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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제로
<사이코패스 제로>(이하 제로)는 바로 코가미 신야가 감시관인 시절이면서, 사사야마 집행관과 콤비를 이루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사이코패스 시리즈 덕후라서 이걸 넘어갈 수가 없다싶어 결국 사고야 말았다.
일단 흥미로웠던 점은 사사야마라는 인물이었다. 이 인물은 <사이코패스>(이하 시즌1)에서 코가미는 '개새끼였다'고 언급하는데 의외로 괜찮은 인물로 나온다. 물론 범죄계수가 높은 잠재범이지만 그가 잡혀온 계기는 아버지의 여동생에 대한 성폭행을 막으려고 반죽을 때까지 폭행을 가한 것이었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자신이 여동생에 대한 성애적인 요인이 있음도 내비치고 있다. 역시 잠재범이라는 사실은 염두해야겠다.
하지만 이런 잠재적인 범죄 정신이라는 것 자체를 품었다는 것에만 몰두하면 안되는 것이, 결국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갖고 있고 미덕의 가치를 반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적어도 사사야마라는 인물은 반성의 여지를 남기고 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점, 약한 사람을 도우려는 태도 같은 걸 볼 때 '좋은 놈' 같다고 생각이 드는 거다. 적어도 고쳐쓸 수 있는 인간이랄까.
하지만 이 소설의 문제점도 있다. 바로 <시즌1>의 코가미라는 캐릭터성과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시즌 1에서 코가미는 (아카리 감시관의 말에 따르면) 사냥꾼의 감성을 가지고 있고 동물적이고 즉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죄자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가 잠재범이 된 것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마키시마 쇼고가 코가미를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본다는 점이고 본인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로>의 코가미는 정의롭고 융통성이 떨어지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캐릭터성을 갖는다. 물론 <시즌1>에서 감시관 시절의 코가미를 아카네와 똑같이 엘리트의 전형을 밟았다는 점, 그리고 내내 아카네와 닮았다는 식으로 전개된 걸 생각해보면 그렇다. 하지만 사실 아카네와 코가미는 결론적으로 달랐지만. (회색문장은 <시즌1>을 안본 사람은 보지 말것)이 비일관성을 해소하는 것은 결국 사사야마가 마키시마 쇼고에게 살해당한 후 수사과정에서 잠재범이 되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제로>는 그 수사과정까지 담고 있지 못한다.
한마디로 <제로>는 코가미가 변해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담지 않았다. 단지 사사야마의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느 정도 코가미의 몰래수사의 욕망이 발생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바로 사사야마와 코가미의 관계 말이다. 어찌나 달콤하던지..(응?) 두 사람 확실히 서로 의지해오던 동료였고, 그래서 사아야마가 죽은 후 마키시마를 몰래 수사할만한 동기가 되었겠군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여동생만 있으면 돼
라이트노벨 소설가들의 이야기랄까. 주인공 이츠키가 일단 여동생 성애자다. 여기서 "성애자"는 극단적인 취향을 표현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냥 말그대로 성적취향이다.. 대단히 반-도덕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에게는 남동생이 있고 여동생은 없다. 그리고 이츠키를 짝사랑하는 나유타는 이츠키에게 상당한 성적 구애와 섹드립을 펼치는데.. 이거 만 15세 이상이 아니라 성인소설로 올려야 한다고 판단된다. 대체 출판물 윤리는 어디로? 이걸 고등학생들이 본다구요???? 잘못된 성 인지를 가질까봐 무척 우려스럽다.
물론 코믹하게는 썼다. 하지만 욕망을 키우고 그 욕망에 아포리아를 설정하는 구조, 즉 이츠키는 나유타의 천재성을 질투하기 때문에 그녀와 섹스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사실 때문에 나유타의 구애 수준은 점차 노골적이 된다. 이츠키는 여동생이 없다. 따라서 여동생 성애자를 자임한다. 이러한 균형조건이 극단적으로 보이는 관계를 담은 이야기를 완만하게 전개시켜주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1) 마지막에 그 균형조건의 의미를 작가가 무참히 깨부쉈다. 이에 대해서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다르게 응용해서 예를 들어보자. 나유키의 천재성 때문에 이츠키는 나유키의 구애를 거부한다. 만약 이츠키와 나유키가 섹스를 한다면 균형은 깨지고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제약사항을 만드는 거다. 그 제약사항을 풀어서 이야기를 진척시키려면 또 다른 제약사항이 나오거나 엔딩으로 쓰든가일텐데.. 1권 마지막에 그걸 깨뜨린다는 거다. 어떻게 풀 것인가?는 별로 고민 안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분명 가슴 큰 여성들과 여동생 성애자와 섹드립을 하는 식으로 전개시킬 것 같기 때문. 사실 라이트노벨 독자층이 그런 걸 정말 좋아하나 보다. 나는 이런걸 되도록 회피하는 편이다보니.. 이걸 읽고 충격 좀 먹었다. 이따위 소설을 읽는단 말이야???
2) 그런데 나유키의 천재성 때문에 이츠키가 그녀의 구애를 거절한다고 설명은 되어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설명되어있지는 않다. 뭐 근데 너무도 쉬운 논리 아닌가? 그냥 간단하잖아? 나유키는 여성이고 남자는 자기보다 수준이 낮은 여자와 사귀어야 후려칠텐데.. 일단 나유키는 천재작가이지. 거기다가 여동생 에로계나 쓰는 이츠키라는 작가와는 수준이 젠젠 다르기 때문에 후려칠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자존감이 낮아질테니 고추가 쪼그라들겠지(?) ㅇㅇ 내 가설이 좀 설득력 있지 않음ㅋ?
이 얘기를 꺼내다보니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 도쿄전력 OL 이야기가 떠올랐다. 살해당한 그녀는 남성 성구매자에게 다른 곳보다 낮은 가격을 불렀다고 한다. 그 이유를 심리학자가 설명하기로는 "남성의 가격을 매긴다"는 거다. 싸면 쌀수록 그 남성의 가치는 낮다는 것이고 도쿄전력 OL의 의도는 바로 그런 심리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나유키는 이츠키의 소설 때문에 소설을 쓸 용기를 얻었다는 것 외에는 사실 작가로써의 이츠키를 존경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여동생 성애적 요소를 좋아한다 같은 취향의 일치 외에는 이츠키가 사실 나유키에게 있어 별볼일 없는 거지. 바로 그런 이유가 이츠키가 나유키의 구애를 거절하게 된 배경이라는 사실.
3) 다음으로 이 소설에는 사건이 없다. 그래서 읽고나서 대체 뭐가 남는지 묻고 싶게 되는 라노벨이다.
아니 대체로 라노벨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적어도 사건은 있단 말이지. 근데 이 라노벨은 사건이 없다. 어디 생각없이 여행을 갔다. 물놀이를 했다. 형식적으로는 사건이 있다. 문제는 그 사건이 왜 그 관계들에서 필요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게 개그물이라고 해도 용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따위 작품이 라노벨 유명작가들의 추천사를 받은 걸 보면 출판사가 꽤나 투자한 작품이구나 싶은데.. 역시 이게 라이트노벨 독자층의 수요를 분석한 경험이 집대성된 최후의 라노벨이 아닐까? 라노벨 독자층들은 대체로 이런 저질에 섹드립이 넘쳐나고, 이야기는 텅텅 빈 소설을 많이 읽나보다.
오랜만에 악평을 백 번 해도 모자를 질떨어지는 소설을 만나서 화가날 뿐이다. 아니 그냥 재미가 없으면 넘어갈 문제지만 이건 뭐 라노벨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면서 캐릭터빨로만 승부하는 최후의 라노벨이라고나 할까. 코믹스러워서 뭐 잘 읽어지긴 한다. 문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제라는 거다. 청소년에게 잘못된 성 인지를 줄 가능성, 사건도 못만드는 질낮은 작품성,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성이 성적 구애를 하고 남자주인공은 이를 거부하는 이상한 (한/일)남 판타지를 구현한 점. 정말 최악이었다. 교육상으로도 성인이라고 해서 읽으라고 하고 싶지 않다. 무의미한 소설이다. 자위를 하고 싶다면 읽어라.
[이관 글. 2018-03-2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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