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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적어도 매월마다 특별히 경제이론 등의 "연구력을 소모하는 전문적인 책" 말고... 평범한 책을 간단하게라도 리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합니다. 이는 새해가 되서 제 나름대로 목표로 세운 일이기도 해요.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리뷰
표지의 마인이 너무 귀여워서 결국 사버린 라노벨이다. 무엇보다 제목에 있는 "책벌레"라는 문자열에 반응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전제조건이고 구매요건은 결국 표지. 무언가 책에 대해서 상당한 잡학이 있는 것 아닐까 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작가 카즈키 미야가 의도한 "책"은 결국 책의 "제작"이었다. 편집, 디자인 같은 현대적인 의미의 생산공정이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책 그 자체를 제작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그 배경은 마인의 전생인 우라노가 죽고나서 이상한 세계로 환생한 뒤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이 환생이라는 부분이 꽤 의구심이 드는데, 작가의 떡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환생이 아니라 어느정도 큰 마인이라는 아이로 갑자기 눈을 뜨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즉 내 생각엔 시공간을 넘어선 두 인물 간에 영혼이 체인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
마인이 환생(불분명하다)한 세계는 책이 존재하지 않고 귀족들만 향유하기 때문에 종이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세계이다. 전생의 우라노는 책을 너무 좋아했고 그 기억을 담고 이쪽 세계로 마인으로써 눈을 떴다. 과거의 기억을 갖고 이쪽 세계에는 책이 없는지 캐다가 결국 없다는 것을 알고나서 "그래. 내가 책을 만들자"고 결심한 것이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보면 된다.
그렇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샴푸를 만드는 방법. 고대의 파피루스의 제작,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껍질을 여러겹으로 이어붙이는 방법, 석판에 글을 쓰는 것, 그리고 맛있는 음식 만들기 등등 매우 소소한 일상 얘기가 가득하다. 보일러도 없는 중세에나 있을 법한 겨울나기 등의 방법 등이 세세하게 잘 나와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정보를 얻으려고 이걸 고른 것은 아니었다. 조금 실망한 부분. 이게 바로 낚인거지.
한 가지 개인적인 인상이랄까. 주인공이 너무 쉽게 그 세계에 "존재한다"는 점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 물론 전생의 우라노가 지진으로 책에 깔려 죽었다는 추측으로 넘어가니 납득은 되지만.. 그 반응 자체가 나는 이상했다. 보통 이세계물 작품이면 항상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뭔가 시도해보고 모험을 떠나보고 그러지 않나?
그런 모험을 생각했거나, 아니면 나처럼 책에 대한 박학다식한 정보를 습득할 겸 해서 읽으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드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세계 일상물이며 샴푸나 비누 등이 기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장점 외에는 재밌게 읽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마인은 귀엽습니다만!
[두 번째 여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너] 리뷰
조금 슬픈 로맨스를 기대하고 산 작품이다. 표지의 문구와 일러스트를 보고 든 생각은 여 주인공이 무언가 병에 걸려 죽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바와 같이 여 주인공 모리야마 린은 병으로 죽는다. 다만 라노벨들이 너무 많이 쓰는 "타임리프"를 이야기 소재로 쓰고 있다. 참고로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이야기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남 주인공 시노하라 사토시는 린을 좋아한다. 그리고 린이 결국 병실에서 죽을 마지막 날 그녀에게 고백한다. 그러다 린에게 엄청난 비난을 듣게 된다.
그녀가 죽기 전의 이야기들의 맥락을 보건데 확실히 린 역시 사토시를 좋아한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는 곧 죽을 인생이란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고백을 받은 린의 행동 역시 이해는 가지 않았다.
그녀는 밴드 팀원들에게 자신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밴드를 모았다. 물론 린은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나서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허나 이는 작가의 변명으로 느껴진다. 자신이 언제까지는 죽을 거라고 누가 그렇게 예상하나싶고, 무엇보다 병실에만 살았던 린이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에게 붙임성 강한 아이가 되고 에너지 소모가 큰 싱어로 활동한다는 점도 조금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억지스러운 설정이 그녀의 죽음을 더더욱 뜬금없고 맥락을 놓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두 번째로 타임리프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예컨대 체 호프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에 총이 나왔다면 방아쇠는 반드시 당겨져야 한다고. 이 의미는 작품에 나오는 것 모든 것은 의미가 있어야 하고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에 어떻게든 영향을 줘야 하고 전개를 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이 말을 기억해둔 후 내 말을 들어보라.
먼저 주인공은 린이 죽고나서 자신도 모르게 다시 린이 밴드를 모집하던 당시로 타임리프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을 때까지 대체로 비슷한 과거를 반복한 후. "린에게 고백하는 일이 없는" 미래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 타임리프 하기 전의 미래에 건네준 쪽지가 살짝 바뀌어 있다. 린이 사토시 그를 좋아했었다는 식의 메세지.
하지만 타임리프는 대체 왜 한 걸까. 오히려 이는 너무 진부한 교훈을 남기는 데,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류의 교훈이 떠올랐던 것이다. 결국 고백하지 않은 미래는 훈훈하게 끝이 난다. 뜨아.. 이런 식의 전개는 좀 실망스럽다는 느낌이다. 두 사람 다 서로를 좋아하는 걸 아는 그 상황에서 독자 역시 그 사실을 알게 만든 상황에서 그런 교훈은 좀 뜬금없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위에서도 언급된 것이긴 하지만 린이라는 캐릭터가 종잡을 수 없고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수 없는 캐릭터라는 사실이 이 소설에 집중할 수 없었던 주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추억을 얻고 죽기를 바랬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진심으로 사토시를 포함한 밴드 팀원들과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을 나눈 사이이기도 하다. 그정도의 사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죽고나서 남은 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상황이 필요할텐데 그런 마음이 린에게 읽히지 않았다. 자신이 죽기전에 그런 매듭을 풀어야한다고 아마 죽을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볼만할 법도 한데... 그와 관련한 심리도 고민도 나오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도 캐릭터성도 흡족한 작품이 아니다.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3권 리뷰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는 본래 퇴마물, 판타지를 싫어하는 나인데도, 꽤 좋아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괴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점이 무척 흥미를 돋군다. 여기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이유는.. 여러분들. 반월당 읽어보세요. 하악. 팬으로서 영업하려고 언급하고 지나갑니다(?) 3권의 쌍둥이 표지 때문에 제가 이 책을 알X딘 중고서점에 팔지 못한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쌍둥이의 옛날 이야기 너무 개슬펐어ㅠㅠㅠ 엉엉 진짜 울뻔...
[이관 글. 2017-01-0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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