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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영화 「태양 아래」 후기

현정경 2021. 5. 30. 04:05

[태양 아래]라는 영화는 본래 북한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영화로 기획되었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진미라는 아이가 "조선소년단"에 입단하여 북한 최대명절인 김일성의 생일기념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는 것이다. 북한측의 촬영 통제와 인민들에 대한 통제 모습을 보며 러시아 감독 비칼리 만스키는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이 영화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가지 이 영화를 볼 때 염두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이 영화에 나온 진미와 진미의 가족들은 평양에 살고 있으며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종업원이다. 즉 비교적 평양에서는 중산층이라는 것. 하지만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닌 것 같긴 하다. 촬영을 위해 본래 집이 아니라(그 집이 어떤지는 모른다고 한다) 아파트로 옮겨 촬영했다고 한다. 어쨌든 평양에 사는 이상 도시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담은 평양과 평양 외 지방의 차이는 분명 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것이 북한의 평균적인 일상이라고 받아들이지는 않다. (그 중산층의 일상 역시 참담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글을 시작해보자.

감독은 북한 정부가 인민들을 상당히 통제했다고 증언한다. 그 역시 63년 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구 소련 시절을 경험했었다. 그는 북한에 입국할 때 옛날 사회주의체제였던 소련을 상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떤 수준을 넘어서 인민들을 상당히 통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는 소련체제 하에서도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와 정부에 대한 비판에서도 자유로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밝혔듯이 '스탈린 사후'라는 가정에서 말하는 것이다)

이런 통제라는 장면을 찍기위해 감독은 커트를 할 시점에서도 카메라를 켜놓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 같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들이 연기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북한 인민들도 "인간"인데 저렇게 뻣뻣하게 일상을 살아갈까? 그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은 북한 정부사람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감독 역시 지적하지만 통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문제이다. 북한 사람들은 국가가 연기를 지시하면 그에 대해 언제든 '준비된 것처럼'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면서부터 일명 "서울 사투리"라고 말하는 영상들을 떠올려보았다. 내가 어린 시절 80~90년대에 서울에 살 때의 기억을 떠올려볼 때, 어른들에게 듣던 말들은 분명 그런 말투가 아니었다. 뭔가 방송카메라가 찍기 시작하니까 "의례적"인 말투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었겠나 추측이 되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 이렇다면.. 북한의 그 특이한 높임말이라고 할까? 그런 것은 분명 의례적 말투라고 생각된다. 그들의 일상적인 말투를 좀 들어보면 사실 남한에서의 우리들이 쓰는 말투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그들도 사람인데 일상이 뭐가 다르겠나. 농담도 하고 웃으며 친구들과 얘기하고 어떤 장면에는 두유 공장에서 출하 작업을 하는데 한 중년여성이 주전자를 들고 와서 "두유 좀 줘"라며 깔깔 웃으며 몸짓하는 걸 보면 아 사람 사는 게 뭐 다 똑같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단지 그들이 연기할 때 통제장치가 "작동"하는 것일 뿐이고 바로 그게 문제인 것이다.

감독의 의도와 내 생각은 분명 일치하는 것 같다. 마지막에 진미가 우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한참 진미가 왜 울까? 하며 행간을 읽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춤을 싫어하는데 춤을 춰서 싫은 걸까? 춤이 힘들어서 싫어서 우는 걸까? 어릴 때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 때문에 울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데 하라고 하면 아이들의 반응은 보통 울면서 하기 싫은 표정을 짓는 것이다.

진미의 우는 장면은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달까? 춤 선생님인지 아니면 소년단 담당선생님인진 목소리만 나와서 모르겠으나, 진미에게 그녀가 묻는다. "울지마. 좋았던 때를 떠올려봐"라고 하자 진미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해서 너무 충격이었다. 보통의 경우 부모님과 놀러가서 재밌었던 기억을 떠올리라고 했을텐데 그런 말도 안하고 진미도 모른다. 왜 그럴까?

감독이 영화를 통해 증언한 바에 따르면 학교는 등하교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장 역시 출퇴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간혹 보는 북한의 출근버스에 인민들이 몸을 실으는 장면들은 거짓일 수도 있다는 거다. 보통은 공장노동자는 공장에서 생활하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잔다고 감독은 추측한다. 이럴 경우 감독은 묻는다. "북한에서 가족이란 게 무엇인가"[각주:1] (소련은 안그랬어! 라며 소련부심;;;)

이내 머뭇거리는 진미에게 다시 "시를 떠올려봐"라는 말에 통제 장치는 작동했다.

"나는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세워주시고 위대한 김정일 대원수님께서 빛내어 주시었으며… "

끝.

[이관 글. 2019-08-03 작성]

  1. ‘태양아래’ 감독 “北실상 촬영본 지키려 화장실서 시간 끌기도”.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60425/77768946/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