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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성장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아가르타 인 슌에게 마음을 빼앗긴 주인공 아스나, 그리고 죽은 아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미련이 남은 또 하나의 주인공 모리사키 선생님(사실은 군인).

하지만 이 아니메를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아스나는 왜 아가르타로 왔는가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은 아스나라는 인물이 너무 "애매"하다는 생각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사실 그것은 죽은 슌의 동생 신 때문이다. 아스나는 신에게서 슌을 보았고 거기에 투영했다는 점은 마지막에 "신 군은 역시 슌이 아니구나."라는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신의 입장에서 굉장히 화가 날 법한 말이긴 하다. 하지만 신 군을 슌으로 투영했다는 정도로는 그녀가 아가르타에 온 이유가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실망스러웠던 점은 아스나가 "난.. 단지 외로웠던 거잖아."라는 식으로 정리해버리는 점이었다. 이 지점에서 조금 벙찌긴 했다...

그리고 아스나가 애매한 목적의식을 갖는다는 점과 비교하자면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는 인물 모리사키 선생이 있다. 그는 사랑하던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가르타의 신 사쿠나 비마나에게 소원을 빌어 도로 살리려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본심은 착한 녀석이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아스나를 재물로 바치는(?)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 대신 그는 눈을 잃어야 했지만 말이다.

내게 있어 진정한 주인공은 아스나가 아니라 모리사키 선생이 아닐까 싶다. 그는 아내 리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신 사쿠나 비마나와의 일을 통해 자신이 미련을 남겨버렸다는 점이 그에게 고통을 심어왔던 점이 아닐까 한다. 그는 용병이었고 병악한 아내를 돌보지 못했으며 결국 그 자신이 아내를 죽인 것이라는 죄책감이 아가르타로 오게 만든 욕망의 원인이 아닐까?

사쿠나 비마나의 일 후에 그는 신 군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신 군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상실을 안고 살아가. 라는 말을 들었겠지. 그것이..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인 거야."

과연 모리사키 선생은 사랑하던 아내 리사를 상실한 것일까. 하지만 누구나 상실을 안고 살아간다. 신카이 감독다운 일관적인 철학으로 끝맺는 느낌이었다. '상실'이야말로 그의 작품을 가르는 철학이 아니었나.(너의 이름은 빼고)

[이관 글. 2017-01-3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