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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로스트 (라노벨)
방송부원 네 명의 이야기가 옵니버스 식으로 다루어지며 각자의 관점에서 쓰여졌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각자의 개성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가난한 편부모 가정을 배경으로 수동적이며 자기혐오에 가득한 마루, 그리고 밍밍한 삶 속에서 펜팔을 하는 사람이 좋아한다는 남자를 집착하는 에카치, 이웃의 음악하는 오빠를 연민했다는 것을 오빠가 도쿄로 떠났을 때에서야 깨닫는 오즈, 타인을 혐오함으로서 거리를 두려는 잘못된 주관을 가진 시바치.
물론 네 사람 모두 속터지게 만든다. 그녀들은 어리고 미숙하고 편협하며 그들에게 닥치는 폭력들에 대해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그만큼 그녀들이 내면에서 타인과 자신의 입장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을 잘 비추고 있다. 어찌보면 이것은 고교 3학년생들의 하이퍼리얼리즘이 아닐지.
결말은 비극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장 파괴적인 시바치의 존재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좀 낫네 하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샤를로트 (애니메이션)
한마디로 이 작품을 평해야 한다면 나는 단연코 작위적인 분위기와 전개가 견디기 어려웠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이를 잃게 되는 주인공 오토사카가 결국 타임리프라는 능력자를 알게 되어 문제가 해결되고, 그리고 알고보니 오토사카의 능력은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문제가 해결되고.. 뭐 이런 식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전개다. 초능력이란 것에 대한 제약을 분명히 하지 못하였고 그걸 설정하지도 못해서 생긴 비겁함이랄까.
캐릭터들의 심정에 대한 것도 공감이 안가는 게 많았다. 말그대로 작위적이다. 초반에 타인의 정신으로 이동하는 오토사카의 능력은 왜 시험 부정행위에 사용되었는가에 대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 인정욕 이전에 그는 인정받지 못하는 불만족 상황이었나? 그런 것은 또 아니다. 얼굴이 잘생겼다는 설정이 있어서 도무지 맥락을 모르겠었다. 체 호프의 "총이 등장했다면 그것은 발사되어야 한다"는 격언을 다시 그 반례로써 되새기게 되는 부분. 그리고 오토사카 유우가 여동생 오토사카 아유미를 정말 아끼는 녀석이었나 하는 것도 모르겠다. 아유미의 요리를 왜 싫어했나란 것에 대해 설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그것이 어머니의 요리에서 유래한 것임이 나오긴 하는데 역시 맥락이 전혀 연결이 안된다. 그런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모두 연결이 안되는 무의미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에 너무 힘이 빠졌다.
또한 토모리 나오와의 썸씽은 더더욱 무뜬금. 나오의 무표정함, 오토사카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 물론 둘은 한 번 데이트를 즐기긴 했다. 하지만 좀 더 자주 나오가 유우를 좋아한다는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아서인지 기다리겠다는 나오의 발언이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결론은 내가 왠만하면 이런 소리 안하지만 토모리 나오는 귀엽습니다만, 이 애니메이션은 보지 마세요.
히키코모리 남동생이었다 (라노벨)
아시후네 나츠라는 작가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썼다.
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히키코모리인 형 히로키. 그리고 그 형을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실제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와 히로키를 원망하며 성장한 주인공 게이타. 그리고 과거를 밝히지 않는 게이타의 아내 치구사.
작품은 게이타의 현재가 흐르고 과거의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결국 두 시점이 수렴될 때 게이타와 히로키 그리고 아내 치구사에 대해 많은 것이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그 결과도 크게 반전이랄 것은 없다. 형 히로키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어 결말에 다시 등장하는데 그 내용도 새로울 것은 없다. 결국 동생 앞에서 강한 척하다가 속내는 세상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게이타가 직장동료이자 무능력한 사가마키를 도와주면서도 배고픈 고양이를 돕지 않았는지에 대해(그리고 결국 죽었다. 그는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것 같았지만 사실 모르겠다)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야사시이하지 않는 선택적 야사시이인데.. 그러면서도 사가마키는 돕는 걸까. 그러면서도 "적자셍존"을 말하는 그의 생각이 진심이 아닐 거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잠꼬대로 사과를 했다는 장면에서도 그게 왜 형에 대한 죄책감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이해가 안갔다. 물론 순수한 악의는 없고 복잡하고 다면적인 감정이 보통일 거다. 하지만 자신의 애완견 톰에 대해 비추는 그의 감정과 동물에 대해서 적자생존이라고 말하는 사실은 모순적이었다.
결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역시 일관성이 없는 결말이었다. 그가 심리적/생리적 불능을 개선할 수 있었던 건 치구사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렇지 않았다면 히로키에 담았던 감정을 모두 쏟아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머니에게 가지고 있었을 원망은 결말에서까지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왜 그런 결말일까. 끝부분에서 나는 "?"를 내고 자연스레 책을 덮었다.
[이관 글. 2019-02-2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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