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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최근 칼레츠키의 동학 에세이[각주:1]와 포스트 케인즈학파 경제학 입문[각주:2] 등의 책들을 접했다보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욱 정리해볼 수 있었기에 끄적대보고자 한다.

한국의 소득주도성장론에 관하여

특히 칼레츠키안 경제이론의 취지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이름이 거슬리긴 했다. 이는 정치적 이유에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에 따르면 자영업자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 소득주도성장론이라고 정의했다. 즉 임소득과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둘의 확대이다.[각주:3]

칼레츠키안 이윤 방정식

뭐 어쨌든 비-주류경제학에서 이미 잘 알려진 용어는 임금주도성장론일 것이다. 이 이론의 기반은 칼레츠키안 성장모형이며, 핵심적인 기본방정식은 칼레츠키의 독특한 이윤 방정식이다. (아래 인용 영역을 참고하라. 아래 영역이 안보이는 경우 링크)

노동자의 저축이 없다고 가정하면 이윤은 자본가의 소비와 저축이다. 지출과 소득을 함께 고려하는 건 IS-LM 모델에 친숙하다면 받아들일만 하다. 헌데 기업이 얻는 이윤에 자본가의 소비를 포함하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칼레츠키는 이를 두고 "자본가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이 가능하다"라고 하는데, 즉 노동자는 사실 정해진 임금에 맞게 써야하는 반면 자본가에겐 제한이란게 없다는 거다. 칼레츠키안들이 은행의 지준금이니 뭐니 상관없이 신용이 있는 자본가에게는 언제든 대출해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이에 근거한다.

다른 학파의 이윤이론에 관하여

다른 학파들은 어떨까? 스라피안 표준상품 W-R 곡선 그리고 마르크스경제학의 잉여가치율을 고려하면 이들은 임금과 이윤이 역관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말해 이들에게 임금이 상승하는 건 이윤이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칼레츠키안은 꽤 독특한 이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케인즈 경제학?

포스트케인지언은 꽤 스펙트럼이 넓은 개념이지만 포스트케인지언 외에 칼레츠키안, 스라피언들은 자신들을 포스트케인지언으로 분류하는데 이견은 없을 것 같다. 즉 이들 학파집단을 포스트케인지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각주:4]

포스트 케인지언 가격이론: 마크업 가설

또한 이들에게 가격이론은 매우 독특한데, 바로 비용에서 임의로 정한 마진을 더한 것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포스트케인지언(PK)들은 이를 마크업이라고 한다. 이런 이론 때문에 칼레츠키안 모델이 단기모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신고전파에게 있어 가격이란 경제주체들이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기업이 임금을 낮춰서 마크업을 높이는 것은 분명 이득을 주지만 모든 기업이 동일한 행동을 하면 소비는 줄어든다. 즉 "비용의 역설"이다.

이 개념은 경제학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 이유는 칼레츠키안의 가격이론이 '마크업'이라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든 스라피안이든 마르크스주의자든 이들에게 이윤, 가격은 외생적이지 않다. 장기로 가면 이윤, 가격은 경쟁에 의해 자기 뜻대로 할 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버둔 법칙 기반의 임금주도성장모델

하지만 칼레츠키안은 이윤, 가격을 외생변수로 다룬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정말 재밌는 것 아닌가. 특히 독점도가 높은 대기업 같은 경우는 가격수용자가 아니라 가격결정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300인 이상 고용사업장에 대해서 임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여서 독점기업의 마크업을 낮추면 유효수요가 증가 → 가동률 상승    기술진보   경제성장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이것이 임금주도성장모델의 간략한 설명이다. 특히 [가동률 상승   기술진보] 프로세스를 버둔 법칙이라 하는데 다시 말해 임금주도성장모델의 기반이 버둔 법칙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칼레츠키안 성장모델의 단기적인 측면이 단점이라고는 하지만 꽤나 재밌다. 어찌보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생산력을 바라보는 관점과 같지 않나? 생산력은 계속계속 발전할 것이고 그럴 가능성이 인류에게는 무한하다는 것이다. 좀 강하게 말하자면 "쫄지마 ㅅㅂ"의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칼레츠키안의 독특한 이론을 공부하게 되어 기뻤다.

결론

다만 한가지 의문점은 있다. 마크업 개념이 단기적인데 버둔법칙(가동률이 높아지면 추가적인 투자를 해서 기술진보가 이루어진다)이 잘 작동하겠느냐인 건데.. 예컨대 이는 커다란 투자라든가 아니면 적응기간이 필요한 기술투자라면 이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일정한 가동률을 유지하고자하는 의식이 강한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 국내 실증연구가 많은 편은 아닐텐데.. 차근히 봐둬야 할 것 같다.

[이관 글. 2018-12-28 작성]

  1. Kalecki, M. (1971). Selected essays on the dynamics of the capitalist economy 1933-1970. CUP Archive. [국역본]「칼레츠키 동학 에세이 : 1933-1970.」 조복현 옮김. 지안지. 2010년 1월 29일 발행. [본문으로]
  2. Lavoie, M., Monvoisin, V., & Ponsot, J. F. (2009). L'économie post-keynésienne. La Découverte. [국역본]「포스트케인즈학파 경제학 입문-대안적 경제 이론.」 김정훈 번역. 후마니타스 · 2016년 10월 05일 출간. [본문으로]
  3. 한국일보. [단독] 문 정부, 내년 경제정책 1순위는 자영업자 살리기 [본문으로]
  4. 위키백과 참고 : Post-Keynesian economics - Wikipedia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