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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론
마르크스경제학에서 노동력이란 무엇일까? 노동력이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노동이란 바로 이 노동력의 사용을 의미한다. 마르크스경제학은 이 둘을 엄격히 구분한다.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개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채언(2009)을 참고하여 마르크스(1976) 1가 말하는 다음과 같은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세 가지 서술 2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3
- 노동력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
- 노동력을 가진 인간의 삶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
- 노동력을 가진 인간의 삶에 필요한 생활수단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
이 세 가지는 서로 독립적인 정의가 아니라.. 마르크스가 순서대로 고쳐말한 것이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어쨌든 이들 개념들에 대해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B. 본론
1) 노동력을 체력으로 볼 때
1)의 경우 "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말은 노동력이 노동에 의해 소모되었고 소모된 부분을 보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개념은 여러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예컨대 삽질하는 능력을 생각해보자. 노동은 노동력을 소모한다는 개념에 따라보면 실제 삽질을 하는 노동은 능력을 소모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 같다. 그가 소모하는 것은 힘을 일정하게 가할 수 있는 체력이지 능력이 아니다. 따라서 노동력이라는 단어보다 노동력 가치의 일부분으로써 포함해야 한다. 이채언은 이를 노동력 스톡이라고 하고 있다. 이것이 마멸, 소모되는 크기는 그의 말에 따르면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숙련이 형성되는 노동력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노동에 숙련될수록 노동력의 소모가 점차 감소할 것이고 이로써 숙련될수록 잉여가치가 감소한다는 결론 역시 가능하다. 4
이에 대해 이채언은 모델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모델링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노동력 가치의 일부분인 체력의 소모에 대한 부분적인 모델을 만들어보도록 하자.
기본모델
노동력의 가치는 체력소모를 보충해주는 기초생활재 $b$ 량이 필요하다고 하자. 이때 노동력의 가치 $\lambda{bl}$은 시간 $t$의 감소함수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1) $\frac{d\lambda{bl}}{dt}=k\lambda{bl}$
노동력의 가치는 일정하게 $k$에 비례하여 감소한다고 가정된다. 따라서 $k<0$이다. 그런데 임금은 선불이며 일정기간에 따라 이산적으로 지불된다. 임금이 선불되어 다음 임금이 지불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t_{0}\rightarrow{}t_{n})$이라고 하면
$\int_{t_{1}}^{t_{n}}\lambda{bl}(t_{0})-k\lambda{bl}~dt=\bigtriangleup{\lambda{bl}}$
노동력의 가치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bigtriangleup{\lambda{bl}}$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보충해줄 소모분이 노동숙련이 형성되면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결과에 대한 가정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경제가 하나의 기초생활재만 생산한다고 가정한다
- 객관적인 노동강도는 일정하며 주관적인 노동강도만이 문제가 된다
- 기술진보는 노동편향 기술진보이다
- 체력소모는 숙련형성에 의해 감소한다
- 초기시점에서 선불된 노동력의 가치 크기는 고용자인 자본가에게 완전히 알려져있다
기술진보가 노동편향인 경우에 한정한 이유는 마르크스경제학에서는 자본편향 기술진보가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체력소모는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의 가정은 기술이 노동숙련에 의존한다고 가정하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노동력의 가치크기가 완전정보라 함은 자본가가 그것을 적게 주거나 많이 주거나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가정들을 볼 때 이 모델은 일반화된 모델이 아니라 특수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맥락을 잡아보자. 이는 현실에서 어떤 특수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예컨대 경험이 없는 직종에 노동력을 팔려는 신입 노동자를 생각해보자. 이 노동력 시장은 이제 막 초창기에 새로 도입되기 시작하는 직종이라고 하며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기업은 다른 일을 하다가 전직을 하는 노동자가 초기에 스트레스, 노동강도에 대한 주관적 부담 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것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frac{d\lambda{bl}}{dt}$의 기울기가 완만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이를 '적응'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이제 막 전직하는 신입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인센티브는 바로 $\bigtriangleup{\lambda{bl}}$인 것이다.
실제로도 체력소모의 적응기간은 전직을 고민하는 노동자가 고려할 법한 변수이기도 하다. IT프로그래머를 하다가 데이터분석가로 전직을 함에 있어서의 노동강도가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겠으나 그 고통은 차차 적응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절대적인 나이를 추가할 경우의 모델
물론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하여 절대적인 나이가 하나의 변수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나이를 경제활동 가능 나이 20대를 1부터로 표준화하여 $A$라고 하고 그 역수를 k에 곱하여 $c=A^{-1}k$로 대입하면 (1)식은 다음과 같이 수정된다.
(1)' $\frac{d\lambda{bl}}{dt}=c\lambda{bl}$
이로써 나이가 높을수록 체력의 소모를 보충해야 하는 가치 크기는 아래의 그림의 붉은 곡선과 같이 증가하게 되며 숙련형성에 따른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래의 검은 곡선은 A=1인 경우(즉 20세)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체력소모가 큰 직종의 노동력 시장에서는 나이가 젊은 노동력을 왜 더 선호하는 지에 대한 대강의 답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자에게는 임금 차이 역시 고려될 것이고 전 직장의 노동강도와 비교해보기도 할 것인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이 모델은 특수해보이지만 체력 소모로만 한정하는 경우 이와 같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결과라고 생각된다.
2) 노동자의 삶을 재생산할 수 있는 정도로 볼 때
이 경우는 좀 더 복잡해진다. 여기서는 위에서 보이는 2번과 3번 모두가 포함되어 논의된다. 노동자의 삶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채언은 두 가지 의미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판단한다.
하나는 노동력을 보유한 개개인이 그 노동력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으로서 노동자 개개인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력을 가진 개개인에게도 자연수명이 있으니 여러 세대에 걸쳐 같은 크기의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보존하는 것으로서 노동자 개인만이 아닌 노동자 가족까지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5
여기서 이채언은 독특하게도 노동력 상품을 재생산하는 활동에 대해 직접노동과 간접노동으로 구분하고 있다.
- 간접노동 :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생활수단(기초생활재)
- 직접노동 : 노동자 개인의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지출하는 활동을 의미 (화장, 식사 준비, 출퇴근 활동, 샤워, 교육훈련 등의 생산영역 외의 일상적인 재생산 활동)
이채언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교육훈련과 같은 요소를 직접노동으로 구분하고 직접노동을 노동력의 가치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이채언은 여기서 마르크스가 옳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의 방어는 이렇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상품생산 노동에서 상품을 유지하고 보관하는 노동은 그것이 필수적이고 유용한 경우 (자연재해나 수급의 어려움 때문에 보관, 유지 노동이 필수적인 경우) 생산적 노동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노동력 상품에 대해서도 이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다. 6
그러나 특정한 종류의 노동력자원이 만성적으로 결핍되어 그런 종류의 노동력이 사회 전체적 재생산과정에 꼭 필요하다고 요구되는 한에서는 그 노동력을 유지 보존하는 노동도, 비록 자연력처럼 노동자들이 생존활동을 통해 공짜로 주어지는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된다. 7
이것은 유용한가 아닌가의 여부와는 오묘하게 다른 것 같다. 즉 보관,유지 노동은 어떤 수급의 어려움이나 재해 등의 문제로 인해 그 노동이 꼭 필요해질 때에만 생산적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노동력 상품에 대해 연결하면 직접노동은 노동력의 가치에서 예외적인 경우(수급의 어려움)를 제외하면 배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훈련의 경우까지 포함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직종별로 생산되는 가치의 크기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고 이러한 차이를 과연 간접노동에 의해서만 설명할 수 있을까? 현대마르크스경제학에서는 어떤 직종의 노동이 단순한 노동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이유에 대한 이른바 환원에 대한 접근으로 큰 틀에서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바로 (1) 양성비용 접근 8 (2) 균등임금률 접근 9 10이다. 11
여기서 균등임금률 접근은 지금 생각해보면 환원의 방법보다는 일종의 분배이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내 견해지만 균등임금률을 가정하는 순간 직종별로 가치를 분석하는데는 전혀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양성비용이라는 접근이 가장 현실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양성비용은 교육훈련의 비용이 노동이 생산하는 가치에 포함된다는 논리이다. 양성비가 높을수록 그 직종의 대체비용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그 대체비용의 차이가 서로 다른 가치크기를 낳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이채언과 같이 교육훈련을 노동력 가치에서 배제할 때보다는 더 많은 것이 설명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C. 결론
교육훈련을 노동력의 가치로 간주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 외의 직접노동을 노동력의 가치에서 배제하는 것은 분명 정합성을 위해 필요한 문제로 보이나, 실제로 그것들은 노동력을 가진 인간들에게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에서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동력 시장에서 상품을 판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노동력 가치 개념은 현실분석에서 별로 유용해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기본적인 이론을 가지되 현실에서 이 직접노동들이 잉여가치착취율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현재로써 그런 노력은 새뮤엘 보울스 정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보울스&긴티스(1977)는 자본주의 동학의 핵심은 불균등한 착취를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데에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12 이들의 주장이 말하는 바는 사실 현실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 유용한 어떤 부분적인 이론 혹은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다. 13
아니면 노동력의 가치 개념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할까? 그러나 그건 정합성 연구이지 현실분석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같다. 보통 그런 경우 자의적인 가정을 할 수도 있기에 좀 위험해보이기도 하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특정한 현실문제를 특정한 가정으로 착취에 대해 설명하는 연구가 차라리 더 효율적일 수도..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노동력의 가치 개념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는 걸까? 아니면 노동력 가치라는 개념이 제한적이라고 해야할까. 전자의 경우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한 부류인 사회재생산 이론이">http://socialistworker.org/2013/09/10/what-is-social-reproduction-theory[/footnote]이 대표적이라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공부를 해봐야겠다. 후자의 경우는 전통적인 해석에 한정한다. 이를 포괄할 수 있을 논리가 필요하겠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이에 대한 논의들을 다시 살펴봐야겠다. 14
[이관 글. 2018-03-12 작성]
- 이채언. (2009). 노동력가치이론과 상품가치이론 사이의 논리적 정합성에 관한 연구. 사회경제평론, 32, 167-193. [본문으로]
- Marx, K. 1976, Capital, Volume I, Pelican, London. [본문으로]
- Marx, K. 1976, Capital, Volume I, p274. Pelican, London. [본문으로]
- 이채언. 2009. op. cit. p173. [본문으로]
- 이채언. 2009. ibid. p174~175. [본문으로]
- 이채언. 2009. ibid. p175. [본문으로]
- 이채언. 2009. ibid. p179. [본문으로]
- Okisio, N. (1963). A mathematical note on Marxian theorems.Weltwirtschaftliches Archiv, 287-299. [본문으로]
- Rowthorn, B. (1974, September). Skilled labour in the Marxist system. In Bulletin of the Conference of Socialist Economists(Vol. 8, pp. 25-45). [본문으로]
- Krause, U. (1982). Money and abstract labour. NLB/Verso. [본문으로]
- 이채언. 1992. 경제학에 있어서의 가치와 가격.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 [본문으로]
- Bowles, S., & Gintis, H. (1977). The Marxian theory of value and hetero-geneous labour: a critique and reformulation. 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1(2), 173-192. [본문으로]
- 류동민. (1994). 가치이론의 정합성과 분석적 의의에 관한 연구.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논문. p30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What is social reproduction theor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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