열벡터), $r$은 이윤율, $A$는 투입계수행렬(정방행렬), 마지막으로 $l=[l_{1},...,l_{n}]$은 투입노동벡터(열벡터)이다. 스라파 모형과 다른 형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필자가 일부러 행과 열을 전치시켰음에 유의하자.

다른 한편 임금은 $pbl$은 노동량 한 단위에 노동자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필수재 단위의 가격으로 정의된다. 이 식을 $M=A+bl$으로 축약하여 다음과 같은 체계로 표현해보자.

$x=(1+r)Mx$

이제 양변에 $\frac{1}{1+r}$을 곱해주면 다음과 같이 된다.

(3) $\frac{1}{1+r}x=Mx$

그러므로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보여주는 (1)식과 여기서 도출된 (3)식은 같은 것이 된다. 그러나 고유값은 $n$ 개이며 그에 대응하는 고유벡터 역시 $n$ 개가 존재한다. 여기서도 마르크스경제학은 페론-프로베니우스를 이용하여 가장 큰 이윤율의 역수 $\frac{1}{1+\dot{r}}$를 선택하여 이에 대응하는 양의 실수를 원소로 갖는 산출량벡터 $\dot{x}$를 얻는다.

$\frac{1}{1+\dot{r}}\dot{x}=M\dot{x}$

여기서 스라파 경제학과 다르게 마르크스경제학은 표준비율이 아니라 산출량의 의미를 갖는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산출량벡터는 고유벡터로 얻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즉 산출량벡터 $x$를 모형의 정규화를 통해 얻어내는 성격보다는 상수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x_1=1,~x_2=1$ 같은 식. 이런 논문이라면 선형생산모형의 기본가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행렬대수를 쓰고 있더라도 "나는 선형생산모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4. 왜 페론-프로베니우스 고유값을 이용하는가

둘 모두가 페론-프로베니우스를 이용하는 것은 바로 '양의 실수로 이루어진 원소를 갖는 고유벡터"를 얻기 위함이다. 만약 0 혹은 음의 실수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는 스라파 경제학과 마르크스경제학이 다르게 말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 표준적 비율에 음수가 나오면 초기조건으로 복귀시킬 수 없으므로(왜냐하면 경제에서 음(-)의 산출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의 산출량이 초기조건일테고 음의 비율이 나온다면 초기조건으로 복귀시킬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표준'이 될 수 없다. 후자의 경우 음의 산출량을 생산한다는 것 자체도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제적인 상황을 암시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재생산성이 떨어지며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와 유사한 투입-산출모형을 사용하는 레온티에프 생산함수의 경우는 양의 벡터를 얻기 위해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이용하지 않는다. 단지 투입계수행렬을 표준적으로 호킨스-사이몬 조건(Hawkins-Simon Condition)이 충족되도록 원소를 0에서 1 사이의 값이 나오도록 만들어서 항상 가격벡터가 양이 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이용한다. 단 호킨스-사이몬 조건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므로 모든 양의 벡터가 호킨스-사이몬 조건이 되는 건 아니다.

2-5. 그래프로 보기

이제 모든 고유값에 대응하는 고유벡터들의 모음을 그래프 상에서 확인해보자. 우선 분해불가능한 투입계수 행렬을 다음과 얻어졌다고 하자.

$A=\begin{bmatrix}20&27&64&2&0\\35&30&77&3&0\\69&87&21&0&4\\21&33&11&33&31\\36&22&16&12&20\end{bmatrix}$

이 투입계수행렬은 아래와 같은 축약화된 마르크스경제학의 체계로도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 봐도 무관하다)

$A=\dot{A}+bl$

우리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하는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얻으려 한다.

$\lambda{x}=Ax$

$\lambda{x}=\lambda{\begin{bmatrix}x_{1}\\x_{2}\\x_{3}\\x_{4}\\x_{5}\end{bmatrix}}=\begin{bmatrix}20&27&64&2&0\\35&30&77&3&0\\69&87&21&0&4\\21&33&11&33&31\\36&22&16&12&20\end{bmatrix}\begin{bmatrix}x_{1}\\x_{2}\\x_{3}\\x_{4}\\x_{5}\end{bmatrix}=Ax$

우선 고유값을 얻으려면 다음의 특성방정식을 이용하여 다음이 성립하는 $\lambda$를 찾는 것이다.

$det(A-\lambda{I})=0$

이 행렬식을 구체적으로 열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det\begin{vmatrix}20-\lambda &27&64&2&0\\35&30-\lambda&77&3&0\\69&87&21-\lambda&0&4\\21&33&11&33-\lambda&31\\36&22&16&12&20-\lambda\end{vmatrix}=0$

이 행렬식을 계산하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컴퓨터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컴퓨터 만세!)

Octave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던졌다.

>> clear all; 
>> A = csvread("data.csv"); 
>> [x,lambda] = eig(A);#고유벡터, 고유값 계산하기 
>> lambda = diag(lambda);#정방행렬로 반환된 고유값행렬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주대각선상 원소만을 가지고 행벡터로 변환. 
>> lambda 
lambda = 147.6069 -67.9164 -6.9728 6.4058 44.8765 
>> x 
x = 0.4076097 0.4200802 0.5287227 -0.0043338 -0.0174342 0.5134266 0.4554002 -0.3657441 0.0406410 -0.0123587 0.5847781 -0.7656662 -0.0840174 -0.0394936 -0.0303351 0.3627596 -0.1125518 0.4955391 0.7445986 0.9207151 0.3109462 -0.1312657 -0.5779841 -0.6650885 0.3884673

고유값 147.6069가 바로 P-F 고유값이다. 이에 대응하는 것이 x의 첫 번째 열에 해당하는 양의 산출량벡터(혹은 스라파에서는 양의 표준적 비율)가 되는 것이다.

페론-프로베니우스 정리는 아무 행렬이나 되는 것이 아니라 분해불가능행렬, 또는 기약이라는 성질이 있어야 한다. 즉 모든 부문에서 생산된 상품은 반드시 다른 부문의 생산수단으로도 쓰여져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를 기초재라고 한다)

아래는 각 고유값에 대응하는 고유벡터를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선으로 연결하여 5개에 대한 그래프들을 모아 GIF로 만든 그림이다.

고유벡터의 좌표평면 사 위치 GIF
[그림 1] 고유벡터의 좌표평면 상 위치.

마지막의 P-F 고유값에서야 모두 양(+)의 원소를 갖는 좌표평면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정했던 분해불가능 행렬이라는 제약을 제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 clear all;
>> A = csvread("data.csv");
>> [x,lambda] = eig(A);#고유벡터, 고유값 계산하기
>> lambda = diag(lambda);#정방행렬로 반환된 고유값행렬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주대각선상 원소만을 가지고 행벡터로 변환.
>> lambda
lambda =
   147.6069
   -67.9164
    -6.9728
     6.4058
    44.8765
>> x
x =
   0.4076097   0.4200802   0.5287227  -0.0043338  -0.0174342
   0.5134266   0.4554002  -0.3657441   0.0406410  -0.0123587
   0.5847781  -0.7656662  -0.0840174  -0.0394936  -0.0303351
   0.3627596  -0.1125518   0.4955391   0.7445986   0.9207151
   0.3109462  -0.1312657  -0.5779841  -0.6650885   0.3884673

가장 큰 고유값에 대응하는 고유값벡터 역시 모두 음의 값이 나왔다.

3. 결론

오랜만에 Octave로 짜려니까 다 잊어버려서;; 간단한 거였는데도 좀 고생했다.. 어쨌든 나도 공부를 해보는 차원에서 고유값과 고유벡터에 대해 글을 썼다. 그런데 위에서 알아본 것처럼 투입계수행렬이 분해가능한 행렬이라면, 쉽게 말해 생산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최종소비재 부문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이는 적용되지 못한다.

비-기초재에 대한 문제에 관하여 나는 이 방면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스라파 경제학에서 비-기초재 부문의 경우 음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데[각주:3], 왜냐하면 비-기초재는 단지 다른 부문의 상품을 자본재로 사용할 때 그것의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가격수용자로서 양의 산출량과 양의 가격을 마진을 더한 마크업에 의해 결정되는 식으로 설명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게 내 견해이다. 다시 말해 스라파적 생산가격체계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격결정 이론에 관한 스라파 경제학과 포스트 케인지언 간의 관련성이 깊은 사항을 다룬 라부아(2009)[각주:4]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마르크스경제학의 경우 애초부터 가치가 음이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것의 존재는 거의 곤란한 사항이다. 기초재라 함은 결국 생산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하나의 단순한 사례이기도 하지만 이를 또한 단순히 비-생산적으로 보는 것도 곤란하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진전된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내 짧은 견해로는 가치수용자로서의 비-기초재부문은 마르크스가 농업부문을 분석하면서 언급한 허위의 사회적 가치의 한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정도이다.

[이관 글. 2017-07-29 작성]

  1. 박만섭. 스라파의 '증명'방식에 관한 일고. 사회경제평론 제35호. pp137~176. [본문으로]
  2. 페론-프로베니우스 정리. 위키-수학노트. http://wiki.mathnt.net/index.php?title=페론-프로베니우스_정리_(Perron-Frobenius_theorem) [본문으로]
  3. Khudaynazarov, Ashurali. "A New Classification of Goods in Sraffa-Price-Systems: Basic Capital Goods, Non-Basic Capital Goods and Consumption Goods." (2009). [본문으로]
  4. Lavoie, Marc. Introduction to post-Keynesian economics. Springer, 2009. (국역판)"포스트케인스학파 경제학 입문 -대안적 경제 이론-." 김정훈 옮김. p94-95. 후마니타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