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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헤어질 결심 후기

현정경 2023. 4. 18. 23:41

헤어질 결심

주인공 해주의 사랑이 시작된 것은 미결 용의자로써 서래의 등장에 의해서인 것 같다. 서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을 다시 볼 수 없다"고 한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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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내용이 포함된 내용이므로 이 영역은 주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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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서래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말"이라고 한 녹음파일에 대해 해주가 의문을 표하면서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느냐"고 한 장면이다. 실제로 영화 전체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해주는 서래에게 "내가 서래 씨를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와 같은 식의 "좋아한다"는 말은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랑함"과 "좋아함"이란 단어는 분명 현격한 차이를 갖고 그 무게가 아예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랑한다"는 말이 또한 가벼울 수도 있는 것은 서래의 새 남편이 서래에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잘 보여주곤 한다. 과연 '사랑'이라는 단어냐 아니냐가 여기서 중요한 문제일까?

실제로 녹음파일은 경찰로써의 자부심을 깨고 서래를 지키겠다고 결심했던 그때의 장면에 대한 것이었다. 녹음파일에서 "폰은 바다 속으로 깊이 묻으세요"라는 말이었는데 마치 미결 사건에 대한 해주의 끊임없는 집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서래는 그것이 사랑한다는 말이었다고 믿은 것이고 실제로 해주의 말도 그럴 것이다. 비교해보자면 산악 사건 이후 새 남편이 서래에게 매 번 "사랑해"라고 말하는데 해주가 서래에게 "폰은 바다 속 깊이 묻으세요"라는 말과 그 무게가 확실히 다르다. 새 남편은 아무 것도 걸지 않고 말한다면 해주는 자신의 직업정신을 걸고 결심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서래는 반복적으로 그 당시의 녹음파일을 청취했다. 그만큼 무게가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모순적이게도 사랑의 시작이 헤어짐이 되는 독특한 장면. 그 뒤 이포로 발령을 받고 둘은 연락 한 번 없었지만 여전히 둘은 서로를 그리워했다. 마지막에 서래가 중국어로 해주에게 한 말이 "폰을 바다에 깊이 묻으세요"라는 장면이 얼마나 핵심적인 장면이었는지 알게 해준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해주의 사랑한다고 말하는 고백은 결국 해주의 끝이 되었다. 사랑이 헤어짐이 되는 또 하나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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