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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를 먼저 언급해둬야겠다. 한 트윗으로 SNS가 시끄러운 와중에 바로 "사회 구조와 육류 소비"라는 주제에 대해 정리할 겸 작성되었다.
이렇듯 과연 육류 소비의 과대화는 우리의 의지의 문제인지 사회 구조의 문제인지 혼란스럽긴 하지만 여러 사실들을 통해 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야기 1. 육류 소비가 크지 않았던 과거
내 어렸을 적에는 치킨이니 삼겹살이니 흔하게 먹는 문화는 아니었다. 삼겹살이나 갈비, 소고기 같은 구워서 먹는 요리는 명절이나 생일 때나 먹을 수 있었고 그 외에는 고기는 굽는 게 아니라 육수용 등 여러 용도로 쓰는 게 보통이었다고 보면 된다.생각해보면 그냥 구워서 먹는 건 한국 음식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비효율적이다. 고기 한 근으로 여러 요리를 해서 먹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냉동실에 오랫동안 고기를 보관하는 경우는 옛날에는 흔했으나 요새 가정집에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냉장실에 넣었다가 다 구워서 먹는 용도로 요리하는 거겠지.
이야기 2. 아시아적 음식문화?
한국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은 [그림 1]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계속 증가해왔다.
이런 육류 소비량은 1인당 소득의 증가로 대체로 설명되긴 하지만.. 음식문화의 특성에 따라 그 변화량이 다르게 관찰되기도 한다.
[그림 2]를 보면 가로축이 1인당 국민소득(달러), 세로축이 1인당 육류소비량(kg)으로 두고 아시아권의 국가들을 나열해놨는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들이야 차치하더라도 소득에 대한 육류 소비가 로그곡선을 보이는 특성을 보인다(Logarithmic growth curve). 채소-곡물을 주로 먹는 아시아권이 GDP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육류 소비의 증가세가 높아지지 않는 특성을 잘 보여주는 그림인듯 하다.
이야기 3. 외국산 육류 수입
이규진&조미숙(2012, pp428)에 의하면 경제발전 시기인 70년 대부터 육류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소고기 부족 문제는 여전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76년 9월 첫 뉴질랜드산 소고기 500t을 들여왔다고 한다. 이 고기는 한국 음식의 국거리 용 등으로 쓰기에는 기름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고기와 같이 구워서 먹는 용도로는 훌륭했고 가격도 매우 싸기 때문에 자주 소비되었다고 한다. 또한 97년 7월부터 쌀과 소고기를 제외한 농축수산물시장의 전면개방정책에 따라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전면개방되었다(이규진&조미숙. 2012, pp430) 이로 인해 냉동육의 수입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대량의 물량을 수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저렴한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아마도 90년대 후반부터 그냥 고기란 걸 직접 구워서 먹는 삼겹살집이란 것이 우후죽순 생겼던 것 아닐까 싶었다. 1
이야기 4. 소득계층별 육류 소비
김근영&진현정&윤석원(2009, pp119~120)에 따르면 고소득/중간소득/저소득을 구분하여 소비습관을 분석하는데, 90년대와 00년대를 비교할 때 쌀 소비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육류가 증가하고 채소/과일류는 모든 계층에서 감소했다고 보고한다. 다만 재밌는 점은 외식 소비액이 모든 계층에서 증가했고 특히 중간소득자가 95년 대비 05년도의 외식 소비액이 2배가 올랐다고 한다. 2
[그림 3] 또한 간편식에 대한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유성은(2020)이 가구별 특성을 표로 나타낸 [그림 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
모든 가구가 번거롭고 귀찮아서 간편식을 이용한다고 한다. 즉 경제활동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요리하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외식 소비의 이유는 대부분 "높은 품질의 맛"에 응답한 모든 가구특성들의 비중이 높았다. 이 말은 외식의 경우는 가구 유형과 상관없이 맛을 우선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고, 이와 달리 간편식의 경우는 경제적 동기가 우선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음식을 먹음에 있어서 여러 복합적인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결론
- 음식 문화는 분명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문화권의 지배적인 음식문화에 의해 한계를 보인다.
- 또한 이것이 변화되는 경우는 자원의 조건이 달라져서이고 이에 따른 경제적인 동기에 따른다.
- 외식은 맛과 품질에 따른 선택 행위이며 간편식 문화의 경우는 경제적 동기에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의지의 측면에서 육류가 보통 비중이 높은 외식 문화를 돌이켜보면 고기를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는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는 "고기를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란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엄밀히는... 음식을 선택함에 있어서 맛이라는 동기가 있을 수 있고 경제적 동기 역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현실은 누구 하나의 의지에 의해 바뀐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현상의 결과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외식은 맛에 따른 선택행위는 분명하지만 그 선택의 조건이 주어진 원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예컨대 내가 국밥을 먹고 싶어하는 이 의지는 사실 우리동네에 있으니까 먹는 것이지 부산에 가서 먹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게 왜 우리 동네에 가까이 있게 된 것일까? 그 사장님이 거기에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거기에 아파트 단지가 있고 인구가 많고 산업유동인구가 많고.. 등등이 작용한 것일 거다. 식당이랄 것이 별로 없었던 과거 서울에서 외식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해서 먹었고 고기가 비쌌기 때문에 채식 중심의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 이런 주어진 현실을 하나의 의지를 갖고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가장 좋은 실천은 개인의 소비가 아니라 육류 생산과 유통의 영역부터 규제하는 것일 거다. 물론 이러한 규제는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인데 이는 소득계층별로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관 글. 2020/08/16, 1:45 오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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