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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덕후감을 쓴지 2년이 되었습니다. 매월 빠짐없이 써왔고, 블로그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를 열심히 해야할텐데 너무 서브컬쳐 덕질만 했나...??? 뭔가 매달 쓴다는게 보통일은 아니더라구요.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뭐.. 자기만족 때문에 시작한 거니 너무 압박감 안 갖고 설렁설렁 계속 해보렵니다! ㅋㅋㅋㅋ

 

더러워진 빨강을 사랑이라 부른다  (라노벨)

코노 유타카의 새로 나온 신작이다. 그의 "계단섬" 시리즈의 3편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1편 [사라져라. 군청], 2편 [그 순백마저 거짓이라 해도]가 e-book으로 나와서 질렀다;; 이번에는 계단섬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녀를 통해 계단섬에 "자신을 버린" 현실의 나나쿠사와 마나베, 그리고 어린아이 다이치의 이야기가 주이다.

이 계단섬 시리즈를 보며 나는 마나베를 누군가와 대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 유타카가 말하는 마나베와 그는 상당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마나베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정의로움은 분명 가치가 있으나 그것의 수행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오히려 그 수행의 효과가 목적인 정의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절차 역시 중요하다. 마나베는 그걸 위배한다. 전적으로 칸트 같으며 레닌이 말했던 좌익소아병에 해당한다고 할까.

그런에도 마나베는 차차 나나쿠사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계단섬에 버려진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확실히 끝맺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마녀를 등장시켰고, 이로서 계단섬 시리즈는 어떤 극단을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다음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불길한 예감이랄까. 앞으로의 신작을 기대하며.

 

납골당의 어린왕자3  (라노벨)

이번에도 퉁구스카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쟁액션을 이만큼 글로 긴장감있고 전개빠르게 서술하는 작가는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만큼 몰입도가 크다.

그런데 계속 스치는 주인공 한겨울이라는 캐릭터가 무엇과도 어울리는데,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등장하는 "야사시이한 남주인공"이라고나 할까. 다정함, 상냥함을 갖는 남자다. 이런 캐릭터가 요새까지도 드문드문 남자캐릭터로 등장하는데 한국 서브컬쳐 소설에까지 등장한다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는 걸까? 그만큼 일본의 "야사시이함"이 미치는 영향 때문일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강인한 정신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남성이면서도 타인에게 상냥함을 갖는 남성 이데아가 아닐까 싶다. 이런 남성 캐릭터를 마주할 때 나는 자주 그를 어떻게 해야 화나게 할 수 있는걸까 하는 삐뚤어진 생각을 하곤 한다. 대체로 작가들도 이런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예컨대 소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아사쿠라 료코(하루히에게 야사시이한(투덜투덜대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하루히에게 야사시이하지 않습니까?) 콘을 죽이고 하루히의 폭주를 도모하려 했다), TVA [사쿠라다 리셋]의 오카 에리(야사시이한 아사히 케이를 이긴다는 명목이 있지만 실상 케이 선배가 당황하는 걸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등이다.

어찌되었든 주인공 한겨울은 p168에서 사후보험의 심리치료 과정에서 이 게임세계에서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가 얘기해왔던 부모에 대한 원망과 저주를 떠올려 볼 때 거짓이다. p268의 2차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는 그 원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원망과 저주가 온 세상으로 확장되었다가 결국 가장 사랑하는 사람(기억이 안나지만;; 한명은 일단 누나일 거다 나머지는 어머니? 아버지는 경멸했다)이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 그런 행복한 사람들 속에 사랑하는 사람 역시 있을 것이기에 그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는 식의 이야기. 상당히 성인군자같은 말인데;; 실제로 퉁구스카 작가는 한겨울의 케이스를 사후보험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특이 케이스로 지정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도로 전개하고 있다. 아예 야사시이한 사람이 아니라 신으로 만들 셈인가?

이건 좀 마음에 안든다. 사후보험 시스템에 대한 혁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응? 지나친 빨갱이 다운 생각이었네)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6  (라노벨)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네 번째 이야기 [불가사의 학교]인 것 같다. 마치 공포 학원물 게임의 느낌이 나서 좋았달까. 왠지 [화이트데이]가 떠올랐던 이야기였다. 여기서 소스로 활용되는 김민지 이야기를 작가가 아는게 신기했다. 굉장히 오래전에 (나 국민학교 때) 돌고 돌았던 이야기라...  무엇보다 강력한 백란이 이번 불가사의 학교 이야기에서는 그 힘을 쓰지 못하는 제약에서 유단에게 상당수 의존하는 게 무엇보다 재밌었고 귀엽고 막.. 뭐 유단의 입장에서는 통쾌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유리상자 학교]도 재밌었다. 이건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세계관에 있던 캐릭터를 새로운 세계관의 평행우주로 데려오는 것. 이런 플로우는 차고 넘치는 거지만 그만큼 인기가 있는 방식이라는 증거일지도.

역전재판 4  (게임)

드디어 다 깼다. 역시 서로 관계 없어 보이는 스토리를 마지막에 모두 엮어내는데 역전재판은 탁월한 것 같다.

특히 오도로키라는 신캐릭터의 등장에 상당히 낮설었는데, 하다보니 미누키와 너무 어울렸다.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이 XX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니 끄덕끄덕하게 된다. 미누키 너무 긔여워서 죽는 줄... 하지만 너무 가슴아프다. 최고의 대작이라고 자평하는 3탄의 마요이를 떠올려보면 여기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왜 하나같이 비극을 안고 사는 건가.. 그래도 꿋꿋하게 앞날을 보며 살아가는 여주들 대단하다. 존경합니다. 하지만 긔엽다는 건 포기할 수 없는 저의 망상!

이번 기회에 안드로이드로 나온 5탄을 구매했는데 영어판이라서 강제로 영어공부 중이다.

문호 스트레이 독스 1기 (TVA)

이제 모두 봤는데, 사실 내 평가는 5점 만점에 2.5. 라프텔에서 4.2라고 하는데 말도 안된다. 긴장감이 너무 없고 주인공 아츠시의 잠재력이 너무 잘 안드러난 점,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다자이가 너무 무적에 넘사벽 능력자라는 점을 가지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았다. 모든 문제들을 그가 나서서 해결된다는 점. 가장 극단적인 예가 고전소설 [서유기]의 손오공일테고, 사실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구조랄까.

또한 불보듯 뻔한 연애라인도 없다. 아츠시가 꼬마아이와 뭔가 있는 씬도 있긴 한데 사실 도덕적으로 잘 모르겠다. 30여명을 죽인 암살자가 용서받을 수 있는가?는 애초부터 일상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무거운 주제이다. 그녀가 행복할 자격이 있는가? 사실 어려운 문제이다. 용서를 할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받기 어렵다. 애초부터 그렇게 의존되는 관계가 된다는 것. 이런 문제를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 좀 열받았다.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2기는 보지 않을 생각이다.

[이관 글. 2018-12-2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