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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학

상품화폐설과 MELT

현정경 2021. 5. 30. 01:07

서론

최근 나는 Moseley(2011)[각주:1]와 Hyun Woong Park (2016)[각주:2]의 논문을 읽은 바 있다. 그리고 이건우님이 번역하고 계신 内藤敦之(2011)[각주:3]서론을 읽으면서 화폐론에 정통하지 않은 나에게는 분하지 못할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마르크스경제학은 대체로 "상품화폐설"에 입각한다. 화폐이론은 일반적으로 상품화폐설과 화폐수량론 그리고 신용화폐론으로 크게 나뉘어져있다. 여기서 내가 상품화폐"설"이라고 쓴 이유는 실증이 뒷받침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도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법정화폐제도가 생기면서 상품화폐설은 경제학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마르크스경제학에서는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MELT)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면서 이로부터 실증연구를 주로 하다가, 2000년대 들어 MELT의 결정에 대한 화폐이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oseley의 작업은 상품화폐론을 복귀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요약하자면 금의 가치는 MELT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고 이로부터 금본위제와 불환화폐제도를 일관성있게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Moseley의 논의

모슬리 짜응...

Moseley가 정의하는 MELT의 대전제는 이전의 논문[각주:4]에서 미리 논의된 것과 동일한데, 먼저 화폐가 생산된 상품이면서 금이라고 가정할 때 금생산부문에 고용된 노동량 $L_{g}$의 역수가 MELT라고 정의하는 것이다.[각주:5]

$MELT=\frac{1}{L_{g}}$

다음으로 총가격 $P$를 유통속도 $V$로 나누어 유통되는 금량을 계산한다.[각주:6]

$M_{g}=\frac{P}{V}$

이는 화폐교환방정식과 유사해보이지만 Moseley는 그것은 화폐수량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는 화폐유통속도를 일정하게 생각하는 고전파의 논의와 달리 마르크스의 해석에 가깝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는 유통되는 금량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유통속도의 변화에 의해 증가하고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이는 화폐공급의 내생성 이론과도 유사해보인다.

여기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은 대전제인 금생산부문의 노동량의 역수를 MELT라고 정의하는 부분이었다. 이는 Walras가 화폐를 포함한 자신의 연립방정식모델에서 상대가격 정의를 위해 태환가능한 화폐를 뉴메레르(기준가격)로 식을 추가했던 해법과 동일하다.[각주:7] 다시 말해 이 대전제는 상품화폐를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정이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뉴메레르로 금생산부문의 금단위를 1로 가정한 것에서부터 다음이 도출된다는 것이다.[각주:8]

$MELT_{p}=\frac{1}{L_{g}}\frac{M_{p}V}{P}=\frac{1}{L_{g}}\frac{M_{p}V}{\frac{L}{L_{g}}}=\frac{M_{p}V}{L}$

Moseley는 이를 통해 불환화폐단위를 포함하는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MELT)이 금의 가치 $L_{g}$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트릭이다. 사실 이는 금 1(Ton)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 $L_{g}$로 표준화된 변수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나라의 연간 금생산량이 2000톤이라고 하자. 금 채굴에 필요한 필요노동량이 어림잡아 9만시간(9시간×1만명)이라고 하면 노동시간의 금량 표현 GELT는 $0.022..=\frac{2,000}{90,000}$로 단위는 (톤)/(시간)이 된다. 이제 이를 1t 당 필요노동시간으로 표준화하려면 2000톤으로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 결과는 $1.11...$이다. 이를 $G/L_{g}$라고 하면 그가 말하는 가격 $P=L/L_{g}$는 사실 $P=GL/L_{g}$이 되어 사실상 가격항 자체가 금량에 의해 교란되어 있다. 이런 사실은

$MELT_{p}=\frac{G}{L_{g}}\frac{M_{p}V}{G\frac{L}{L_{g}}}=\frac{M_{p}V}{GL}$

가 되어 더이상 $MELT_{p}$는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MELT의 정의와 다르게 된다. 더 분명하게 하자면 Moseley의 방정식 $M_{p}V/L$은 사실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MELT_{p}G=\frac{M_{p}V}{L}$

물론 이는 금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가치)이 MELT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금량이 남아있기 때문에 $MELT_{p}$는 "MELT단위의 금수량"이라는 복잡한 단위가 된다. 즉 (원)/(시간)/(톤)이라는 단위가 된다.

박현웅의 논의

그런데 Moseley의 작업은 MELT 연구자들에게 많은 통찰과 아이디어를 줬다. 이로부터 MELT의 결정에 대한 모델을 만들려는 연구들이 활발하다. 하지만 화폐교환방정식의 틀로 시작된 그의 연구가 어느 정도 연구자들을 틀에 박힌 접근을 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싶다. 박현웅의 논문도 그 중 하나다.

박현웅은 우선 시점이 고려된 Leontief 생산모델에 MELT인 $m$을 고려하기 위하여 Moseley의 방정식

$m=\frac{MV}{L}$

을 시점을 고려하기 위하여 화폐승수로 수정한다.[각주:9]

$m_{t}=\frac{\theta_{t}{H_{t}}}{Lx_{t}}$

$\theta$는 화폐승수이며 $H$는 본원통화를 의미한다. (M과 사실상 같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화폐승수는 은행과 경제주체들의 신용기능에 대한 표현이다. 이로부터 박현웅은 다음과 같은 통화승수 방정식을 정의한다.

$\theta_{t}=\beta_{0}+\beta_{1}g+\beta_{2}r_{t-1},~~~~\beta_{0},\beta_{1},\beta_{2}>0$

g는 자본축적률, r은 이윤율을 의미한다. 아래의 인용문을 보자.

The positive sign of β1 and β2 implies that the robust growth and profit- ability lead to a higher demand for credit. [각주:10]

β1과 β2의 양(+)의 [부등식]은 견고한 성장과 수익성이 신용의 수요 증가로 연결됨을 함축한다.

이는 Moseley의 사실상 화폐교환방정식과 같은 고전적이고 단순한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게 해준다. 신용기능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이 접근은 흥미롭다.

하지만 약간 지적해볼만한 문제가 여럿 있다. 예컨대 박현웅은 인과관계를 통화승수와 본원통화->MELT->착취율->이윤율->생산가격(Leontief모델)으로 설정하는데[각주:11] 변수 간에 내생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통화승수 $\theta$가 $\theta_{t}=\beta_{0}+\beta_{1}g+\beta_{2}r_{t-1}$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렇다. 이 식만 봐도 이윤율이 초기에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착취율은 MELT가 고려된 그의 Leontief 모델에서 가격과 임금률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정의가 있어서 이 인과관계에 대한 논의와 일관되지 않아 보인다.

다음으로 자본축적 즉 자본이 일정한 속도로 성장하는 가정을 하는데 노동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과 노동량이 주어졌다고 가정하는 선형생산모델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이런 가정 때문인지 MELT의 안정성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각주:12]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론

두 연구는 무척 흥미롭고 재밌게 읽었다. Moseley의 방정식에 대해 언젠가 따로 생각을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접근에서 빠진 논의가 왜 노동시간의 화폐량 표현이 순생산물에 적용되는가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주 짧게 얘기하자면 나는 이걸 노동 1시간의 화폐량이라고 해석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결국 항등식을 통한 후험적인 정의가 MELT 연구를 활발하게 만들었으나 인과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면 (원)/(시간)이라는 단위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걸 인지하게 된 건 박현웅의 연구였다. 그는 신용의 기능을 MELT의 정의에 고려하려 하였다. 그런 걸 보면서 마르크스경제학이 정책적인 쓸모있는 연구까지는 아직 멀었겠지만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이관 글. 2019-03-16 작성]

  1. Moseley, Fred. 2011. “The Determination of the ‘Monetary Expression of Labor Time’ (‘MELT’) in the Case of Non-Commodity Money.” 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 43(1):95–105. [본문으로]
  2. Hyun Woong Park. 2016. “The Monetary Expression of Labor Time in a Dynamic Leontief Model.” MARXISM 21 13(2):147–89. [본문으로]
  3. 内藤敦之 . 「内生的貨幣供給理論の再構築―ポスト・ケインズ派の貨幣・信用アプローチ」. 日本経済評論社. (2011). [본문으로]
  4. Moseley, Fred. 2004. “The ‘Monetary Expression of Labor’ in the Case of Non-Commodity Money.” Unpublished (November):1–13. [본문으로]
  5. Moseley, Fred. 2004.op. cit. p4. [본문으로]
  6. Moseley, Fred. 2004.op. cit. p7. [본문으로]
  7. Walras, L. 1954. Elements of pure economics. p325-327. W. Jaffe(tr.), George allen and Unwin Ltd. London. [본문으로]
  8. Moseley, Fred. 2004.op. cit. p7. [본문으로]
  9. Hyun Woong Park. 2016. op. cit. pp164. [본문으로]
  10. Hyun Woong Park. 2016. op. cit. pp165. [본문으로]
  11. Hyun Woong Park. 2016. op. cit. pp168. [본문으로]
  12. Hyun Woong Park. 2016. op. cit. pp17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