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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셜록 홈즈 전집 후기 - 3/3

현정경 2021. 5. 31. 06:46

예전에 셜록 홈즈 전집(9권)을 반값에 10년을 대여할 수 있다고 알X딘에서 광고를 하길래 질렀던 적이 있다. 그때가 16년도.. 사긴 샀는데 10년 대여니 뭐 거의 안읽고 쟁여두었었는데.. 이제 5년차에 접어드니 정신차리고 전집을 정주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덧 전집을 모두 읽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도 셜로키언으로 거듭났다구웃~

셜록 홈즈 소설 전집 - 7. 셜록 홈즈의 귀환

첫 이야기인 "빈 집"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셜록 홈즈가 다시 돌아왔다. 왓슨 선생은 홈즈를 보고 기절했는데 일어나보니 옷섶이 풀어헤쳐졌고 입 안에서 브랜디 향이 강하게 퍼졌다고 하네. (했네 했어) 뭔가 극적인 느낌은 별로 없었다. 작가 코난 도일이 정말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억지로 "홈즈 오타쿠들 즐거우라고" 그냥 억지 같아도 홈즈를 회생시킨 느낌적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춤추는 사람들"은 기묘하게도 춤추는 사람들로 보이는 암호와 관련한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죽을 필요가 없었던 의뢰자 힐튼 큐빗이 죽어 안타까웠던 이야기. 그리고 "홀로 자전거 타는 사람" 이야기와 함께 공통적인 교훈이 있다. 박모씨 사건과 관련하여.. 아재들이 젊은 여성과 로맨스에 빠질 수 있다고 착각하다가는 살인도 저지를 수 있다는 교훈.

"블랙피터"는 전직 선장이었던 피터 캐리가 작살에 몸이 뚫려 죽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사건의 특색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보이는 가능성에 홈즈가 무게를 두고 조사를 하는 행동이다. 이는 셜록 스스로도 모든 가능성들을 열고 가설을 검증해가는 그의 조사방법론을 생각해보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작위성은 있었지만 코난 도일이 이야기를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게 잘 풀어갔다는 평가이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은 뒷세계에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의 뒷정보를 거래하며 이들을 협박하는 밀버턴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홈즈는 의뢰인을 대리하여 이 협박에 대한 거래자로 비용을 흥정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아 불법적인 방법으로 집에 몰래 침입하여 정보를 없애버릴 계획을 갖게 되었다. 여러모로 있을법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 역시 흥미롭게 읽었다. 영드 [셜록]의 시즌 3 3편은 이 이야기를 각색한 것인데 그 악당이 "찰스 오거스터스 매그너슨"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 홈즈의 추리는 나오지 않고 모험담에 가깝긴 하지만 처음으로 레스트레이드 경관의 의뢰를 거절하는 이야기로도 꼽을 수 있겠다.

셜록 홈즈 소설 전집 - 8. 그의 마지막 인사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 이야기는 국가 기밀문서인 잠수함 설계도가 도난당한 일을 셜록이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셜록은 시작부터 왓슨에게 런던에 시시한 범죄만 나와서 너무 지루하다고 싸이코패스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형인 마이크로프트가 의뢰를 가져온다. 동쪽으로 향하는 엘드게이트 역 근처 철로에서 27세이자 군사시설 올리치 아세널의 사무직 공무원인 캐도건 웨스트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의 주머니에는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의 일부 페이지가 발견되었고 일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죽어가는 탐정"에서는 홈즈와 따로 살게 된지 오래된 왓슨에게 어느날, 허드슨 부인이 왓슨을 찾아와 홈즈가 위독하다고 왓슨이 방문하길 바랬다고 전한다. 홈즈를 찾아가니 이 위독한 병이 쿨리 병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돌았던 병이라고 한다. 상당한 고열로 정신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나오는데 이 장면이 심각하다고 느끼면서도 홈즈가 왓슨을 놀래키는 장난질로도 받아들여지기도 해서 (코난 도일 정말 글 잘 쓰고 이 콤비의 묘사를 통해 훌륭한 개그를 연출한 건 정말 천재는 천재다 싶었다) 오묘하게 웃기고 재미있다. 물론 쿨리 병을 의도적으로 전파시켜 살해한 용의자를 잡아내기 위한 함정이고 필요에 따라 왓슨도 속여야 했던 상황.

"프랜시스 카팩스 여사의 실종" 이야기에서는 일종의 서랍장 트릭을 이용한 내용이다. 실종된 카팩스 여사가 죽었느냐 살아있느냐 절체절명의 순간 홈즈가 용의자로 지목한 피터스의 집에 들이닥쳐 그가 장례준비하던 관을 직접 열었지만 유모의 시신이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홈즈는 모든 집을 뒤지려고 난리를 떨었고 이내 온 경찰이 와 아침에나 수색 영장이 나올 것이라며 수색 전에 주변 경비를 서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이런 속에서 과연 용의자 피터스는 카팩스 여사 혹은 그녀의 시신을 발각당할 수 있을텐데도 큰 동요가 없었다. 홈즈는 자신의 추리가 틀렸는지 밤을 지새우며 골몰하게 된다. 그 잘난 홈즈가 실패하나.. 싶다가 유모의 장례식이 영장 발부 전 시간에 치뤄진다는 걸 알게 된 후 아침에 관을 이동하는 장의사를 붙잡아둔 후 무리하게 관뚜껑을 열어 그 밑에 공간에 숨이 끊어질까말까하는 위급한 상황의 카팩스 여사가 있었던 것. 무엇보다 이 편은 홈즈의 당황스러워서 동요하는 모습이 매우 새롭게 느껴졌고 불쌍한 기분까지 들었지만.. 역시 믿고 있었다고! 홈즈땅..

"마지막 인사"에서 제목대로 홈즈의 마지막 무대라고 보면 된다. 일종의 스파이물로 나와서 새로운 기분으로 홈즈 시리즈를 갈무리하고 있다. 이후의 단편집은 당연히 시점으로 따지면 이 사건 한참 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홈즈와 왓슨이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하여 이 사건을 맡은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결말이라고 하기엔 김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은은하게 끝을 내는 것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후 단편집이 있지만 말이다.

셜록 홈즈 소설 전집 - 9. 셜록 홈즈의 사건집

사건집 시즌은 코난 도일이 마지막으로 낸 홈즈 시리즈의 단편집이라 볼 수 있다. 가장 처음부터 홈즈 시리즈를 끝낸 작가의 소회를 풀어내고 있어서 나도 감동했다. 홈즈를 그만 좀 보내달라 뭐 이런 느낌적 느낌의 글인데ㅋㅋㅋ 작가도 참 힘들긴 했겠다.

"마자랭 보석"에서는 홈즈의 귀환에서 나온 홈즈와 똑같이 생긴 인형을 이용해 자신을 살해하려는 실비어스 백작을 골려주는게 아주 재미있다. 백작은 마자랭 보석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받았고 이를 돌려주면 경찰을 부르지 않고 곱게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하며 설득하려 한다. 그 당시 축음기와 같이 음악을 재생하는 기술이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해서인지 홈즈가 자신의 방 안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키고 있다고 백작이 착각하고 자신의 공모자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열심히 의논한다. 재생기가 흔한 지금 시대의 나에겐 흥미롭지는 않은 트릭이었고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했지만 악당들을 골려주고 응징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잘 쓰여진 단편이었다.

"서식스의 뱀파이어"는 미스테리한 느낌을 잘 살린 이야기이다. 흡혈귀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서사와 그리고 뒤이은 반전을 보여준다. 이것만 봐도 작가 코난 도일은 정말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더라.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는 사실 흑막이 예상이 되었던 이야기이다. 흥미롭게 풀어내고는 있으나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하지만 왓슨을 놀리는 홈즈와 왓슨의 뿌루퉁한 반응을 볼 수 있던 건 무척 재밌는 장면.

소회

셜록 홈즈 전집을 드디어 모두 읽었다. 나도 이제는 셜로키언이 되었다는 것. 10년 대출 전집을 드디어 이제야 다 읽었음에 나새끼 칭찬해... 이것 때문에 다른 책을 거의 못읽긴 했지만 무척 재밌는 시간이었다. 코난 도일 확실히 천재다 천재. 고전명작은 대단해!

[이관 글. 2020/10/25, 5:33 오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