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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생충 (라노벨)
미아키 스가루답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극적인 배경에서 건조롭게 서술되는 그의 특색은 작품이 지속될수록 무디어지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이다. 뜬금없겠지만 기생충이 우리의 뇌를 지배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자유의지라고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로 지젝이 자주 드는 사레이기도 한데, 쥐의 뇌를 직접 작용시켜서 컨트롤 했다고 하는 실험이다. 만약 인간에게 그 실험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인간은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물론 사회과학자들은 스스로가 자각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자신에 대해 자각하는 것의 무분별함과 달리 이 무의식은 규칙적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지식이 높아지면서 자유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져왔다. 하지만 이는 철학에 대한 비전공자들이 자유의지를 잘못 해석한 것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칸트의 "자유로워져라는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자유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 자유가 아니라 나를 보편적 준칙에 따르도록 명령하는 선헌적 종합이 가능하게 만드는 초월론적 X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자유에 대한 좋은 은유를 담고 있다. 기생충의 명령이 "사랑하라"고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계기에 불과할 것이다. 자유의지는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책임"에 대한 문제가 칸트에 의해 제시되지 못했다면 현대 형사법이 근거하는 법철학적 근거는 마련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기생충을 원인으로 생각헸던 코사카보다는 기생충을 받아들이는 히지리 쪽이 더 도덕적이고 칸트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후에 가서 코사카는 다시 반성하게 된다. 물론 두 사람 다 인간적인 실수와 잘못된 판단에 괴로워하고 고민이 깊어진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해보자. 기생충에 감염된 환자 이즈미와 동반자살을 한 의사 켄고로의 사례를 살짝 비틀어서 켄고로가 이즈미를 살해했다고 가정해보자. (형법적 판단을 떠나서) 그것은 기생충의 감염에 의한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그래야 하는가? 이 질문은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아내를 때린 것은 아내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행동 자체에 대한 책임에서 회피할 껀덕지를 주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인간의 자유 문제에 있어 때로는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돋보인다. 기생충이 사랑하게 만들었으므로 기생충을 없애면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는가라는 문제. 물론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에 느꺘던 감정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억을 통해 의미를 지속적으로 반추하는 한에서 또 다른 애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대체로 오래된 연인들은 누가 먼저 사랑을 느꼈고 누가 고백을 해서 시작했는지에 신경쓰지 않는다. 기억의 의미는 다시 재정의될 수 있고 새로운 의미로 뛰어넘을 수도 있다. 결말은 그것을 보여주었다. 가히 스피노자의 "자연에 굴복하는 것이 곧 자유"가 떠오르는 결말이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사실, 제목의 "사랑하는 기생충"은 기생충을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생충이 사랑을 한다"는 의미였다는 점이 가장 재밌었던 점이었다.
바이오 하자드 2 Remake (게임)
나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오랜 팬이다. 내가 처음 세가새턴을 산 것은 고등학교 시절. 그때 마주했던 첫 공포게임이 바이오하자드 1이었다. 어찌되었든 2가 리메이크되어 PS4와 Steam에서 판매된다고 했는데, 사실 나는 이제 공포게임을 하지 못하는 겁많은 어른이 되었다. 이런 경우 방법은 유튜브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서 대리만족과 플레이어로서 봉착할 어려움과 난관들을 고민할 필요없이 안락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2 리메이크도 게임방송을 통해 플레이(?)했다.
일단 가장 아쉬웠던 점은 레온과 클레어가 본작 2와는 달리 자주 마주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레온과 에이다, 클레어와 셰리의 협업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는 점. 그래도 여태까지 작품 중에 에이다 윙의 외모가 무척 아시아인에 가깝게 나왔으며 당시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본작 2와 달리 레온과의 썸씽이 비교적 설득력있지는 않았다. 후반부에 나오는 키스씬은 조금 뜬금없는 느낌. 그래도 바하팬이라 그런지 너무 좋았다(?) 에이다 찡...
옆자리 세키군 (TVA)
주인공 요코이의 관점에서 옆자리 세키くん이 보통이 아닌 딴짓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말이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세키군이 놀 것을 꺼내고, "오늘은 수업에 집중하고 말거야"라는 식으로 결심하는 요코이는 결국 딴짓하며 노는 옆자리 세키군의 딴짓을 보며 감정이입하면서 속말로 외치고 응원하기도 하며 슬퍼하기도 하며ㅠㅠ 그러는 게 엄청 재미지다.
게다가 요코이의 성우는 하나자와 카나! 뭔가 OST도 꽤 품질이 높고 마지막 엔딩은 유명 드리머 짐보 아키라의 필통 학습 기자재를 펜으로 두들기며 배경으로 재즈가 흐르는 "Set Them Free"는 정말 명곡인 듯 하다. 아래의 영상을 통해 들어보길 권한다.
아무튼 다시 애니 얘기로 돌아와서... 요코이가 감정이입하면서 세키군이 하는 딴짓을 관찰하는 게 이 애니메이션의 묘미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즉 성우 버프를 엄청 받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는 거의 없다. 세키군의 딴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단지 이걸 보면서 한 가지 바램이 생기게 되는데, 세키くん은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닼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래가 걱정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저 정도 열정과 집중력이면 뭔가 해내긴 하겠지. 하지만 친구가 없는 듯 하고 사회성도 그다지 좋지 않은 듯.
[이관 글. 2019-03-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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