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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스포 주의!)    (게임)

라오어를 예전에도 봤지만.. 요새는 무비컷만 따로 편집한 영상이 돌아다녀서 그걸로 정주행을 했다. 예전에는 조엘이 왜 인류가 살 수 있는 방안을 버리고 엘리의 생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에 잘 대답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보면서 정리가 되었기로서니 덕후감에 글을 남기기로 한다.

공리주의로 보면 한 명이 죽는 고통은 76억 인구가 느낄 쾌락보다 매우 적을 거다. 따라서 한 명은 희생되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조엘의 선택은 무책임하고 매우 사적인 가치관을 근거료 선택한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미덕이라는 가치관에 근거한다고도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엘리의 산택은 숭고함이 없었다.

엔딩에서 엘리가 "결국 모두들 비극으로 달려가는 거"라고 하며 자신이 희생했어야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조엘을 비난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조엘은 엘리에게 "너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즉 살아갈 이유가 없는 인간이 희생 외에는 택할 방도가 없을 때, 그 희생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행동인가를 묻는 거라고 생각된다. 이게 조엘의 생각일 거다. 희생의 결과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숭고함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어떤 악한 심성을 갖는 이가 자신의 사후에 널리 칭송받기 위해 희생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전혀 숭고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가 악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엘은 엘리의 삶이 가치가 있기를 바랬을 것이다. 엘리는 삶의 가치를 알 권리가 있었지만 그걸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조엘은 엘리가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파이어플라이를 파괴했다.

전-근대의 희생이란 희생자가 어떤 의도를 갖든지 신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었다. 하지만 어떤 불안감이 있었던 건지 의도의 순수성을 보전하기 위해서인지 "어린 나이의 소년-소녀"를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대의 희생은 어떤 순수성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엘리는 이것말고 미쳐가는 인류에 답은 없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비관에 근거하여 희생을 선택하려 했다면, 조엘은 그 이전에 인류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낙관에 근거하고 있다. 예컨대 <내청코>의 하야마 하야토가 문과를 갈지 이과를 갈지 히키가야 하치만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 한 이유가 "그것 외에는 선택할 방도가 없을 때 그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서 그런 괴상한 행동을 했던 걸 떠올리면 된다. 하야토는 그런 순간에서 일종의 히스테릭한 행동인 거고, 엘리의 경우는 비관주의라고 할까.

인류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다. 그것이 라스트 오브 어스의 대답이라는 생각이다.

 

청년 마르크스   (영화)

이 영화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만나 공산당 선언을 작성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재미없을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니.. 마르크스를 모르더라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어떤 장면에서 엥겔스가 아버지의 친구에게 사실혼 관계였던 메리 번즈를 "아내"라고 소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번역 문제인지 실제로 와이프라고 했을지는 잘 모르겠당. 왜냐하면 결혼관계가 여성을 소유하는 브루주아적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하던 엥겔스나 메리 번즈가 아내라는 표현을 용인했을까가 의문스러운 점이었다.

또 한 장면, 엥겔스가 아버지에게 대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찌보면 양면적일 수 있다. 아버지의 뜻은 엥겔스가 경영자를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가 다니던 대학도 중퇴해야했다. 아마도 포병 입대는 아버지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그럼에도 그는 상류층의 사교모임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고 한다. 아마도 아버지는 그럭저럭 쓸만했을테니까.

그리고 프루동의 재산, 소유 개념에 대해 마르크스가 그것은 관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꽤 섬세하게 처리되었다고 셍각된다. 이엏게 흥미롭게 찍었다니.. 그런데 프루동 너무 세련된 신사로 나왔다.. 내가 아는 이미지는 그게 아닌데..ㅋㅋㅋ 그러고 보니 또 바쿠닌 배우 바쿠닌 존나 닮았다는 생각. 더 더티하게 나오면 무척 좋았으련만(?)

당시 마르크스-엥겔스가 자신을 왜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지칭하는데 앞장섰을까 하는 의문에 이 영화는 잘 대답해주고 있다. 우애, 평등, 박애와 같은 관념적인 개념으로 선동하는 공상적이고 인민주의적인 운동을 경계하고 있던 맥락을 잘 잡고 있다. 물론 여기서 이 두 사람이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를 가지고 현대과학의 정의를 앞세워 생각하면 큰 잘못일 것이다. 오히려 이는 공상적 사회주의를 앞세워서 혁명을 하려는 정치세력들의 위험을 경고하고 이들과 경계를 짓기 위해 그 용어를 썼다고 봐야겠다.

그나저나 제휴 나오면 또 다운로드 받고 봐야겠다.

 

가면의 정사 시즌 2   (웹툰)

저번에 시즌 1에 대한 리뷰도 썼었는데, 이번에는 시즌 2기도 나와서 모처럼 주말에 정주행 했다. 아직 36화까지밖에 못봤지만 일단 드는 감상을 써둔다.

시즌 2기는 서기현의 과거 대학시절의 이야기이다. 왜 그녀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후술이랄까. 그녀의 잘못된 사랑에서 그녀 자신이 파괴되는 과정이 무척 비극적이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1기의 기현이 왜 '예술품'에 집착했는지에 대한 맥락이 잡히지는 않고 있다.

시즌 2기부터 작화의 퀄리티가 높아졌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아니.. 취향의 문제인가? 전작의 그로테스크한 어두운 터치와 달리 순정만화와 같은 날카로운 펜터치, 그리고 '빠져들어가는' 몽환적인 묘사를 스크롤로 내려서 보는 웹툰의 특징을 잘 살리는 점이 독특했다. 웹툰을 내가 잘 보지는 않는 편이라서 이런 방식이 독특한 장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개인적으로는 독특하게 느껴졌다.

시즌 1기의 경우 중요한 포인트를 숨기는 미스테리컬한 서사를 강조한데 반해, 이번 2기의 경우 서기현이 파괴되어가는 심리묘사를 중점으로 두는 뭐랄까? 스릴러적인 서사라고 할까. 해서 서기현이라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무엇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 초반의 기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비극적 결말로 갈 것이 느껴져서인지 더더욱 아픔을 느끼게 된다.

 

토라도라!   (TV 애니메이션)

이전에 보다가 말아서 다시 정주행 중이다. 아직 초반만 보고 있는데.. 다시 초반을 보다보니 확실히 타이가와 류지는 썸씽이 분명하잖아!! 얘들 그냥 사귀는 거잖아!!!???? 왜 않사겨?!?! 같은 마음으로 보게 된다... 타이가나 류지 둘 다 개답답이들. 그런데 타이가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다. 게다가 성우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단지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아미라는 캐릭터의 어정쩡하고 애매한 위치가 항상 불편함 감이 없지 않았다. 일단 이건 완결까지 보고나서 다시 정리하게 될 듯.

[이관 글. 2018-05-27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