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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너의 이름은」 후기

현정경 2021. 5. 23. 20:12

※ 이 후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본 후 든 생각은 “마코토 답지 않은 결말이다." 라는 것이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후에 언급하도록 하자. 먼저 언급할 점은 이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점들에 대해서이다.

 

재밌었던 경험

내가 이 아니메를 보기로 결심할 때 예고편을 미리 보면서, 일종의 예상하던 시나리오가 있었다. 바로 여남의 정신이 뒤바뀌는 일종의 헤프닝을 담은 흔한 로맨스물로 말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예고편을 보며 미리 예상하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예상을 배신당하고 더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개되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알고보니 동시가 아니라 시차가 있었다는 것. 어찌보면 매우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인 것을 주인공이 깨닫게 되는 지점에서 시청자도 역시 동시에 놀라게 됨으로써 "나는 감정적으로 주인공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는 점. 이것이 첫 번째로 이 작품의 중요한 경험으로 나는 손꼽고 싶다.

두 번째로 지금까지의 마코토의 과거의 작품들을 생각해볼 때 그것과 비교하자면 코믹성이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그러므로 이는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가질 것이다. 먼저 마코토의 작품에서 흐르는 우울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들게 만드는 분위기를 이 작품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마코토의 그런 분위기가 싫고 코믹스러우면서도 감동적인 로맨스물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이 작품은 충분히 추천할만 하다.

마지막으로 역시 마코토의 빛의 효과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그 특색이 잘 살아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마코토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한데,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와 관련한 비판

이제부터 내용에 대한 평을 해보도록 하겠다. 이는 비판적인 서술이 될 것이다.

우선 먼저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미츠하와 타키가 정신이 뒤바뀐 후 다시 돌아올 때 왜 기억을 잃어야 했는가이다. 후에 혜성이 마을에 떨어지게 될 오전의 미츠하가 된 타키에게 할머니는 대대로 이 신사의 여자아이들은 모두 신체와 정신이 뒤바뀌는 경험을 해왔다고 하였다. 미츠하가 된 타키는 여기서 "조상들이 지금 혜성의 충돌을 대비하여 저런 현상을 반복해온 것이다."라고 추론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고 했던 기능이 왜 기억을 잃게 하여 이 기능의 취지가 제대로 살려지지 못하고 있는가까지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한 번 진행된 과거는 혜성충돌로 마을사람들이 대부분 사망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생각해보니 중요한 오류는 아닌 것이... 결국 신(神)의 은총으로 시간은 다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듯 하다.

다음으로 타키와 미츠하가 왜 사랑을 느꼈는가에 대해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왜 타키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 미츠하와 마을을 "기억하고 싶다고 욕망"했을까. 내 생각에는 둘이 시차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하철에서 만난 3년 전 그 시점을 후반이 아니라 좀 더 앞에다 두었다면, "기억하고 싶다"고 욕망한 타키에게 좀 더 공감이 갔을 것 같다. 장면 배분의 순서를 통해 보강이 가능한 부분이었는데 아쉬웠던 부분이랄까.

 

전체적인 평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드는 개인적인 인상에 대해 남기고 싶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혜성의 파편이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는 장면을 3년 전 미츠하를 몰랐던 타키가 그것을 아름답다며 감탄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한 마을에 비극을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효과를 느끼게 된 것은 이 영화를 보던 당시 내 옆에 앉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그는 혜성의 파편이 지구에 떨어지는 장면을 보며 낄낄 웃어댔다.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재앙의 장면에서 이 사람은 뭐가 웃기다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를 웃기게 받아들이는 것이나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나 모두 똑같이 재앙에 괄호를 치는 행위와 같은 것 아닐까 했다. 현대의 이데올로기론에서는 오히려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쪽이 더 나쁘다고는 하지만... 역시 감정적으로는 내 옆 그 사람이 더 싫다.

마지막으로 결론에 대해서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코토 답지 않은 결말이었다. 즉 미츠하와 타키는 이어진다. 결국 만난다. 나는 사실 교각 위에서 마주치다가 지나가는 그 시점에서 음악이 흐르며 끝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결국 들은 만난다.  아 물론 이 결말장면을 보고 나는 좋았고 감동해서 조금 울먹울먹했다. 아무래도... 감독이 두 주인공들이 ”君の名前は”라고 말하고 끝나는 장면에 욕심을 부린 것 아닐까 추측이 된다. 그래서 기존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회색결말을 포기할만큼 중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난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 지점이 아니메를 본 후 남는 여운의 시간을 짤막하게 만들었다고도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나는 환한 결말 쪽이 좋다.

[이관 글. 2017-01-07 작성]