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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로 양분된 22대 국회의원 선거결과 지도. 출처:연합뉴스 https://www.yna.co.kr/election2024/result-22nd/index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복수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며 드는 생각은 역시 정치의 최고 동기는 "복수"가 아닌가 싶다. 저번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맞붙었던 20대 대통령선거 때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복수였지 않는가. 이번 경우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대통령 후반기에는 여소야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그만큼 국정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만족을 주기도 어려운 일인 듯 하다.

우리나라는 지방감정도 있기도 하고 위의 지도로 볼 수 있듯이 사상적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한때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란게 있었다. 선거인들은 후보들의 정책을 유심히 검토하여 선택을 하고, 후보자들은 정책 중심의 내용으로 선거운동을 하자는 뭐 그런 운동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매니페스토는 많은 부분 공감을 일으켰음에도 잘 지켜지지 못한 것 같다. 이게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에 불과한걸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런 복수와 적대로 인해 정치가 역동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안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말이다. 카를 슈미트가 말했듯이 민주주의란 따분한 토론으로 뭔가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적을 만들고 무찌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발전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이에게 나는 바꿔 생각해보라고 전하고 싶다. 이 국민의 분노와 복수라는 것 때문에 정책과 제도가 지금까지 실종되었던가? 물론 그런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실제로 그런 실종은 커지지는 않았다. 직업정치인들은 결국 정책과 제도로 이 분노를 합리적으로 풀어낼 의무로 일을 해왔다. 그런 방법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의회민주주의 아닌가 싶다.

그리고 원래 민의라는 것은 어떤 정치제도 하에서도 분노와 복수로써 일어나지 않았던가? 갑자기 민의라면서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정책과 제도를 들고 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현실적이지 않나? (오히려 무섭잖어..) 민의는 바로 권력에 피해를 당하다 당하다 못참아서 목소리와 주먹과 칼과 도끼와 총으로 무장해서 권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게 바로 민의의 본질이다.

조국혁신당에 대해

사실 상당한 의문이 남았던 선거결과는 비례 정당투표였다. 바로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보다 조국혁신당이 더 많은 투표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새로운미래와 조국혁신당의 분명한 차이로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민주연합이 14석이고 조국혁신당이 12석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거의 반반에 가깝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이 갈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겐 둘 중 어떤 것도 무차별한 상태에서 어떤 메세지를 선택했다고 보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조국은 사문서 위조 등으로 재판 중인 사람이고 형법에 의해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한 사람들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조국이 마이크를 잡고 내뱉어온 메세지를 생각해보라.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을 특검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메세지 말이다. 이재명과 민주당 세력은 이런 정도의 발언은 하지 못했다.

이와 달리 새로운미래의 이낙연은 태초부터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합당하려 시도했고 이재명과 선을 그었다. 애초부터 합당이나 연합의 가능성이 매우 적었다.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이낙연을 지지해온 자들에게 상처를 입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들이 선택받지 못했고 광주에서조차 이낙연이 참패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보면 조국혁신당은 특정한 이슈로 인해 일시적으로 뜬 정당에 불과하다. 결국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다.

진보정당에 대해

정의당이 원외정당으로 후퇴했다. 지지하는 정당은 아니지만 마음은 조금 착잡하긴 했다. 심상정은 진보정당 운동에서 대체 무엇을 남겼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정치 선배는 훌륭한 후임자를 만들어야 한다. 주류 정치인인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를 떠올려보아도 그들은 모두 후임자들을 길러내었고 그들이 먹고 살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진보정치인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정세가 오게 되었으니 또 다시 했던 말들이 또 나오고 또 나올 것 같다. 다시 사회주의로, 더 녹색으로 더 여성으로 같은 메세지. 모두에 동의하고 모두 중요한 운동이라 생각하지만 뭔가 구심점이 없었고 강고한 프레임이 없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진보정당들은 자신들을 보수정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제3지대로 위상을 정해왔다는 것도 다시 생각할 문제이다. 이 제3지대라는 명칭과 의미는 결국 특정한 정당과 특정한 인물을 가지고 나누는 식으로 변화했다. 이것은 어찌보면 이것 말고는 정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런 위상이 여러 대안을 내세우고 관철해야 하는 상황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 같다. 말 그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 세력으로만 비춰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 후퇴가 진보정당 운동사에 어떤 여파를 남길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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