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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마르크스주의에 호의적인 이들 사이에서 홍기빈의 인터뷰 "경제학에서 자본론은 실패작… 좌파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버려야"로 시끄러웠다. 홍기빈이 이번에 번역한 책 「카를 마르크스 - 위대함과 환상 사이」에 대한 논평들도 참고해볼만 하다.
- Blog Reading.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카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 사이>, 읽기 전 소개
-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서평. "마르크스 평가 절하하기".
- 캘리니코스에 대한 스테드먼 존스의 반론. ""The current debate about the significance of Marx"".
위의 블로거 리딩이란 분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캠브리지 역사학자의 학풍은 원저작자의 의도, 그리고 인격적 측면을 중시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학술적인 논평은 내 전공이 아니므로 차치하겠다. 이번 홍기빈의 인터뷰로 내가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교조성'이다. 홍기빈의 저 안티-신화라는 정치적 태도는 분명 교조적 마르크스주의를 공격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반응은 불쾌할만은 하다. 스탈린주의 이후 몇십 년동안 마르크스주의는 내부에서부터 교조주의를 배제하려고 노력해왔다. 그 속에서 전향을 결심하게 되는 학자들도 생겼고 그대로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해온 학자들도 있었고 전향자에 대한 배신행위(?)에 분노하는 맑시스트도 있었다. 홍기빈은 바로 80~90년대 사이에서 마르크스주의 학자로 성장하면서 누구나 갈등했을 법한 정치적 태도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결과인 것이다. 한국에서 소련 붕괴 후의 마르크스경제학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원한다면 김수행(2004)를 참고할 것. 1
그렇기에 홍기빈의 교조주의 비판은 허수아비 치기라고 평가하면 되는 걸까?
물론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교조적인 학술논문이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나의 인상적인 비평에 불과하기에 그걸 객관화 시키는 건 뭔가 어려운 것 같다. 요지는 간단하다. 마르크스의 문헌에 기초하여 그것이 옳다고 전제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윤율 저하경향은 틀렸다"고 하는 이에게, "마르크스는 이윤율이 저하한다고 말했으며 따라서 그 주장을 하는 너는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자본론 인용 추이
그렇다해도 이건 좀 추상적이다. 실제로 학술적 논의에서 저런 식의 주장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뭔가 객관화할만한 지표가 없을까? 해서 자본론의 피인용수의 추이를 보는 것은 어떨까? 즉 학자들이 논의를 하는데 있어서 원문인 마르크스에게 얼마나 의존하는가? 물론 이건 교조성은 아니다. 다만 논의를 함에 있어 상대방을 납득시키는데 있어 마르크스 원서를 인용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이고 좀 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류학문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류경제학자는 스미스, 리카도를 인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는 프로이트를 인용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이건 마르크스주의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말하긴 어려워보인다. 철학의 경우는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와 같은 고전적인 학자들을 인용하곤 한다. 하지만 모든 인문학이 이렇지는 않다. 대체 왜 고전적인 학자들을 인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구글 스칼라에서 Das Kapital을 검색하여 Marx. K(1867)의 피인용수를 연도별로 볼 수가 있다. 그 추이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2
자본론이라는 고전적 학자 마르크스에 대한 피인용수는 2000년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왜 이것이 부정적일 수 있냐면, 마르크스경제학은 고전학자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수학적 논의가 많은 진전을 보았고, 실증과 계량경제 연구도 많아졌다. 마르크스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추상노동이라는 개념을 일리치 루빈을 통해 진전시켰고 그 논의를 발전시켜 구베르네르, 클라이만, 폴리에 의해 '단일체계'라는 새로운 접근법도 만들어졌다. 사실 이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인용할 필요성은 거의 사라졌고 이제 후학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발전된 이 개념을 후학들 스스로가 책임지고 발전시킬 필요성이 증대했다. 그럼에도 왜 여전히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피인용수는 계속 증대하는 것일까?
이 현상은 분명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의 연구성과가 타학문들에 의해 재생산되지 못하고 있음의 반증이 아닐까? 이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다. 어떤 학술지에서 자본론 피인용수가 증대하고 있는지 일일이 캐봐야하는데 좀 힘든 일 같아서 그만둔다;;; 나중에 시간되면 해야지.
마르크스경제학자 간의 피인용 네트워크
위에서 타 학문과의 교류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하고나니 또 하나의 궁금한 점이 있다.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은 타 학문과 얼마나 자주 교류할까? 이를 피인용수로 해보는 거다.
그런데 마르크스경제학자를 어떻게 구분할까? 가장 전문적인 주제를 먼저 선정하면 될 것이다. 바로 전형문제이다. 전형문제는 타학문분야에서 손대기 어려운 마경학자들의 전문분야이니까. 여기서의 논의들을 마경학자들은 타 학술지와 얼마나 교류하고 있을까? 해서 먼저 리피에츠(1979)에서부터 출발했다. 아마도 전형문제에 대한 논문 인용 시 빠지기 어려운 논문이 아닐까 해서 여기부터 출발했다. 그렇게 해서 이와 관련되고 있는 인물들 27명의 논문들을 샘플로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별다른 기준없이 내가 피인용으로 인기가 있을법한 논문들을 주로 수집한 것이라 평균적인 경우라고 말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냥 참고만 할 것. 3
그렇게 해서 학술지와 학술지의 인용지와 피인용지를 구분하여 네트워크를 그려보았다.
네트워크를 보면 소수에 매우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학술지들은 인용을 할 뿐, 소수의 학술지가 이를 피인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마르크스경제학의 전문분야에 한해서 타 학문과의 교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결론
이렇게 보면 마르크스경제학 학계의 서로 구분되지 못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자본론에 대한 피인용수가 2000년대 들어 즐가하고 있다. 이 상황은 두 가지 현상으로 해석된다. 첫째는 어떤 설명의 근거를 자본론에 의존한다. 둘째는 자본론을 새롭게 읽는다. 전자의 경우라면 이는 마르크스경제학자들의 연구성과가 타학문에 잘 재생산되지 못하는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라면 이는 적어도 기존의 지배적인 해석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위 [그림2]와 같이 인용을 하는 주변 학술지들이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둘 다 맞을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전형문제의 경우 타학문에서 버무린 걸 또 재인용할 일은 없을 것도 같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관 글. 2018-05-01 작성]
- 김수행. (2004). 한국에서마르크스주의경제학의도입과전개과정(Vol. 24). 서울대학교출판부. [본문으로]
- Marx, K. (1867). Das kapital (pp. 409-446). John Wiley & Sons, Inc.. [본문으로]
- Lipietz, A., & Centre d'études prospectives d'économie mathématique appliquées à la planification (Paris). (1979). The" so-called transformation problem" revisited. CEPREMAP.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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