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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학

착취 텐서에 대한 노트

현정경 2021. 5. 30. 00:50

알랭 리피에츠

서론

Lipietz(1984)[각주:1]는 '착취 텐서'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선형생산모형의 표준적인 정의는 노동력의 가치는 시계로 측정된 노동시간(생활용어로 하면 근무시간이라고 해야겠다)에 근거하여 생활재에 직-간접적으로 투하된 노동량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동일한 근무시간이라고 해도 착취되는 잉여가치가 다를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이를 압축적인 의미로 '환원 문제'라고 한다. Lipietz가 선형생산모형에 도입되는 착취 텐서의 개념은 노동일과 노동강도에 의해 주어진 $T$를 통해 텐서 곱으로서 정의된다. 이 글의 목적은 착취 텐서의 직관적인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부문만 존재하는 단순한 경우로 분석할 때 이 목적에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기본모형과 착취 텐서의 도입

먼저 유동자본과 직접노동만을 생산에 투입하는 선형생산모델에서 유동자본투입계수행렬 $A$와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생존재바스켓 $d=(d_{1},d_{2},\cdots,d_{n})^T$, 그리고 상품 한단위 생산에 투입된 직접노동 행벡터 $l=(l_{1},l_{2},\cdots,l_{n})$를 이용하면

$M=A+dl$

이 행렬 $M$은 "마르크스의 기본정리"를 증명할 때 많이 활용되는 표준적인 행렬이다. Lipietz는 이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M=A+d\otimes{}l$

$M=A+d\otimes{}(lT^{-1})$[각주:2]

여기서 $d\otimes{}(lT^{-1})$ 항은 크로네커 곱으로 표현된 착취 텐서라고 볼 수 있다. [각주:3]

착취 텐서의 개념

Lipietz의 추가적인 설명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 the existence of the autonomous commodity "labor power" necessary to the production of a unit of commodity $j,~l_{j}$, is absorbed by the given bundle of commodities necessary indirectly for the production of a unit of $j$, the vector $(d^{i}l_{j})$, which must be added to the vector $(a^{i}_{j})$. Then we get a "social technical" matrix by adding to $A$ the tensor product (or Kronecker product) $d\times{l}$

(...)

the linear transformation $T$ being reduced to the identity matrix by the choice of units. This matrix looks purely "technikcal." but the three determinant elements of the labor theory of value and exploitation are already incorporated in it. d expresses the value of labor power, once it is multiplied by v*, and T the relation between the quantity of labor power and the quantity of labor embodied in the commodities (which depends on the duration and intensity of labor) [각주:4]

(...) 상품 $j$의 단위 생산에 필요한 자율적 상품 "노동력"의 존재, $l_{j}$는 $j$단위의 생산을 위해 간접적으로 필요한 주어진 상품 묶음 벡터 $(d^{i}l_{j})$에 의해 흡수되며, $(a^{i}_{j})$에 추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A$에 텐서 곱 $d\times{l}$ (또는 크로네 커 곱)을 추가하여 "사회적 기술" 행렬[$M$]을 얻는다.

(...)

선형 변환 $T$는 단위들의 선택에 의해 항등 행렬로 축소된다. 이 행렬은 순수하게 "기술적"인 것처럼 보인다. 가치와 착취라는 노동 이론의 세 가지 결정 요소는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있다. d는 한 v*와의 곱으로 노동력의 가치를 표현하며, T는 노동력의 양과 상품에 [추가된] 구체화된 노동의 양이다. (이는 노동의 기간과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 [각주:5][인용자 : 대괄호[]는 인용자]

예컨대 직접투입노동벡터 $l$의 원소들은 부문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시계로 측정한 노동시간이다. 그러나 류동민(2016)[각주:6]이 지적하듯이 노동자들이 모두 동일한 상품단위당 노동시간을 투하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서 착취해내는 잉여가치량은 노동일과 노동강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될 것이다. 단위당 노동시간이 동일하더라도 어떤 노동자는 야근을 해서 12시간을 일했거나 어떤 노동자는 9시간을 근무해도 좀 더 강도 높은 노동을 했다고 한다면 착취가 다르다는 것이다.

착취 텐서의 구체적인 형태

Lipietz가 구체적인 $T$의 형태에 대해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T$가 선형 변환(Linear transformation)과 크로네커 곱(Kroneker product)이라는 단서에 따라 추정해보자. 사회과학자라면 이런 걸 보면 실제로 계산하고 싶은 충동은 다 있지 않을까시라?(아닌가) 이것을 고민하는 것은 실증연구를 구성함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누군가가 해주세요. 아 물론 참고문헌에 제 블로그 써주세요(?) 낼름)

(1) 1부문 모델을 통한 착취텐서의 직관적인 이해

먼저 착취텐서를 간단한 식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해보기위해 산업 한 부문만 존재하는 경제를 가정해보자. 사회적 기술 행렬 $M=m$ 그리고 $dl=o,~A=a,~T=t$라고 표현해보자. 그러면 크로네커 곱은 일반 스칼라의 곱과 마찬가지가 되어

$m=a+\frac{o}{t}$가 되고 아래의 내용이 도출된다.

$t=\frac{o}{m-a}$

이때 Lipietz가 "$T$는 단위들의 선택에 의해 항등 행렬로 축소된다"라고 한 의미를 여기서 이해할 수 있다. $T$가 항등행렬 $I$가 되는 조건을 탐색해보자.

$I=dl(M-A)^{-1}$가 되려면 $dl$의 역행렬이 $(M-A)^{-1}$와 같아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1부문 모형으로 다시 표현해보면 이는

$1=\frac{o}{m-a}$

즉 노동자가 9시간 노동 공급에 대해 소비재바스켓 - 여기서는 한 부문이니 하나의 상품에서 예를 들어 2/3를 얻는다고 하면 - $d(=1/3)$를 등가로 소비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잉여가치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그에 비례하여 노동력의 가치도 증가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는 노동일과 노동강도가 정상수준 또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그렇다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스케일이 커지면 그에 비례하여 노동자도 먹을 것을 먹는다(?)

이에 반해 노동일과 노동강도가 더 높은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하자. 동일한 단위당 노동시간을 투하했더라도 노동일과 노동 강도가 높아졌으므로 이 노동은 환원에 의해 더 많은 노동시간을 대표하게 된다. 그러므로 생산과정에서 투하되는 유동자본과 노동자가 소비하는 소비재바스켓에 포함되는 직간접적인 투하노동량 $m$이 증가했을 것이고 노동력의 가치 $o(=dl)$는 그대로라면

$1>\frac{o}{m-a}$

좀 더 착취텐서의 직관적인 표현을 나타내자면 총 산 노동량 $L(=V+S)$에 대해 $V$는 그대로고 착취텐서에 의해  $L$이 증가하여 잉여가치 착취율 $e=\frac{S}{V}=\frac{L}{V}-1$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겠다.

다시 1부문 기본모형으로 나타내면, ($t$는 노동강도, $\lambda$를 가치라고 하면)

$\lambda{m}=\lambda{a}+\lambda{o}\frac{1}{t}$

가치 단위로 나타낸 사회적 기술행렬 $\lambda{m}$은 노동강도 $t$가 증가할수록 노동력의 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동일과 노동강도의 증대는 착취를 증가시킨다. 물론 우리는 노동력의 가치가 "그대로"인 경우에 한정한다. 이런 경우는 비용가격을 낮추는 기술진보가 실질임금을 올려주는 영향을 왜 고려하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노동력의 가치가 그대로라고 할 수 있는 경우는 기술진보와 노동일, 노동강도가 거의 상관이 없고 계급투쟁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기술선택은 노동과정론을 계승한 산업사회학의 연구인 조형제(2004)[각주:7], 류장수(1991)[각주:8], 조형제&김철식(2013)[각주:9]의 연구들을 보면 기술선택 과정에서도 계급투쟁적 요소가 고려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반화가 어려울 수 있겠으나 그런 요인을 무시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좋겠다.

(2) $T$의 구성

여기서부터 $T$가 핵심적임을 알 수 있다. 류동민은 이를 착취텐서라고 칭하고 있다. 어쨋든 이것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개의 부문으로 이루어진 경제에서 착취 텐서는 다음과 같은 행렬임을 알 수 있다.

$\begin{bmatrix}t_{11}&t_{12}\\t_{21}&t_{22}\end{bmatrix}$

그런데 이는 선형 변환 $T$이다. 선형변환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T:V\rightarrow{W}$가 벡터공간 $V$에서 벡터공간 $W$로의 함수일 때, $T$가 $V$의 모든 벡터 $u,~v$와 모든 스칼라 $c$에 대해서 다음을 만족하면, $T$를 $V$에서 $W$로의 선형 변환(linear transformation)이라 한다.

(a) $T(u+v)=T(u)+T(v)$                   (b) $T(cu)=cT(u)$

[각주:10]

선형 변환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많은 목적으로 사용된다. 예컨대 공분산 행렬과 고유벡터의 정사영을 통해 주성분을 도출하는데도 활용되기도 한다. 근데 사실 딴 소리지만 텐서 개념이 더 어렵다;;; 이건 좀 콕 집어서 얘기하기 어렵... 나도 잘 모르겠다.

대강의 아이디어는 노동일을 최대노동시간 24시간으로 둔다면 대강의 표준화는 가능한 지점, 하지만 노동강도는 굉장히 이질적인 요인들이라 뭔가 좀 어려운 부분이다. 컨베이어 벨트의 rpm이라거나 아니면 가동률도 노동 강도에 영향을 줄 것도 같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가동률이 낮은 수준에서 노동자 수를 일정하게 둔 채 가동률을 올린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은 노동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T$의 원소들이 취할 수 있는 정의역이 뭔지 감은 잘 안잡힌다. 노동강도가 증가할 때 1부문에서 1보다 낮아진다는 건 알았으니 아마도 다부문에서도 각 원소들이 취할 수 있는 것도 1보다 작으면서 비음인 경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정의되면 선형변환이란 매우 단순하고 재약적인 경우를 보여주긴 하지만 직관적인 장점이 있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T(v)=kv$

가치에 대한 벡터공간 $v$가 있을 때 착취텐서의 선형변환에 의해 스칼라 $k$만큼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단위 가치는 유지하되 총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노동자가 얻을 수 있는 소비재바스켓 $\lambda{d}$의 단위 가치에 교란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노동력의 가치는 유지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로서 노동일과 노동강도의 증대로 더 많이 착취된다고 보일 수 있다.

어쨌든 이때 늘어났다고 하려면 $k>1$일 것이다. $k=1$이면 $T:V\rightarrow{V}$가 되어 선형 연산자가 되고 정상수준의 의미를 갖는다. $k<1$이면 착한 자본가님(?)일 것이다. 아마도 민주당 연구소의 노동강도려나??? 아 시발 우리 회사는 $k=3$ 배수 쯤 될 거 같다.. (눈물)

결론

뭐 잠깐 흥미로운 주제라서 한 번 깊게 파보았으나 과연 착취 텐서는 실증적으로 구성하는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물론 착취텐서를 1부문 모형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음은 이번 스터디의 성과였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아직 노동력의 가치에 대해 마르크스경제학이 관측 가능한 요소로 정의할 수 있으려면 한참 먼 것도 같다. 그래도 후대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시라? 모처럼 좋은 공부도 했고 고민도 많이 해봐야겠다.

[이관 글. 2019-02-12 작성]

  1. Lipietz, Alain. "The So-Called “Transformation Problem” Revisited, A Brief Reply to Brief Comments." Journal of Economic Theory 33.2 (1984): 352-355. [본문으로]
  2. Lipietz는 ×로 텐서곱을 표현하는데, 이건 일반적인 곱셈 연산자와 헷갈리는 표현이다. 보통 많이 쓰이는 ⊗라는 연산자로 바꿔서 표현할까 한다. [본문으로]
  3. 엄밀하게는 착취 텐서 곱이라 표현해야겠으나 이게 더 마음에 듬(?) [본문으로]
  4. Lipietz. 1984. ibid. p63. [본문으로]
  5. Lipietz, Alain. (1984). ibid. p63 [본문으로]
  6. 류동민. [수리 마르크스 경제학]. p241-242.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6) [본문으로]
  7. 조형제. "유연자동화와 숙련형성: 현대자동차 교육훈련제도 변화를 중심으로". 비판사회학회 2004. [본문으로]
  8. 류장수. "현대자본주의의 노동과정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브레이브맨 이후의 논의를 중심으로". pp15. 사회경제평론 제 4호 pp.9~39. [본문으로]
  9. 조형제, & 김철식. (2013). 유연생산방식과 노사관계의 전환: 현대자동차의 사례. 산업노동연구19(2), 67-96. [본문으로]
  10. Anton, Howard. Elementary Linear Algebra, Binder Ready Version. John Wiley & Sons, 2013. [국역본]알기 쉬운 선형대수. p462. 이장우 역. 개정 9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