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학교과정 모두 밟게 되면 사회에 나가 고용되어 일을 시작한다. 그가 학교에서 쌓아올린 커뮤니티는 기업조직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기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자기규정을 하게 되며 자아실현의 길을 걷게 된다. 나는 마케터다. 기획자다 개발자다 엔지니어다라고 하는 명함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있으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부터 일정한 커뮤니티에 소속된다. 노동이 곧 시민권이라고 하는 연유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실 비장애인이라는 것이 현실임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은 그런 사회 구성원이 되는 데에 많은 부분 기회를 재공받지 못한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경우는 대부분 특수학교 내부에서 제한적인 커뮤니티를 갖게 될 것이고 후천적인 경우에는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해도 취업에 있어서 차별을 받게 된다. 기업조직은 장애인 취업을 분명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암묵적 현실이다.
그렇다면 묻자. 왜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에 주저하는가? 첫째. 기업조직은 비장애인을 정상성으로 간주한다. 장애인 동료가 갖는 이질성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만들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물리적인 불편이 초래될 때(2층 회의실, 계단, 책상의 높이, 오피스의 구조 등은 대부분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게 설계된다) 일의 진행과정에서 생산성의 저하를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들째. 자본주의의 생산방법은 비장애인의 평균숙련도에 의존한다. 고용 시 "신체건강한 자"를 전제하고 있다. 셋째.기업은 경쟁을 한다.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서 초래된 생산성 저하는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고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제반사항은 "가치법칙의 작동"으로 묘사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말한다. 가치란 상품들 간에 교환되는 상품들이 상대상품에 대한 구매력으로 나타난다. 이 교환가치는 당시의 지배적인 생산방법에 의해 단순한 숙련도를 갖는 (비장애인의) 노동을 척도로 모든 노동이 추상화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상품교환시스템이 만들어낸 지배적이고 강력한 교환법칙이다.
이런 지배적인 상품교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가 대응하는 방식은 아마도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재분배 기능이며 둘째는 장애인노동자의 경제적 가치화이다. 전자는 바로 정부가 생산영역에서 생산된 가치분에서 일정한 세금을 취한 후 장애인들에게 재분배하는 가능을 말한다. 이러한 복지제도는 장애인들을 생산영역에서 탈각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후자의 경우는 이러한 가치법칙을 오히려 이용한다. 정부는 최저임금제도의 혜택자에서 장애인을 일부러 제외시켜왔다. 이는 장애인 고용을 유인한다는 좋은 취지였지만 다른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했다. 바로 장애인 노동력이 갖는 경제적인 가치를 「비장애인보다 싼 임금」에서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분명 장애인을 생산영역 커뮤니티에 들어서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오히려 장애인 노동자의 소외를 강화하는 꼴이 되었다. 애초에 우리 사회가 치뤄야 했을 비용을 장애인 노동자에게 싼 임금을 받게 함으로서 장애인 개인에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의 이러한 재분배 기능을 극대화한 기본소득을 통헤 노동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하려하는 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분명히 가치있는 일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 역시 비장애인의 생산영역과 장애인의 새로 규정된 비생산적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역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생산영역에서 장애인 커뮤니티가 비장애인 커뮤니티와 혼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증 장애인의 경우조차도 커뮤니티가 제한된 작업실에서 일하기 일쑤이다. 이는 정신질환자,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특히 한국적 기업조직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경영자는 조직에 대한 이질성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 기업의 임원에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을 임용하는 것을 꺼려한다. 조직을 움직일 권력을 가지는 자리는 비장애인 이성애자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질성은 다양성과 대응된다.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배제함으로서 얻은 이득이 바로 생산성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것은 「혁신없음」의 다른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에 대한 통제력이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한 규범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로부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치법칙의 작동으로부터 소외된 것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일하는 사무실 공간과 공장의 작업공간, 물류센터에서 노동자의 이동 구간은 모두 휠체어를 끄는 이들에게 친절하지 않게 설계되어있다. 어느 때인가 공장의 작업공간의 배치에 대한 최적화시뮬레이션을 컨설팅해준다는 데이터분석 기업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꽤 훌륭했고 다양한 재조업들에 적용될 수 있도록 방대한 파라미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애인 변수는 없었다. 사람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 지에 대해서도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비교적 산업안전이 잘 관리된 자동화 공장은 인도와 지게차 구간이 잘 구분되어있으나 다리가 불편한 이들이 지나갈만한 공간으로써는 부족하다. 또한 빠르게 지게차 구간을 횡단하는 비장애인을 전제한다. 이로부터 노인 역시 생산영역에서 탈각되도록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비장애인에 맞춰진 커뮤니티를 전제하고 생산을 설계해왔으며 그로부터 사회 역시 재편되어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치법칙의 작동은 물론 강력하고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버려왔고 어떤 커뮤니티를 묵시적으로 차별해왔으며 거기로부터 눈을 돌려도 상관이 없도록 만든 구조가 무엇인지 계속 숙고해봐야 한다. 닫혀진 커뮤니티를 결합함으로서 우리 사회가 본래 치뤄야했던 비용들이 장애인에게 모두 떠맡겨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관 글. 2019-06-25 작성]
'정치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계계산 시 중간재의 이중계산 문제 (0) | 2021.05.30 |
---|---|
소비와 잉여가치에 대한 노트 (0) | 2021.05.30 |
상품화폐설과 MELT (0) | 2021.05.30 |
착취 텐서에 대한 노트 (0) | 2021.05.30 |
소득주도성장론과 임금주도성장모형 그리고 칼레츠키 (0) | 2021.05.30 |
- Total
- Today
- Yesterday
- 여성주의
- 논문읽기
- 코헨
- 오블완
- 내청코
- 노동력
- 살상무기지원
- 신카이마코토
- 외톨이더락
- 잉여가치
- 생산력우위태제
- 가족임금
- 가사노동
- 전형문제
- 티스토리챌린지
- 에릭올린라이트
- 라멘아카네코
- 엘스터
- 자동분류
- 인공지능
- 덕후감
- 시로바코
- 뒤메닐
- 여성혐오
- 넷플릭스
- 이윤율
- 셜록홈즈
- 초속5센티미터
- 시점간단일체계
- 암호화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